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 인판티노 FIFA 회장을 만난 정몽준 KFA 명예회장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한준 기자]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축구계 현장으로 돌아왔다.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출마를 선언했던 정 회장은 당시 2018년 월드컵 유치에 나선 잉글랜드, 2022년 월드컵 유치에 나선 한국의 담합 등 윤리적 문제가 있다는 조사를 받아 징계를 받아 선거에 나설 수 없었다. 

FIFA 윤리위원회로부터 5년 간 활동 제제 징계를 받았던 정 명예회장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의 판결로 1년 3개월로 제제기간이 줄었으나 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족쇄가 풀렸다. 벌금 징계로 취소됐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가 정 명예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정 명예회장은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를 방문해 18일 한국과 스웨덴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1차전을 관전했고,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을 만나 20여분 간 환담을 나누며 복귀 후 첫 행보를 보였다. 

정 명예회장은 장문의 글을 통해 그동안 활동이 제제되었던 것에 대한 소회와 입장을 장문의 글로 전했다.

“FIFA 윤리위원회(FEC)가 저에 대하여 제기한 소위 "윤리 규정 위반"은 ‘투표 담합(vote trading)’이나 ‘이익 제공(appearance of offering benefits)’과 같이 상당히 심각한 혐의였습니다.”

“FEC는 “조사”의 일환으로 저에게 세 차례에 걸쳐 질문을 보냈습니다. 2014년 4월 14일에는 69개 항목, 2015년 2월 13일에는 50개 항목, 2015년 3월 17일에는 19개 항목의 질문을 보냈습니다. 2015년 2월 저에게 보낸 질문 중 하나는 “영국의 2018월드컵 유치위원장이었던 톰슨이 당신이 2018년 개최국으로 영국에 투표해주면 영국이 2022년 유치국으로 한국을 찍겠다고 ‘투표 담합’을 인정하였는데 톰슨의 진술로 사실이 밝혀져 당신은 놀라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당시 FEC는 분명 저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잡았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증거”를 가지고 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주장한 소위 ‘투표 담합’은 2010년 12월 1일, 제가 영국 집행위원 제프 톰슨과 함께 영국의 윌리엄 왕자의 초청으로 취리히의 보르 오 락(Baur Au Lac) 호텔에 있는 왕자의 스위트 룸을 찾아가 함께 만난 자리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FEC의 주장은 제가 투표 하루 전날 윌리엄 왕자와 캐머런 영국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톰슨과 ‘투표 담합’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FEC에 윌리엄 왕자와 캐머런 총리도 투표담합 혐의로 조사하는지를 물었습니다. 더욱이, 마이클 가르시아 당시 윤리위원장과 톰슨 간의 대화록에 의하면, 톰슨은 저와 본인, 캐머런 총리가 ‘투표담함’에 합의했다고 주장한 바로 그 자리에 정작 윌리엄 왕자가 있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 FEC 조사국은 톰슨과 가르시아의 대화록을 첫 번째 질문 문항들에 대한 첨부 자료로 저한테 보내왔습니다. 그들은 이것이 투표 담합에 대해 반박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증거라고 생각하고 저에게 보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대화록의 같은 부분을 인용하여, 톰슨의 기억에 의문을 제기하고,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을 하자 그들은 제가 대화록을 어떻게 입수했느냐고 오히려 저에게 물어 왔습니다!”

“이익 제공”에 대한 FIFA의 주장은 제가 한국 2022월드컵 유치위원회의 “국제축구기금(GFF)” 제안을 설명하는 편지를 동료 FIFA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것이 문제라는 것이었습니다.2010년 10월 한승주 당시 한국 유치위원장은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축구기금(GFF)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저는 그 이후에 동료 집행위원들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제가 편지에 쓴 내용은 이미 New York Times와 같은 언론사 보도를 통해 충분히 공개된 내용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GFF는 전혀 특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FIFA가 모든 유치 신청국에 요구하는 “축구 발전” 프로그램에 맞추어 제안한 것이었습니다.1995년 한국이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할 당시에도 이러한 맥락에서, 월드컵 예상 수익 3억달러를 FIFA에 발전 기금으로 내놓을 것을 약속했던 바 있습니다. 한국은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자체만도 이미 충분한 영광이라고 생각했고, 따라서 월드컵 경기를 통한 수익을 세계 축구 공동체와 함께 나누고자 했던 것입니다.”

“투표 담합”이나 “이익 제공”을 입증할 아무런 단서도, 논리도 찾지 못하자 “투표 담합” 혐의는 조사국에서 철회되었고, “이익 제공” 혐의는 심판국에서 철회되었습니다.”

“하지만 FEC는 애초부터 근거 없는 잘못된 주장이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수사를 중단하고 사건을 일괄 종결하기는커녕 다른 지엽적인 문제들을 물고 늘어졌습니다. FEC는 2010년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편지가 ‘이익 제공’에 해당된다고 몰아가려다 실패하자, FIFA 편지용지를 사용한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FIFA 부회장 자격으로 한국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는 편지를 쓴 것이 부적절했다는 것입니다.”

“FEC가 주장하는 것처럼, FIFA의 편지용지를 사용해 편지를 보낸다고 해서 FIFA가 자동으로 편지 내용을 "승인"하거나 "보증"하는 것은 아닙니다. 블래터는 FIFA회장용 편지용지를 사용해서 수많은 편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FIFA가 그 내용을 "승인"하거나 "보증"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FIFA 편지용지를 사용하여 생일, 휴가 및 여러 행사에 대한 축하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은 집행위원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있는 관행입니다. 이것을 문제 삼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FEC는 별 효과가 없어 보이자, 이번엔 “조사” 과정에서 제가 절차 위반을 했다는 트집을 잡았습니다. 제가 블래터에게 조사의 부당함에 항의하는 편지를 쓰자, FEC는 저에게 “비밀 준수” 위반으로 “조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심판국은 결정 이유서에 “FIFA의 모든 임직원은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회장에게 편지를 쓸 권리가 있다. (Every official of FIFA has the right to write to the President if he feels that there is a problem that needs to be addressed.)”라고 밝히면서도 제가 블래터에게 보낸 편지들을 문제 삼아 “조사”를 연장했습니다. 이후, CAS는 FEC 주장의 모순을 지적하면서 “신청인(Appellant)은 자신이 보기에 부당하고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생각되는 절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려고 했을 뿐”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저를 끌어내리기 위한 FEC의 허망한 시도는 계속 되었습니다. 저에 대해 당초 15년 제재를 구형했던 FEC는 명예훼손을 이유로 4년 제재를 추가 구형했습니다. 모두 19년 제재를 구형한 것입니다! 제가 FIFA회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윤리위원장 후보를 FIFA회장의 추천(nomination)이 아니라 독립된 별도의 위원회에서 추천토록 하자”는 제안을 선거홍보물에 게재했더니 윤리위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입니다.”

“FEC도 이처럼 터무니 없는 혐의들을 계속 우길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비밀 준수 위반”과 “명예 훼손”혐의는 모두 취하되었습니다. 이것은 저에 대한 조사가 “정치적 동기”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명백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EC는 제가 조사에 “비협조적”(failure to cooprate)이었고, FEC에 답변을 늦게 보냈다면서 문제를 삼았습니다. 당시 저는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여 치열한 경선과 본선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4년 4월, 비극적인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한국은 정치적, 사회적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 304명의 희생자 중 대부분은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들이었습니다. 국가적 비극 사태 속에서 개인적인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FEC가 보낸 69개의 매우 상세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기한보다 15일 늦게 제출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였습니다.” 

“FEC는 답변이 늦었다는 이유로 저에게 5년의 제재를 가했습니다. CAS는 결정문에서 “정 전 부회장이 서면 답변 기한을 약간 넘긴 것은 그보다 훨씬 오랜 기간 동안 이토록 중요한 절차를 지연시킨 FIFA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면서 “이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The pot cannot fairly call the kettle black, especially when it itself is blacker)”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잠시 악명 높은 ISL사건에 대해 말씀 드릴까 합니다. ISL사건은 FEC가 어떻게 고의적으로 FIFA내부의 노골적인 부패 사건을 덮으려고 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2017년 11월 공판 이후 CAS는 2018년 2월 판결을 내렸습니다. 판결문에서 CAS는 FIFA의 주장을 거의 다 기각하고, 저에 대해서 가해졌던 제재들이 “명백하게 그리고 극도로 균형감각을 상실한 것(evidently and grossly disproportionate)”이라고 밝혔습니다. 5년의 제재를 15개월로 줄였고, 이미 2017년 1월부로 저에 대한 제재가 종료되었다고 하였습니다. FIFA가 “비양심적으로” 저에게 부과한 벌금 5만 스위스 프랑도 취소했습니다.”

“낡은 FIFA때문에 고통 받았지만, FIFA에 대한 저의 존경과 애정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제 고통의 기억들을 뒤로 접어두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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