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박감 속에 시작한 경기, 메시는 크로아티아전에서 좌절했다

[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4년 전 브라질월드컵의 브라질선수단처럼, 아르헨티나도 국가 연주부터 압박감을 받았다. 그리고 결과는 동일하게 처참했다. 

국가를 대신해 22명이 잔디에서 뛰기 전, 국가 연주가 울려 퍼진다. 국가마다, 해당 경기가 열리는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 국가 연주 때 반응이 다르곤 하다. 홈팬들이 많이 찾아오는 홈경기나, 대륙 인근에서 열리는 대회 땐 국가 연주 때 열띤 반응이 나타난다. 

예외도 있다. 보통 남미 국가의 팬들은 장소가 어디든 상대가 누구든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국가를 열성적으로 부르곤 한다. 아르헨티나는 월드컵이 열리는 어느 곳이든 수많은 팬들을 대동한다. 축구를 좋아하는 성향과 민족성이 결합돼 국가가 울려 퍼지면 그들의 목소리도 폭발한다. 

세계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를 보유한 팀, 지난 2014년 브라질월드컵 준우승인 팀이니 그럴 자격이 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선수단에 갖는 기대감이 클수록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감도 극도로 커진다. 이미 조별리그 1차전 아이슬란드를 상대로 1-1로 비기며 불안한 출발을 했기 때문에 더 그랬다. 

▲ 국가 연주가 울려퍼지는 상황, 마스체라노의 눈시울은 붉었고, 메시는 얼굴을 감싸쥐었다 ⓒMBC 중계화면 캡쳐

크로아티아와 경기. 국가가 울리는 동안 선수단을 훑고 지나가는 카메라 앵글엔 과묵한 표정이라기엔 울먹이는 선수단의 얼굴이 포착됐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의 눈시울은 붉었고, 주장 메시는 머리를 감싸쥐며 초조한 기색을 보였다. 

남미의 '전술가' 호르헤 삼파올리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팀 감독도 초조한 행색은 감추지 못했다. 삼파올리 감독은 변칙적인 시도했지만, 심리적 압박 탓일까. 전반부터 수비에 실수가 있었고, 결국 후반 8분엔 윌리 카바예로 골키퍼가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동료의 치명적인 실수로 실점한 아르헨티나 선수단의 망연자실한 표정. 이어 곤살로 이과인, 파울로 디발라처럼 이름값 있는 선수가 연달아 투입됐지만 오히려 2골을 더 얻어맞았다. 그때마다 카메라는 애속하게 메시의 찌푸린 얼굴을 비췄다. 

한준희 KBS축구해설위원은 "메시가 2명 있어도 힘들다"며 경기 소감을 담담하게 말했다. 

▲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개최국 브라질은 준결승에서 압박감을 이기지 못했다.
▲ 준결승 완패 이후 낙담한 브라질 팬들

축구엔 변수가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선수단의 심리 상태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르헨티나 선수단이 경기 전부터 정당하게 싸울 수 있는 심리 상태였다고 묻는다면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메시를 비롯한 황금 세대는 3년 연속 준우승에 그치면서 이미 마음이 타버렸다. 심리적 압박감이 큰 상태였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준결승.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여섯 번째 월드컵에서 우승을 바라는 브라질 국민의 기대와 염원이 컸다. 브라질 선수단은 심리치료사를 동행하면서 대회를 준비했는데, 결승에 오르기 딱 한 걸음 전 처참하게 무너졌다. 

당시에도 브라질 선수단은 국가 연주가 울릴 때 '에이스' 네이마르가 부재 속에 여러 선수가 눈물을 머금고 국가를 불렀다. 심리적으로 압박감 속에 시작한 준결승전, 결국 독일에 1-7로 대패했다. 

당시의 브라질과 이번 아르헨티나 선수단의 인상이 오버랩되는 이유는 뭘까.

아르헨티나는 오는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3차전을 이겨도, 조별 내 다른 경기 결과에 따라 조기 탈락도 가능한 상황이다. 1, 2차전에 누적된 압박감이 3차전엔 더 치명적으로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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