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이 운이 따른 코스타의 골로 승리를 거뒀다.
▲ 코스타의 환호.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모순(矛盾) 대결'의 승자는 스페인이었다. 페르시아산 방패도 스페인의 날카로운 창을 견디지 못했다.

스페인은 21일(한국 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B조 조별 리그 2차전에서 이란을 1-0으로 꺾었다. 수비 일변도로 나선 이란을 상대해 전반 고전하다, 후반 골을 터트리며 귀중한 승점 3점을 얻었다

이란은 6-3-1 포메이션으로 스페인에 맞섰다. 공격수 아즈문까지 내려와 사실상 필드플레이어 10명이 전부 수비 진영에서 경기했다.

스페인은 인내했다. 두드리고 또 두드리면 이란의 체력은 떨어지고 언젠가 수비 형태가 무너질 때가 있을 터. 스페인은 패스를 고집하면서 밀집 수비를 깰 수 있는 모든 방식을 취했다.

▲ 조르디 알바, 풀백 전진은 밀집 수비 공략의 중요한 포석이다.

1. 풀백 전진 - 스페인은 풀백을 올려 측면에 넓게 배치하고 경기장을 넓게 쓰며 빈틈을 엿봤다. 조르디 알바와 다니 카르바할은 공격력이 강한 풀백들. 직접 돌파와 크로스가 날카롭고 패스플레이도 능하다. 전진 자체가 공격력 강화다. 그래서 이란은 6명을 최후방에 배치해 유지해 스페인에 대비했다.

풀백의 전진으로 수비수의 좌우 간격을 벌릴 수 있는 효과도 중요하다. 좌우 간격을 벌려 이란의 중앙 수비수와 풀백 사이, 이른바 '하프스페이스'를 공략할 수 있다. 후반 7분 공격 장면이 대표적이다. 우측면 루카스 바스케스가 측면으로 넓게 벌려서고, 카르바할이 언더랩을 시도해 페널티박스 안까지 전진했다. 카르바할이 꺾어준 컷백 패스는 이스코에게 정확히 연결됐지만 마무리가 부정확했다.

2. 2대1 패스, 삼자패스 -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삼자패스 또는 2대1 패스를 자주 시도했다. 밀집 수비를 펼치는 상대로 공격 템포를 올릴 수 있는 형태다. 속도를 올린 채로 공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반 30분 알바가 이니에스타에게 패스를 내주자, 이니에스타는 원터치패스로 이스코에게 공을 밀어주고 곧장 침투를 개시한다. 이스코가 감각적으로 공을 돌려주면서 이니에스타가 페널티박스 안까지 진입했다. 이란의 수비진 대응이 빨랐지만 위협적이었다.

스페인은 90%패스 성공률을 기록했고, 이란의 밀집 수비 사이에서도 키패스를 10개나 기록했다. 밀집 수비에서도 패스 앤 무브로 공격을 전개했다.

▲ 드리블러 이스코는 스페인 공격에 활기를 더했다.

3. 솔로플레이 - 솔로플레이도 하나의 대안이다. 드리블러 이스코가 중용되는 이유다. 이스코가 측면에서 1대1로 수비를 흔들면서 크로스를 여러 차례 시도했다. 이스코는 혼자 9번의 드리블 돌파를 성공했다. 참고로 이란 팀 전체의 돌파 수가 10개다.

후반 5분과 6분 이스코가 측면 돌파로 각각 카르바할과 코스타를 향해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하면서 이란 공략의 실마리를 얻었다. 이스코 효과는 또 있다. 이스코가 단독 돌파를 시도하면서 수비 조직이 흔들리면 다른 선수들이 움직일 공간이 생긴다. 

후반 들어 스페인의 경기력엔 조금 더 짜임새가 생겼다. 이스코가 위치를 가리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공격을 전개했고, 크로스에 반응하는 스페인의 움직임 역시 한층 기민해졌다.

4. 세트피스- 밀집 수비 여부와 관계없이 득점할 수 있는 세트피스에서도 멋진 플레이를 보여줬다. 후반 25분 이스코가 코너킥을 땅볼로 이니에스타에게 연결했다. 이란 수비수들이 이니에스타에게 시선이 쏠리자 라모스가 돌아나오면서 공간을 만들었고 이니에스타의 패스를 받아 슛을 시도했다. 이란의 골키퍼와 수비수들의 육탄 방어에 득점엔 실패했지만 잘 만들어진 세트피스였다.

스페인은 지난 포르투갈전에서도 세트피스에서 득점을 터뜨린 바 있다. 후반 10분 프리킥 상황에서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머리로 떨어뜨리고 코스타가 마무리하는 약속된 플레이가 나왔다.

킥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직접 프리킥에서 득점을 노릴 수 있다. 코너킥에서도 헤딩슛에 강한 라모스가 있어 골문을 얼마든지 위협할 수 있다. 세트피스는 밀집 수비를 깨는 중요한 공격 방식이다. 과거 스페인은 좋은 세트피스 찬스에서도 공을 짧게 연결하고 다시 공격 작업을 하기도 했지만 이젠 세트피스 기회를 적극적으로 살리고 있다.

▲ 이란의 항전이 워낙 강력했다. 아즈문을 위로하는 데 헤아(위).

스페인이 다양한 공격을 전개한 공격 흐름은 골로 연결됐다. 후반 9분 코스타가 득점했다. 이니에스타가 스페인답게 이란의 공격을 헤집었다. 이니에스타가 실바에게 공을 투입한 뒤 실바의 리턴패스를 받았다. 다소 짧은 감이 있어 이란 수비가 달려들었는데, 이니에스타가 이 공을 지켜내면서 좋은 기회가 왔다. 이니에스타는 큰 견제 없이 코스타에게 패스를 넣었고 코스타가 빙글 돌면서 볼 컨트롤을 했다. 이란 수비수 레자이안이 걷어내려던 것이 코스타의 무릎에 맞고 골문 구석을 찔렀다.

다소 운이 따랐지만 스페인이 두드린 결과다. 다양한 공격을 펼쳐 이란의 수비진을 정신없게 했다. 빈틈을 찾아 코스타에게 패스를 투입하며 이란의 골문을 위협한 것 자체가 공격력이었다.

스페인을 만나는 팀은 당연하게 두 줄 수비 전략을 꺼내곤 한다. 난타전으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포르투갈도 기본적으로 4-4-2 포메이션을 세우고 '선 수비 후 역습'을 택했다. 스페인은 포르투갈을 상대로도 3골을 기록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엄청난 활약이 야속했을 뿐이다. 스페인은 더 극단적인 수비를 펼친 이란 골문도 끝내 열었다. 스페인은 조별 리그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수비 축구'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점유하고 패스하는 '티키타카'는 조금 더 진화한 형태로 세계 정상을 노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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