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영상 이강유·김태홍 기자] 주세종은 러시아에 가서 드디어 우물 밖을 봤다.

'스포티비뉴스'는 지난 5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주세종과 인터뷰를 나눴다. 주세종은 이제 홀가분한 표정으로 월드컵 도전기를 설명했다.

주세종은 조별 리그 3차전 독일과 경기에서 손흥민의 골을 도우면서 월드컵에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에게 가장 크게 기억에 새겨진 경기는 멕시코전이었다. 한 수 위의 기술과 예상할 수 없는 플레이 때문에, 주세종은 밤잠도 못 이루고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18년 축구하며 쌓은 노하우가 먹히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멕시코전을 마치고 나선 "독일이든, 프랑스든 도전해보고 싶었다"면서 그의 마음고생과 투쟁심을 내비쳤다.

발전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현재 위치를 아는 것이다. 세계적 수준을 확인하고 돌아온 주세종은 "많이 혼나고 온 기분"이라며 경기에 나가고 싶어 몸이 근질거린다고 한다.

다음은 주세종과 일문일답.


멕시코전에서도 고전한 것 같아요.
저도 인터넷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개인적으론 안 좋은 글도 좀 봤어요. '안 보였다'고 많이들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보실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멕시코는 빠르고 역습이 좋은 팀이고 개인기 좋은 선수들이 많아요. 저랑 성용이 형은 안정적으로 하자고 했어요. 공을 빼앗으면 흥민이, 희찬이, 선민이한테 넘겨주자. 그 3명이 해결하게 하자고 준비를 했어요. '긴장한 것 같았다'고 하시지만, 감독님이 원하시는 플레이를 그대로 했고 100% 만족은 아니지만 준비한 경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게 역습해서 이겼으면 저한테도 좋은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었겠죠.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이기면 모든 선수들이 주목받고, 이기지 못하면 또 좋은 이야기를 못 들으니까요. '아쉽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멕시코는 강팀이죠?
독일도 잡았던 게 빠른 선수가 많고 역습이 좋고 기술도 좋았기 때문이에요. 저희가 상대해 본 팀들 중엔 확실히 좋은 팀이었어요.

독일이 더 강한 팀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월드컵 경기였습니다. 좀 다르던가요?
K리그에서도 첫 경기에서 제일 중요하고, 또 긴장되는 경기였어요. 월드컵 첫 경기엔 굉장히 긴장이 많았어요. 독일전에선 교체로 투입돼 호흡이 안 터져서 힘들었어요. 그 순간만 지나고 나니 볼을 다룰 때 멕시코전보다 더 여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다음 월드컵에서 그런 경험이 도움이 되겠네요?
다음 월드컵도 준비하고 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생각입니다. (기)성용이 형이나 (구)자철이 형이 처음 나가는 선수들에게 조언이나 경험담을 많이 말해줬어요. 제가 또 나가게 된다면 처음 나가는 선수들이 있을 것이고, 저 역시 경험을 살린다면 처음 나간 것보단 훨씬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이번 월드컵이 어떻게 남을까요?
'아직도 배울 게 많다, 부족한 점도 많다' 싶어요.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어요. K리그에서는 어느 정도 선수는 되겠지만, 최고의 선수는 되지 못하겠다 싶어요. 많이 혼나고 온 기분이에요. 학교 다닐 때 선생님한테 가서 '넌 이게 부족해'라고요.

▲ 충격으로 남은 멕시코전.

한국 축구가 더 발전하기 위해선 '세밀한 것'이 중요하다고 했어요. 조금 더 상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독일처럼 상대를 몰아넣고 축구할 순 없잖아요. 멕시코가 독일과 경기한 걸 보면, 멕시코가 독일의 공격을 차단한 뒤엔 많은 선수들이 전방으로 침투하고 또 패스가 정확히 들어가다보니 독일 선수들이 당황하거든요. (독일이) 올라갔다가 긴 거리를 내려오면서 체력이 떨어져서 멕시코가 좋은 경기를 했잖아요. 세계적인 팀들이랑 만나면 수비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대신 빠른 선수들은 보유하고 있으니 패스가 정확히 들어가면 1대1 돌파를 하든 아니면 밀고 올라오면서 찬스를 만들어야 해요. 그런데 커트하면 전방을 보다가 다시 공을 빼앗기거나, 패스가 짧거나 길어서 다시 수비하는 경우가 많아요. 공을 빼앗은 뒤 정확히 줄 수 있는지에 따라 경기력이 발전할 수 있는지, 없는지 달라질 것 같아요.

역습할 때 전방의 선수들, 특히 손흥민, 황희찬 두 선수에게 의존하는 경향을 느꼈어요. 부족하다는 '전환' 개념엔 공을 빼앗은 선수, 전방에 있는 선수 외에 다른 선수들도 포함되는 게 맞나요?
빠른 선수들에게 공이 투입되면 다같이 빠르게 라인을 올리면서 도와줘야 해요. 아니면 슈팅을 시도해서 흐르더라도 다시 공격할 수 있는건데, 멕시코전에선 흥민이나 희찬이 속도를 나머지 선수들이 따라가지 못했어요. 조직적으로 준비하면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훈련으로 나아질 수 있는 게 맞나요?
네, 충분히 훈련하고 발을 맞춰보면 가능할 것 같아요. 좋은 팀들은 공격을 하다가 빼앗겼을 때 바로 빠르게 압박해요. 그순간에 정말 판단하기 어려워요. 훈련을 많이 해도 둘러싸이는 게 많아요. 보지 않고도 여기는 누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발을 맞추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프로 선수로 매번 치열한 경기를 치르는데도, 새롭게 보이는 점이 있던가요? 더 강한 상대를 만나보면요.
맞아요. 개인적으로 멕시코전을 치르고 힘들었어요. 잠도 못 자고 많은 생각을 했어요. 축구를 18년 동안 하면서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잖아요. 어떻게 수비하면 공을 빼앗을 수 있고 이런 점요. K리그에서는 나름대로 자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멕시코 선수들하고 하니까 하나도 안 되더라고요. 카를로스 벨라를 압박해서 공을 빼앗으려고 했는데, 스피드도 빠르고 기술이 좋다보니까 빠져나가더라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아, 이렇게 해서는 다음 월드컵에 가더라도 쉽지 않겠구나'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채울까 고민하고 생각했어요.

성장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K리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뛰면서 배우지 못한 점들을 거기서 많이 배웠어요. 차두리 코치님이 독일 영상 분석을 많이 해주셨어요. 메수트 외질이나 토니 크로스 같은 미드필더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또 어떻게 공간을 만드는지 이야기를 많이 설명해주셨어요. 와 닿는 점이 많았어요. 그런 점을 보완하면 경쟁력이 더 생기지 않을까요.

▲ 크로스(왼쪽)와 맞상대하는 주세종.

인상 깊었던 선수는요?
토니 크로스는 벤치에서만 봐도 좋은 선수라고 생각했어요. 멕시코에선 치차리토나 벨라를 보면서 몇 수나 위에 있는 선수구나 싶었어요.

구체적으로 강점을 설명해주세요.
치차리토는 수비하기 까다로운 공격수에요. 수비수 뒤에서 움직이면 정말 어렵거든요. 분명 수비 라인 근처에 없었는데, 볼이 들어올 것 같은 상황에 딱 나와서 받아요. 그 상황에 패스가 다 들어와요. 엑토르 에레라나 다른 미드필더들도 대단해요. 제가 치차리토한테 가는 패스 길목을 막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이로 패스가 다 들어가요. 당황스러웠어요. (크로스는요? 포지션도 비슷한데요.) 볼이 오면 항상 여유가 있어요. 자기가 잘못해서 실점해도 계속 공을 달라고 하고 프리킥도 자기가 차겠다고 하고요. 볼을 받기 전부터 움직임이 좋고 압박하기 어려운 위치로 가더라고요. 그런 점들을 많이 배웠어요.

1대1의 의미가 공격과 수비 모두를 뜻하잖아요. 축구에서 어떤 의미가 있나요.
1대1 싸움에서 이긴다는 건 한 명을 쉽게 이긴다는 거잖아요. 뒤에서 다른 선수가 나와야 돼요. (상대) 선수 1명이 나오면 우리 선수 1명이 빈다는 거고. 숫자 싸움에서 유리하다는 뜻이에요. 한 명씩 제쳐지면 그 사이에 구멍이 생기고 수비 조직력이 떨어지죠.

체력 문제는 수비할 때, 1대1에서 돌파당할 때 더 심해지는 것 아닌가요. 역시 주도권이 없으면 힘든 것 맞나요.
그렇죠. 상대가 공을 움직이는 대로 11명이 전부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해요. 수비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공을 빼앗아도 공격으로 나갈 힘이 떨어져요. 그래서 좀 힘들죠.

한국 축구가 1대1 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자주 들었던 것 같아요. 아프지만 공감 가는 말이었나요?
네… 아무래도 우리는 세계적인 선수들하고 하려면 조직적으로 상대해야 하는데, 제쳐지면 공간을 내줄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는 노력해야 될 것 같아요. (세계 무대에 도전하기 위해 보완할 점일까요.) 개인 능력이 좋아지면 조직력도 높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축구를 배울 때랑 비교하면 환경도, 생각도 많이 바뀌었잖아요. 어린 선수들이 자랄 때쯤엔 더 좋은 축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아산에서 나가시면 해외에 진출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가요. 잘하는 선수들하고 붙어보고 싶은 의욕은요.
유럽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진 않았어요. 유럽에 나갈 정도로 좋은 선수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왜 흥민이, 성용이 형, 자철이 형, (권)창훈이까지 왜 유럽에 나가고 싶어하는지, 또 부딪혀보려고 하는지 알게 됐어요. 그런 선수들하고 해봐야 세계적인 템포에 따라갈 수 있겠더라고요. 유럽에 가기엔 부족해서 쉽지 않겠지만, K리그에 있더라도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당장 해외 진출보단 노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③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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