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로아티아전에서 맹활약한 슈마이켈
[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처음에는 '호부견자'(부모만한 자식 없다)인 줄 알았다. 하지만 '부전자전'(뛰어난 부모 밑의 뛰어난 자식)이다. 카스퍼 슈마이켈(덴마크)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실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냈다.

슈마이켈은 2일(한국 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16강 크로아티아와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선방쇼를 펼쳤다. 비록 팀은 1-1로 비기고, 승부차기에서 2-3으로 패했으나 슈마이켈은 연장 후반 페널티킥을 줘 패배 직전에 몰린 상황에서 키커로 나선 모드리치의 슈팅을 막고, 승부차기에서는 2개를 막으며 활약했다. 크로아티아 골키퍼 다니엘 수바시치가 승부차기에서 3개를 막아 8강 진출은 크로아티아가 했지만 슈마이켈의 선방이 없었다면 덴마크는 애초에 승부차기로 가지 못했다.

슈마이켈의 아버지는 피터 슈마이켈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전설적인 골키퍼다. 맨유는 물론 덴마크 국가 대표로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다. 슈마이켈은 그의 아들이다. 하지만 아버지 만한 아들 없다고 늘 아버지의 그늘에, 그리고 늘 비교를 당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실력으로 당당히 일어섰다.

선수생활 내내 슈마이켈은 늘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있었다. 아버지가 뛴 맨유의 라이벌 팀인 맨체스터 시티(피터 슈마이켈은 선수 생활 말년에 맨시티에서 잠시 뛰었다) 유소년 팀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지만 경쟁에 밀려 임대를 전전했다. 아버지와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진다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슈마이켈은 출전을 위해 노츠카운티로 이적했다. 당시 노츠카운티는 4부 리그 소속으로 아버지의 명성을 따라가기엔 부족했다.

이후 리즈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슈마이켈은 2011년 레스터 시티로 이적한다. 그리고 이 이적이 그의 축구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 '왕위를 계승 중입니다. 아버지'
레스터의 1부 리그 승격을 이끈 슈마이켈은 2015-16시즌에도 변함 없이 주전으로 활약했고,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레스터의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평가가 바뀌기 시작했다. '역시 아버지와 비교하면 못하구나'에서 '아버지 못지않구나'라는 시선으로 바뀌었다.

이후에도 슈마이켈은 활약을 이어나갔고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그 활약에 정점을 찍었다. 조별 리그에서 조현우(한국)와 더불어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친 골키퍼로 꼽혔다 . 조별 리그 골키퍼 중 선방수 1위다.

그리고 16강에서 엄청난 선방쇼로 덴마크를 8강 문턱까지 이끌었다. 덴마크는 슈마이켈 덕분에 승부차기까지 갔다. 연장 후반 모드리치의 페널티킥을 쳐낸 것도 아니고 잡았다. 모드리치기 딱히 못 찬 것도 아니었다. 구석으로 낮게 잘 깔아 찼으나 슈마이켈이 말 그대로 '선방'을 했다. 이 선방 덕분에 덴마크는 승부차기까지 갈 수 있었다. 

특히 이날 경기는 아버지 피터 슈마이켈도 경기장에서 직접 관전했다. 피터 슈마이켈은 아들이 선방을 할 때마다 아이처럼 좋아하며 흐뭇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비록 덴마크는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서 슈마이켈은 아버지 못지않은 월드클래스 골키퍼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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