▲ 2016년 8월 3일 잠실 LG 트윈스전. 정재훈 두산 베어스 2군 투수 코치는 이때 타구에 오른쪽 팔뚝뼈가 골절됐는데, 끝까지 공을 던져 아웃 카운트를 잡으려 했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그게 마지막 경기네요. 이제 보니까. 은퇴식으로 마지막 장면을 바꿀 수 있을 거 같아요."

마운드에서 팬들과 만난 마지막 기억을 더듬었다. 2016년 8월 3일 잠실 LG 트윈스전 4-5로 뒤진 8회 2사 1, 2루. 정재훈 두산 베어스 2군 투수 코치(37)는 당시 6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했다. 첫 타자 박용택을 상대할 때 타구가 정 코치의 오른 팔뚝으로 향했다. 타구에 맞은 그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끝까지 1루에 공을 던지려 했지만, 아웃 카운트를 늘리진 못했다. 

정 코치는 "던져서 아웃을 시켰어야 했는데, 그게 아쉽다. 여전히 그게 아쉽다. 왼손으로 던져서 아웃을 시켰어야 했는데"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이 장면이 선수 생활의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정 코치는 오른쪽 팔뚝 전완부 척골 골절 진단을 받고 한국시리즈 엔트리 복귀를 목표로 재활에 전념했다. 생각보다 일찍 뼈가 붙으면서 공을 던지기 시작했을 때 이번에는 어깨에 탈이 났다. 2016년 10월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가 파열되면서 1년 넘게 재활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그는 끝내 마운드로 돌아오지 못하고 은퇴를 발표했다. 

정 코치는 "다치고 나서 아예 공을 못 던졌으면 그때가 마지막이라고 나도 생각했을 거다. 그런데 사실 수술하고 뼈 붙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어가기 위해서 준비를 했다. 피칭도 하고, 일본 교육 리그 가서 경기도 했다. 그런데 교육 리그를 뛰다가 어깨를 다쳤다. 그래서인지 그때가 마지막인 거 같진 않다"고 털어놨다.

▲ 선수 시절 두산 베어스 2군 투수 코치 정재훈 ⓒ 곽혜미 기자
마운드에서 팬들과 함께한 마지막 기억을 바꿀 자리가 마련됐다. 두산은 오는 3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 경기를 앞두고 정 코치의 은퇴식을 열기로 했다. 그동안 정 코치의 활약상을 소개하는 영상을 상영하고, 기념 반지와 액자를 전달할 예정이다. 

은퇴식 소식에 정 코치는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는 "선수로서 영광스러운 거니까. 큰 혜택이고, 구단에서 신경을 많이 써 주셔서 감사하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내가? 내가 해도 되나? 그 정도인가?' 이런 생각을 했다. 조금 부담되긴 한다"고 했다.

즐거운 자리가 됐으면 했다. 정 코치는 "은퇴하는데 아쉽지 않은 선수는 없다. 그 아쉬움을 달래는 자리가 될 거 같다. 사실 선수들은 은퇴식보다 은퇴 경기를 더 꿈꾸긴 하는데 선수 욕심이다. 은퇴식 자체도 큰 영광이다. 눈물바다는 안 될 거 같다. 가족도 오는 자리라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 또 선수와 팬 사이에 서로 인사하는 자리니까 기분 좋게 했으면 한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 두산 베어스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정재훈 2군 투수 코치 ⓒ 두산 베어스
정 코치는 휘문고-성균관대를 졸업하고 199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37번으로 OB(현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2003년 1군에 데뷔해 통산 555경기 35승 44패 139세이브 84홀드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다. 

20년 가까이 프로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을까. 정 코치는 개인 통산 첫 세이브를 챙긴 2005년 4월 8일 잠실 KIA전을 꼽았다. 1⅔이닝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승리를 지켰다. 

정 코치는 "첫 세이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여기(1군)서 통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첫 경기였다. 또 롯데에 갔다가 돌아와서 첫 경기하고 허슬플레이 시상식을 했을 때 팬분들 앞에서 인터뷰하면서 뭉클했던 기억이 난다. 그 2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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