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아레스 한 방에 승리한 우루과이.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A조 우루과이와 B조 모로코는 세트피스에서 희비가 갈렸다.

조별 리그 2차전이 시작한 이틀째 세 팀이 조별 리그 탈락을 확정했다. 모로코는 20일(한국 시간) 포르투갈에 0-1로 패했고, 우루과이는 사우디아라비아를 1-0으로 꺾었다.

여기서 '당락'이 결정됐다. 조별 리그 3차전 결과에 관계없이 A조에서 우루과이와 러시아의 16강 진출이 확정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는 탈락했다. 반면 B조에선 탈락 팀이 먼저 결정됐다. 이란과 포르투갈에 연패한 모로코가 2연패로 월드컵 도전을 마감했다.

결과는 가려졌으나 운명이 엇갈린 두 팀이 있다. A조 우루과이는 그리 특별할 것 없는 경기력이었지만 세트피스에 힘입어 16강에 올랐고, B조의 모로코는 '톱시드' 포르투갈을 맞아 저력을 발휘했으나 세트피스에서 무너지며 짐을 쌌다.

▲ 탈락에 주저앉은 모로코.

◆ '포르투갈 압도' 모로코, 세트피스 2실점으로 조별 탈락

모로코의 경기력은 16강에 간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란과 1차전전에선 완벽하게 경기를 주도했다. 64%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고 13개 슛을 시도했다. 이란의 수비가 만만찮았지만 그렇다고 역습에 고전한 것도 아니었다. 90분이 종료될 때까지도 승점 1점은 최소한의 결과였다. 그때 자책골이 나왔다. 이란에 프리킥을 내준 것이 문제가 됐다. 모로코는 경기를 완벽히 주도하고도 패했다.

포르투갈과 경기도 비슷했다. 전반 4분 만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실점했다. 킥오프 직후 경기에 완전히 집중하지 못한 상황에서 내준 실점. 다행인 것은 시간이 있었다. 모로코는 공격적 압박으로 포르투갈을 몰아넣고 맹공을 퍼부었다. 빨강색과 초록색의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로코가 되려 포르투갈인 듯했다. 사실상 포르투갈 진영에서만 경기가 진행되는 '하프코트 게임'이 벌어졌다. 모로코는 점유율에서도 53%로 앞섰고 유효 슈팅도 4개로 포르투갈(2개)보다 많았다.

반대로 모로코는 세트피스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특히 포르투갈전에선 결정적인 기회를 여러 차례 놓쳤다. 베나티아는 프리킥 찬스에서 왔던 두 번의 결정적 기회를 날렸다. 벨한다의 멋진 슛들은 포르투갈의 수문장 파트리시우에게 막히고 말았다.

모로코는 속도가 강점이고 공간 활용에 능하며 많이 뛰는 팀이었다. 보는 이들도 즐거워할 수 있는 공격적인 축구도 했다. 하지만 내용만으론 부족했다. 결국 세트피스에서 무너진 모로코는 좋은 경기를 하고도 세트피스 두 방에 16강행을 놓쳤다.

▲ 이집트전 히메네스 헤딩에 웃은 우루과이

◆ '특색 없었던' 우루과이, 세트피스 2득점으로 16강 확정

A조는 나란히 개최국 러시아와 우루과이가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우루과이가 2연승을 거두긴 했지만 경기력에 대해선 만족하기 어려웠을 터. 2경기에서 2득점 0실점으로 2승을 거뒀다.

최전방에 수아레스-카바니 투톱을 가동했지만 공격 축구보단 실리적인 역습 축구에 가까웠다. 카바니는 공격 시 전방으로 움직이는 데 집중했고 수아레스가 폭넓게 움직이면서 공격적 연계를 하려고 했다. 수아레스는 이따금 쉬운 볼 터치도 실수하면서 아직 최고의 컨디션은 아닌 듯 보였고, 벤탄쿠르와 베시노가 배치된 중원은 안정적이었지만 그렇다고 공격 전개에서 합격점을 주긴 어려웠다. 측면에서도 아직 믿을 만한 선수는 찾지 못했다.

이런 우루과이가 16강에 오른 원동력은 세트피스 2방이었다. 첫 경기인 이집트전에선 후반 정규 시간 종료를 2분 정도 남긴 시점 히메네스가 머리로 프리킥 크로스를 받아넣으면서 천금같은 결승 골을 뽑았다. 1차전에서 0-5로 대패한 사우디와 치른 2차전에서도 전반 23분 수아레스가 코너킥에서 득점했다. 답답한 경기 양상에도 탄탄한 수비와 세트피스에서 얻은 결승 골로 승리를 안았다.

▲ 포르투갈은 코너킥 상황에서 호날두의 한 방에 웃었다.

◆ 결과로 이야기하는 월드컵

흔히 축구는 공을 달리면서 차는 종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이 멈춰있는 상황에서도 축구는 벌어진다. 세트피스를 공이 움직이지 않고 멈춰있다는 뜻에서 '데드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의미적으로 '죽은 상황'에서 시작해 가장 생기 넘치는 득점 상황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래서 세트피스는 한 경기가 결승전처럼 의미가 큰 월드컵에서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순간의 집중력과 짜임새가 중요해 약팀은 반란을 노릴 수 있는 기회다. 강팀이 공격을 주도하면 크로스와 슛을 시도해 코너킥을 얻거나, 저돌적인 돌파와 침투로 프리킥, 페널티킥 등을 얻을 수 있다. 많은 세트피스 기회가 주어지면 조금 더 득점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강팀이건 약팀이건 세트피스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모로코와 우루과이의 운명은 세트피스에서 엇갈렸다. 16강부터 시작되는 녹아웃스테이지에선 또한 세트피스가 경기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앞으로도 세트피스는 여러 맞대결의 '승부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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