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훈이 바깥쪽 공을 밀어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몸의 스피드가 떨어지면 은퇴할 때가 됐다는 소리다."

많은 트레이닝 파트 코치들이 하는 말이다. 단순히 투수의 스피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공에 따라 반응하는 타자들의 속도도 여기에 포함된다. "패스트볼에 더 이상 반응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은퇴를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해 LG에서 방출된 정성훈은 매우 아까운 요원이었다. KIA가 1억 원이라는 헐값(?)에 잡을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다. 정성훈은 몸의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은 선수였기 때문이다.

패스트볼에 대한 타율을 살펴보면 정성훈이 아직 가치가 남아 있는 선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성훈은 지난해 패스트볼 타율이 3할7푼8리나 됐다. 슬라이더에만 조금 약점을 보였을 뿐 대부분 구종에서 좋은 반응을 보였다.

빠른 볼에 대한 대응력 또한 살아 있었다. KBO 리그 투수들의 패스트볼이 가장 많이 형성되는 시속 140km~ 145km구간에서 4할1푼9리라는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한국에서 어지간히 빠른 공으로는 정성훈을 잡지 못했다는 뜻이다.

145km~150km구간의 공에 대해서도 3할6푼7리로 좋은 타구를 많이 만들어 냈다. 155km가 넘는 공에 대한 대응력까지 보여 줬다. 정성훈의 몸이 가진 스피드가 살아 있다는 걸 보여 주는 수치다.

발사 각도도 이상적이다. 평균 13.44도의 패스트볼 타구 발사각을 만들었다. 메이저리그 평균 발사각은 12.75도다.

이 같은 능력은 올 시즌에도 이어지고 있다. 정성훈은 패스트볼 타율이 3할2푼7리로 수준급이다. 이런 패스트볼 대처 능력을 앞세워 정성훈은 타율 3할6푼4리의 고공 행진을 하고 있으며 노련한 경험을 바탕으로 출루율 4할2푼3리 장타율 5할5푼1리로 이른바 3-4-5 시즌을 만들어 가고 있다.  

팀이 꼭 필요로 할 때 한 방씩을 쳐 주며 소금 같은 몫을 하고 있다. 득점권 타율은 3할6푼1리이며 주자가 있을 땐 3할3푼3리를 쳤다.

또한 7회 이후 승부처에서 3할8푼8리의 고타율을 기록 중이고 2아웃 이후에도 3할7푼2리로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다.

거센 세대교체의 바람에 휘청이고 있는 한국 프로 야구다. 그러나 베테랑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체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걸 정성훈이 증명하고 있다. 스피드가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해 온 선수라면 다시 한번 살펴보고 또 한번 더 기회를 주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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