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격 축구로 맞섰지만 미치지 못했던 한국. 4-4-2를 조금 더 갈고닦았다면 어땠을까.
▲ 공격 축구로 맞섰지만 미치지 못했던 한국. 4-4-2를 조금 더 갈고닦았다면 어땠을까.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맞춤 전술보다 우리 스스로에 조금 더 집중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한국은 24일(한국 시간) 러시아 로스터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 리그 2차전에서 멕시코의 1-2로 패했다. 2연패를 거뒀다. 마지막 독일전에서 승리한다면 실낱같은 16강 희망을 볼 수 있지만, 스웨덴이 멕시코에 패하는 상황이 있어야 한다. 자력 진출은 좌절된 상황이다.

◆ 크게 달랐던 스웨덴-멕시코전

결과는 패배로 같았지만 2경기의 양상은 판이하게 달랐다. 스웨덴전에선 무기력했다. '스웨덴 대응책'만 확인했다. 평소 공격적인 경기를 즐기는 신 감독 스타일은 없었다. 강조했던 돌려치기도 실종됐다. 전반 15분께까지 김신욱에게 롱패스하고 세컨드볼 싸움을 하면서 스웨덴을 당황케했지만 그 뿐이었다. 이후엔 수비적으로 내려 앉았다. 수비 전술도 결국 승리하기 위한 포석이지만 한국은 그저 수비만 했다. '승부수'로 준비했다는 '선 수비 후 역습'에서 '역습'을 찾기 어려웠다. 손흥민이 전방으로 뛸 때 기대감이 일었지만 그마저도 전반에 2차례 정도 뿐이었다.

스웨덴스포츠 매체 풋볼스카날렌에 따르면 스웨덴 전 공격수 헨릭 라르손은 한국-스웨덴전 직후 ITV에 출연해 "한국은 매우 좋지 않았다(Very Bad). 그들은 마지막 10분 전까지, 아무 것도 한 게 없었다"고 평가했다.

멕시코전에선 한국이 잘하는 경기를 들고 나왔다. 경기력에선 훨씬 짜임새가 있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멕시코전이 끝으로 향하는 시점 "왜 스웨덴전에 이렇게 못했나요"라며 아쉬워했다. 한국다운 경기력을 뽐냈기 때문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멕시코전에 지난해부터 갈고 닦았던 4-4-2 전술을 들고 나왔다. 4-4-2는 수비와 미드필더 간격을 좁히기 좋고 역습에 특화된 전술이다. 약팀이 강팀을 상대하기에 적합한 전술로 꼽힌다. 두 줄 수비가 힘을 발휘했다. 한국은 간격을 좁혀 기술이 뛰어나고 발이 빠른 멕시코가 달릴 공간을 주지 않았다. '선 수비 후 역습'이 됐다. 손흥민이 여러 차례 수비 뒤 공간을 공략했다. 비록 실수로 무너졌지만 한국은 멕시코를 여러 차례 위협했다. 스웨덴전에 비하면 분명 희망적인 경기력이었다.

▲ 선제골까지 넣으며 독일을 괴롭힌 스웨덴. 토이보넨.

◆ 플랜A로 독일 괴롭힌 스웨덴

스웨덴이 독일을 괴롭히면서 한국의 경기 운영에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스웨덴은 신체 조건이 뛰어나고 선이 굵은 축구를 한다. 높이와 힘에서 장점이 있고, 역습으로 득점하는 것이 패턴이다. 

한국이 수비적으로 물러났지만 스웨덴은 스웨덴다운 경기 운영을 계속했다. 공격적으로 크로스를 적극 활용하고 수비 뒤로 공을 투입해 다투면서 한국을 공략했다. 그리고 역습 상황을 살려 페널티킥을 얻었다. 실리적인 경기 운영을 잘하는 스웨덴다운 1-0 승리였다.

독일전에선 달랐다. 1차전에서 멕시코에 0-1로 패하면서 갈 길이 급했던 독일의 상황을 영리하게 이용했다. 4-4-2 포메이션으로 단단하게 버티면서 독일이 조급해지길 기다렸다가 역습으로 독일을 괴롭혔다. 전반 32분 올라 토이보넨이 선제골을 기록했고, 후반 추가 시간까지 1-1로 지키면서 경기를 잘 운영했다. 마지막 순간 세트피스에서 토니 크로스에게 실점했지만 스웨덴의 경기력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했다.

▲ 아쉬움에 포옹하는 손흥민과 황희찬.

◆ '한국답게' 싸웠다면 어땠을까

한국은 절대 열세의 팀이다. FIFA랭킹만 따져도 그렇다. 6월 현재 랭킹으로 보면 독일은 1위, 멕시코는 15위, 스웨덴은 24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순위는 57위다. 한참 떨어지는 순위다.

한국은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에 있다. 영리하게 싸워야 했다. 절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급조한 '맞춤 전술'은 독이 돼 돌아왔다. 차라리 스웨덴이 그랬듯, 한국다운 장점을 극대화해 상대를 괴롭히는 게 현명한 방책일 수 있었다. 모든 것이 '결과론'이지만 스웨덴전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공격을 펼쳤다면'이란 가정을 하게 되는 상황이다.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도 스웨덴전을 마친 뒤 "우리가 약팀이라고 하니까 감독이 소극적이고 골을 안 먹고 후반에 승부를 보려고 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가진 능력이 있는데 그걸 못 보여준 것. 소극적으로 한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성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자리'에서 한국은 패배를 거두면서 하나 교훈을 얻었다. '나'를 잃고 나면 '적'도 상대할 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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