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글 한준 기자, 영상 임창만 기자]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는 투혼의 부활을 알렸다. 스타도 탄생했다. 기대가 컸던 손흥민이 넣고, 깜짝 선발 조현우가 막았다. 그 중에도 가장 극적인 스타는 넣고 막고를 혼자 다한 수비수 김영권(28, 광저우 헝다)이었다. 1년 전 비난의 중심에 있던 김영권은, 월드컵이 끝난 뒤 ‘킹(King) 영권’이 됐다.신태용 감독이 대회 전 말한 ‘통쾌한 반란’의 주인공이었다. 스포티비뉴스는 러시아에서 돌아온 김영권을 단독으로 만났다. 김영권의 입을 통해 드라마틱한 1년 풀스토리를 전한다.
① ‘와신상담’ 김영권, “비난보다 대표팀 탈락이 힘들었다”
② ‘베르통권’ 김영권은 정말로 베르통언을 연구했다
③ ‘킹영권’ 김영권, “까방권 지키고파…유럽 도전 준비 중”
④ 김영권의 후일담 “가장 막기 어려웠던 선수는 외질”
“지난 1년간 많이 힘들었다.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것은 대표팀에서 빠졌던 것이다. 그게 가장 힘들었다.”
김영권은 우리 생각보다 '태극마크'가 더 간절했다. 돈을 따라 중국에 갔다는 편견 속에 살아온 김영권은, 자신의 의지와 선택의 순수성을 그라운드 위에서 증명했다. 그에게 가장 아픈 것은, 자신을 증명할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는 천신만고 끝에 그 기회를 붙잡았다.
현대 축구에서 선수들을 괴롭히는 또다른 적은 ‘악플’이다. 대표팀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 기간 SNS 금지령을 받았고, 기사 댓글을 보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의리 논란' 이후, 대표팀에 대한 국민 여론은 냉소적이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참가했던 선수들은, 그 아픔을 오롯이 안고 처절하게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 임했다.
수비수 김영권은 지난 1년간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낸 선수다. 지난해 8월 신태용 감독 부임 후 1기 대표팀에 기성용의 부상으로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한 김영권은, 이란과 홈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뒤 “관중의 소리가 커 소통이 어려웠다”고 발언해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당시 김영권은 훈련을 하면서 신예 수비수 김민재와 소통을 강조해 준비했는데 잘 되지 않아 아쉬웠다는 점을 말하다 오해를 샀다.
그 뒤로 김영권은 시련의 시간을 보냈다. 부상 후유증과 중국 슈퍼리그의 아시아쿼터 폐지로 최상의 경기 감각을 유지하지 못했고, 비난에 위축됐다. 결국 11월 A매치에 주전 입지가 흔들렸고, 12월 동아시안컵 명단에서 빠졌다. 1월 터키 전지훈련에서 다시 테스트를 받았으나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본선 멤버 윤곽이 드러난 3월 유럽 원정 A매치에 소집되지 못했다. 김영권은 러시아와 멀어지고 있었다.
“너무 힘든 시기였다. 나 스스로. 슬럼프 아닌 슬럼프도 왔다. 너무 많은 일이 있었는데 가장 힘들었던 건 대표팀에 빠진 것이었다. 가장 많은 비난도 받았고 어떻게 극복할지 많은 생각을 했고, 대표팀에 대한 걸 이제 내려놓을 때가 됐나도 생각했다. 그 지난 1년은 많이 힘들었다.”
김영권은 비난보다 힘든 것이 대표 팀에서 제외된 것이었다고 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처절한 경기를 했던 김영권. 벨기에와 당시 3차전을 마친 뒤 믹스트존에서 기자와 만난 김영권의 얼굴은 상처투성이었는데, 벌겋게 충혈된, 물기 어린 눈망울이 더 아파 보였다.
◆ 4년 전 브라질, 김영권은 자신이 너무 모자라서 울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독일전을 마치고도 김영권은 울었다. 이번 눈물은 의미가 달랐다. 2연패로 궁지에 몰렸던 대표팀은 독일을 2-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고, 김영권이 선제골을 넣었다. 김영권은 수비와 공격 모두 완벽한 경기를 했다. 경기 최우수선수는 골키퍼 조현우였지만, 김영권의 비중은 그에 뒤지지 않았다.
김영권에게 물었다.
-두번째 월드컵이었다. 벨기에전 때도 울었고, 독일전 때도 울었다. 4년 사이 본인은 얼마나 달라졌나?
“4년 전에는 내가 한없이 많이 부족함을 느꼈다. 준비가 안돼 있었다. 돌아보면, 나 스스로 많이 모자라다는 걸 많이 느껴서 서러웠고 아쉬움에 대한 눈물이 가장 많았다. 이번에는 그래도 결과야 16강에 못 올라간 너무 큰 아쉬움의 눈물이 섞여 있었고 개인적으로 힘들었는데 그 힘든 것들이 비워지는 것 같아서, 그 힘든 게 생각나서 울컥했다.”
세월은 쏜살같이 간다. 브라질월드컵이 엊그제 같은데, 사진을 보니 김영권은 겉모습도 경기력도 4년 사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4년 전 경험은, 대표선수들을 분명 더 강하게 단련해줬다. 그때의 경험 이후, 지난 4년간 선수들 스스로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이기도 하다. 김영권은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강해질 수 있었다고 했다.
-두 대회 모두 대회 전부터 비난도 심하고 부담도 컸다. 4년 전의 경험은 어떻게 도움이 됐나?
“너무 많은 도움이 됐다. 월드컵을 경험하고 안 하고 차이는 정말 큰 거 같다. 가장 큰 건 멘털적 부분이다. 이 대회를 언제부터, 어떤 식으로 준비하고 무슨 마음가짐으로 나가야 할지부터 시작해서 과정부터 4년 전 브라질월드컵이랑 이번 러시아월드컵이랑 차이가 있었다.”
대표팀에서 제외되고, 4년 전 설움을 풀 기회를 얻지 못하리란 불안감 속에도, 김영권은 자신을 단련하는데 소홀하지 않았다. 김민재의 부상이라는 대표팀의 돌발 악재는, 쓰린 말이지만 김영권에게 기회가 됐다.
하지만 이 기회를 전화위복으로 만든 것은, 오롯이 김영권의 노력 덕분이다. 김영권은 소속팀에서 치르는 모든 경기를 월드컵이라고 생각하고 전력을 쏟았다. 그 감각이 월드컵 본선 경기에서 발휘됐다.
-사실 지난 10월과 11월 A매치 당시엔 몸도 무거워 보였고 표정도 어두웠다. 윙백으로 뛰기도 했고. 가장 큰 어려움은 뭐였나? 12월 동아시안컵에 못 뽑혔을 때 월드컵에 못갈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을 것 같다. 결국 본선은 최고의 몸 상태로 나섰다. 어떻게 극복했나?
“일단 제가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면서 3월 유럽 원정도 못 갔다. 그래도 월드컵을 계속 준비는 하고 있었다. 못 간다고 생각했지만 준비는 계속 했다. 민재가 다치는 바람에 기회가 와서 들어가게 됐는데, 6개월 동안 항상 운동이라든지 소속팀에서 경기를 하든지 월드컵이라고 생각하고 항상 경기에 나갔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하다 보니 좋은 기회가 와서 잘 마무리했다.”
스포티비뉴스는 대표팀의 월드컵 준비 과정을 현지에서 밀착취재했다. 본선 첫 경기를 치르기 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베이스캠프에서 만난 김영권은, ‘어차피 3패’라는 비관적 여론과 관계없이 자신감이 충만한 표정으로 인터뷰를 해서 큰 인상을 남겼다. 환하게 웃던 김영권은, 여전히 팬들의 의심을 받고 있었지만 경기장 위에서 실력으로 ‘근자감’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
-훈련장에서 기자회견 때부터 표정이 좋았다. 본인 몸 상태나, 준비 상황에서 이미 자신감이 있었나?
“나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월드컵을 준비했고, (장)현수랑 많은 얘기도 나눴고. 그런 부분도 있지만 가장 큰 건 마음을 비운 거다. 즐겁게 하자, 즐기자는 마음으로 월드컵 경기에 나갔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나도 월드컵을 즐기고 싶었는데, 즐기자고 마음 먹는다고 즐겨지지 않더라”고 고백했다. 김영권은 즐기자는 마음이라고 했지만, 출사표를 ‘생즉사 사즉생’이라고 내걸었다. 죽기 살기로 뛰겠다고 각오했고, 실제 경기에서 온 몸을 던졌다.
◆ 월드컵 1년 전, 김영권은 9개월짜리 부상에서 돌아와 '악전고투'했다.
무식하게 던진 게 아니다. 던져야 할 때 던졌고, 영리하고 치밀하게 수비했다. 김영권의 집중력은 비상했다. 그 집중력과 의지가 독일전의 골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본래 수비는 궂은 일을 하느라 스포트 라이트를 받기 어렵다. 골 세리머니 기회도 거의 없다.
하지만 김영권은 이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골을 넣었고, 준비한 것처럼 멋진 골 세리머니까지 펼쳤다. 마치 지난 1년이 김영권의 반전을 위해 준비된 각본처럼 보였다.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취소됐던 골이 VAR로 복권된 상황마저, 김영권의 지난 1년을 압축한 것처럼 여겨졌다.
- VAR 때문에 골 세리머니를 하다가 김이 샜을 것 같다. 다시 확정됐을 때 느낌은? 기자석에서도 소름이 돋았는데, 아직 생생한가?
“사실 김이 너무 많이 샜다. 딱 진짜 그대로 골로 연결됐으면 가장 좋았을 텐데, 오프사이드 판정이 났을 때 아쉬움이 너무 컸다. VAR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심판에게 어필도 한 번 했는데, VAR로 연결이 됐고, 골까지 인정되어서 기분 좋았다. 나도 골이 들어간 순간 소름이 돋았다. 머리카락이 막 서더라. 많이 소름 돋으면서 골 세리머니를 했다. 내 인생에 가장 의미가 있는 골이라고 생각이 든다.”
-가족의 이름을 새긴 문신에 키스한 골 세리머니는 미리 생각해뒀던 것인가?
“원래 골 세리머니는 준비를 안 했다. 그런데 월드컵 경기이다 보니까…. 혹시 나도 골을 넣으면 세리머니 해볼까 생각을 하긴 했다. 그래서 (팔에) 문구(와이프와 아기 이름이 있다. 이 글귀를 내 가슴 속에 항상 지니고 있겠다는 뜻이다)를 새긴 아기와 와이프에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하게 됐다.”
김영권의 골은, 감독의 주문으로 이뤄진 약속된 플레이는 아니었다. 선수들이 서로 힘들 때 내가 대신 한 발 더 뛰자는 동료애로 똘똘 뭉친 결과다. 후반 중반 이후 전방 수비에 역습 스프린트로 지친 공격수들의 힘이 빠지자 수비수인 장현수와 김영권이 너나 할 것 없이 치고 올라가 기회를 만들었다. 장현수의 오버래핑이 끌어낸 코너킥 기회를 김영권이 마무리했다.
-골 장면 외에도 공격적으로 올라가고 의욕도 보였다. 본능적으로 한 것인가? 감독의 주문이었나?
“그 상황에 다른 선수들보다 체력이 남아있는 상태라고 판단했다. 다른 선수들이 못 올라가는게 보여서…. 내가 덜 힘드니까 더 올라가자는 생각으로 움직였다 .감독님 주문은 따로 없었다. 내가 한발 더 도와주자는 생각으로 왔다 갔다 했다.”
김영권은 연령별 대표를 두루 거쳤고, 2010년에 A매치에 데뷔해 9년 차를 맞이한 베테랑이다. 만 28세인 김영권에게 독일전은 56번째 A매치였다. 김영권에게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 3경기는, 그가 축구를 시작한 이래 최고의 경기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벽에 가까운 수비, 킬러 패스로 이어진 빌드업에 골까지 넣었다. 유럽 클럽의 러브콜이 쏟아질 정도로 김영권의 경기력은 빼어났다.
-이번 대회에서 개인적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보였다고 생각하나?
“나도 사실 이제까지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경기력이 많이 안 좋은 게 사실이라고, 나도 내 경기를 보면서 느꼈다. 이번 월드컵 경기에 들어가면서 경기력이 나도 모르게 올라온 상태였다. 사실 나 자신도 좀 놀랐다. 이런 경기력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마음을 비웠지만, 준비 과정에서 이것 하나만 바라보고 준비했기 때문에…. 좋은 경기력이 나온 거 같다.”
김영권은 비웠지만 집중했다. 비웠기에 잡념이 없었을 수 있다. 지난 1년의 굴곡 와중에 사람들이 잘 알지 못했던 김영권의 아픔도 있었다.
김영권은 2016년 9월 정강이뼈를 크게 다쳐 9개월 동안 재활해야 했다. 사실상 부상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린 상황. 김영권에게 불행 중 다행이었던 것은 월드컵을 1년 앞두고 부상에서 돌아온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김영권의 지난 1년간 경기력은 둘쑥날쑥했다. 김영권은 원점에서 시작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사실 큰 부상이 있었고, 그 뒤로 어려움을 겪었다. 부상의 여파가 컸을까?
“그렇다. 아무래도 큰 부상이 와서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월드컵이 부상 복귀하고 딱 1년 후인데, 1년 동안 어떻게든 몸 상태를 끌어올려보려고 노력했다. 부상에서 회복한 6월이 딱 1년 전이었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1년간 (재활하며) 노력했다. 그런데 내 마음대로 모든 게 안 되어서…. 몸도 안 따라주고 생각대로 플레이가 안되니까 스스로 너무 답답했다.”
1년의 담금질 끝에 김영권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을 맞아 최고의 컨디션을 찾는 데 성공했다. 꼭 필요한 순간에 사이클이 올라왔다. 어쩌면 도중에 대표팀에서 떨어져 있던 시간 정신적, 신체적 압박감을 덜어내고 자신을 채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비웠다는 김영권은, 최고의 컨디션을 바탕으로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수비 시 공만 커트하고 위기 상황에서 무리없이 잘라내더라. 수비 비결은 집중력인가? 비디오로 연구한 부분이 컸나?
“물론 비디오도 많은 도움이 됐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 순간 순간에 쥐어짜내던 집중력인 거 같다. 그 순간 정말 1cm, 2cm, 1초, 2초만 늦어도 변수가 생긴다.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됐다. 정말 집중을 많이 했다.”
◆ 김영권이 장현수에게, "여기서 포기하지 말자. 뒤집을 수 있다"
김영권의 수비 파트너 장현수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이 첫 월드컵이었다. 마치 온갖 비난을 받던 김영권처럼, 실수와 자책으로 얼룩진 대회를 치렀다. 김영권은 멕시코와 2차전에 페널티킥을 내주고 자책하던 장현수를 일으켜 세웠다. 그의 얼굴을 감싸쥐고 기를 불어 넣었다.
-멕시코전 당시 장현수의 얼굴을 감싸주고 달래던 모습이 인상깊다. 그때 무슨 얘기를 해줬나
“당시 경기가 전반전이었고, PK를 내줬는데, 현수가 많이 아쉬워 하더라. 나도 현수의 마음을 안다. 그런 상황을 겪어봤고, 나도 비판을 많이 받아본 상태였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말은, ‘여기서 포기하지 말자’고. ‘물론 우리 한 골 먹었지만, 네가 경기력을 끌어올리게 도와줄 테니까 하고 싶은 대로 최선 다해서 경기하라’는 것이었다. ‘뒤집을 수 있다’, 그런 얘기를 했다. 잠시 흔들리는 모습이 나왔지만 조금씩 잡아가는 걸 보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느새 대표팀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도 해내기 시작한 김영권은, 1년 전 어색했던 주장 완정이 어울리는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대표팀은 은퇴를 고민 중인 기성용은 김영권의 인스타그램에 앞으로 팀을 잘 이끌어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김영권은 대표팀의 차기 주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주장을 잠시 해봤는데, 기성용이 팀을 잘 이끌어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다시 주장을 해볼 자신이 생겼나?
“개인적으론 성용이 형 (구)자철이 형이나 은퇴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사실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들이고 형들이다. 끝까지 더해주면 좋겠지만 그건 내가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쉽지만 사실 앞으로가 가장 중요하다. 어쨌든 남은 선수들이 해야 하고 대표팀에 들어오는 선수들이 해야 한다. 그 선수들이 이 월드컵을 통해서 많은 걸 배웠다고 느꼈고, 그 경험을 통해 아시안컵을 준비하면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영권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경기력으로 월드컵을 치렀지만, 여기서 안주해선 안된다고 자신을 채찍질했다. 선전이 아니라 승리를 꿈꾸고 있다.
-개인적으로 더 보완하고 싶은 부분은?
“월드컵을 경험하면서, 정말 세계적인 선수들이랑 뛰면서, 조금 더 여기서 멈추지 말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물론 경기력이 많이 올라온 상태였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이 세계적인 선수들을 제압할 수 있는 정도로 올라서야겠다고 한번 더 느꼈다.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1년만에 비난의 중심에서 갈채의 중심에 선 김영권. 그의 솔직한 심정은 어떨까?
-팬들의 반응이 크게 달라졌는데, 그래도 서운하지 않나?
“고맙다고 생각한다. 비난이든 칭찬이든, 내가 비난받았기 때문에 (문제점을) 없애려고 노력했던 거고, 그 비난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발전하지 못했을 수 있다. 비난이든 칭찬이든 내게 약이 된다고 생각하고 항상 유념하고 경기한다. 다 고맙게 느끼고 있다.”
대회가 끝났지만 인터뷰와 각종 행사 일정으로 제대로 쉬지 못한 김영권은, 중국에 머무르고 있는 아내와 아이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 “4일의 휴가가 남았다”는 김영권. 혼신을 다한 그에게 부족한 포상이다.
“부모님을 만나고 동생이랑 같이 식사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그런데 아직 와이프랑 애기를 못 만났다. 중국에 있어서 그게 아쉽다. 들어가서 만날 예정이다. 계림을 방문해 4일간 휴가를 보내고 팀에 합류할 것 같다.”
팔에 새긴 아내와 아이의 이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김영권은 환하게 웃었다.
팔에 새긴 아내와 아이의 이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김영권은 환하게 웃었다.
인터뷰=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②편에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