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디에 데샹 감독이 이끄는 프랑스가 20년 만에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전 세계가 축구로 뜨거웠던 32일이 끝났다. 국가 대표 축구의 인기가 식었다는 우려를 불식시킨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세계 축구의 현 주소와 발전상을 스포티비뉴스가 요점만 정리했다. <편집자 주>

[스포티비뉴스=조형애 기자] 역시 예상대로 되는 법이 없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은 '세계 축구 축제'가 늘 그렇듯 여러 이변과 사건을 만들어 냈다.

이탈리아와 네덜란드가 본선에 오르지 못한 건 예고편에 불과했다. 독일은 '디펜딩 챔피언이 다음 대회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는 우승국 징크스를 넘어서지 못했고, 러시아는 '개최국 효과'에 힘입어 8강 신화를 달성했다.

20년마다 우승 경험이 없는 나라가 정상에 오른다는 '20년 주기설'은 깨졌다. 프랑스가 20년 만에 두 번째 우승컵에 입을 맞추며 32일 대장정 마지막에서 활짝 웃었다.

이제 추억 속으로 사라질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늘 몽롱했다는 지난 한 달여를 스포티비뉴스가 5대 이변, 7대 사건으로 정리했다.

*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 - 프랑스 / 준우승 - 크로아티아 / 3위 - 벨기에 / 4위 - 잉글랜드

* 개인상 종합: 득점왕 - 해리 케인(잉글랜드·6골) / 골든볼 -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 / 실버볼 - 에덴 아자르(벨기에) / 브론즈볼 - 앙투앙 그리즈만(프랑스) / 골든 글러브 - 티보 쿠르투아(벨기에) / 영 플레이어상 - 킬리앙 음바페(프랑스)

▲ 크로아티아 주장 루카 모드리치는 대회 골든볼을 수상했다.

■ 러시아 월드컵 5대 이변

* 연장만 3번, 크로아티아 준우승: 월드컵을 8개월여 앞둔 지난해 10월. '최근 경기 결과'를 이유로 들어 안테 차치치 감독을 경질하고 무명에 가깝던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을 선임한 크로아티아가 그야말로 역사를 썼다. 본선도 플레이오프를 통해 가까스로 통과했는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은 게 무려 결승전까지 이어졌다. 녹아웃 스테이지 연장 3번, 승부차기 2번. 사실상 1경기를 더 뛰고 휴식은 하루를 덜 취한 크로아티아는 결승전 투혼으로 보답했다. 준우승에 그치지 않았다. 크로아티아는 '사상 첫' 준우승을 일궈냈다.

* 한국이 독일을 꺾었다…카잔의 기적: 한국의 러시아 월드컵 예상은 대부분이 비관적이었다. 독일을 상대로 질 것이라는 건 기정사실처럼 보일 정도였다. 물론 2018년 6월 27일 카잔 아레나에서 킥오프가 되기 전까지. 독일은 대회 시작과 동시에 삐끗했고 기사회상해 한국을 맞았지만, 결국 굴욕을 맛봐야 했다. 한국은 스코어는 물론 경기 내용적으로도 앞서며 독일 축구 최고의 악몽을 선사했다. 후반 추가 시간 손흥민이 빈 골대를 향해 달리고 달려 득점에 성공한 '카잔의 기적'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월드컵을 본 한국 축구 팬들의 영원한 자랑거리로 남게 됐다. '그 경기 내가 봤어!'

▲ 한국을 제물삼아 16강 문턱을 넘어보려던 독일. 되돌아보면 그건 야무진 꿈이었다.

* 8강 갈 뻔 했던 일본: 아시아 국가들이 줄줄이 대회 짐을 싼 사이 H조에서 일이 생겼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라는 걸출한 공격수를 보유한 폴란드가, 그것도 FIFA 랭킹 8위 팀이 1,2차전 내리 패배를 기록하며 이변을 예고했고 결국 3차전에서 16강 티켓은 콜롬비아와 일본으로 결정됐다. 일본은 사상 첫 8강까지도 넘봤다. 2-0으로 앞서는 순간. 실제로 일본의 소망은 이뤄지는 듯 했다. 내리 3골을 허용하며 꿈은 무산됐지만 8강 근처까지 간 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선전이었다.

* 스페인, 아르헨티나까지…우승 후보들의 추락: 16강에서 탈락. 참 예상보다 일찍이도 떨어졌다. 훌렌 로페테기 감독을 대회 하루 전 경질한 뒤 급히 페르난도 이에로 체제로 나선 스페인은 16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러시아에 졌다. 엄청난 활동량으로 버틴 러시아를 이겨낼 도리는 없었다. 디에고 코스타가 무슨 영문에선지 코케의 키커 선정을 반대했는데, 결국 코스타 말이 맞아버린 건 스페인에 불행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조별 리그 1,2차전 극도의 부진을 3차전을 통해 씼는듯 했으나 너무 일찍 프랑스를 만난게 탈이었다. 조별 리그서 만난 크로아티아, 16강 상대 프랑스가 결과적으론 대회 최강팀이었으니 아르헨티나가 운도 참 없었다.

▲ 2-0에서 3-2로 극적인 역전패를 당했지만 일본의 대회 선전은 이변이었다.

* 잉글랜드, 스워덴, 러시아…분전한 3국: '축구 종가'보다 어느샌가 '뻥글랜드'라는 조롱이 익숙해졌던 잉글랜드는 그동안의 불명예를 씼었다. 황금 세대로 이룩하지 못한 4강에 올랐다. 28년만의 쾌거다. 대진운이 좋았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3위 결정전 전까지, 아니 크로아티아가 4강전 동점골을 뽑아내기 전까지 우승 후보로 거론된 것 역시 사실. 삼사자 군단은 '희망'이라는 큰 소득을 얻고 돌아갔다. 스웨덴과 러시아도 8강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러시아는 거함 스페인을 잡았으니 이변의 마지막 장에 꼽지 않을 수 없다.

■ 러시아 월드컵 7대 사건

* 호날두와 메시 시대의 마지막 월드컵: 바야흐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의 시대. 그들의 전성기 시절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라는 건 가히 사건이라 부를만했다. 보다 주목도가 떨어졌던 개막 초, 호날두의 스페인전 해트트릭은 대회를 뜨겁게 달궜다. 동시에 메이저 대회 첫 우승에 목말라했던 메시의 부진, 그리고 3차전 부활은 조별 리그 막판 최고의 화젯거리였다. 많은 이들이 기다렸던 초유의 월드컵 맞대결은 불발됐다. 호날두의 도전도 메시의 도전도 16강까지였다. 러시아 대회 기록은 호날두 360분 출전 4골, 메시 360분 출전 1골 2도움.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 모두 16강에서 짐을 쌌다. 세기의 대결도 그렇게 무산됐다.

* 전설이시여 제발…마라도나의 추태: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한국 방한 당시 푸근한 아저씨 면모를 보였던 디에고 마라도나는 여러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의 길지 않은 여정 속 논란을 여럿 만들었다. 한국인 인종차별은 그 시작에 불과했다. 1차전에서 그는 환호하는 한국 관중을 향해 눈을 찢는 제스처를 한 뒤 금연 구역서 대놓고 담배를 피웠다. 3차전서 는 16강이 확정되자 양손 중지를 드는 손가락 욕을 했다. 결국 과거의 영웅은 희미해지고 추태만 남았다. 아, FIFA의 경고도 남았다. "예의를 갖추고 상대 선수와 팬을 대해주길."

* 네이마르의 엄살과 음바페의 시간 끌기: 중족골 골절상 이후 모든 초점을 월드컵에 맞췄던 것이 무색하게 됐다. 네이마르의 월드컵은 공교롭게도 엄살 논란으로 얼룩졌다. 멕시코와 치른 16강전에서 미겔 라윤에게 발을 살짝 밟혔는데 과한 고통을 호소했고, 일순간에 조롱거리가 돼 버렸다. 피파울이 유독 많은 점은 쏙 들어갔다. 네이마르는 벨기에와 경기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엄살 논란을 씼지 못하고 대회를 마감했다. 킬리앙 음바페도 벨기에를 상대로한 준결승에서 막판 의도적인 시간 끌기를 해 비난의 중심에 섰다.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영플레이어 상까지 수상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구겨진 이미지는 숙제로 남았다. 

▲ 활약보다 엄살 논란이 더 강한 인상을 남겼다.

* 페어플레이룰이 뭐길래…일본 '볼돌리기' 논란: 일본 관중들과 선수·스태프들의 깔끔했던 청소도 만큼이나 '볼 돌리기'도 한동한 화제를 모았다. 2차전까지 1승 1무를 기록하며 조별 리그 통과에 청신호를 켠 일본은 3 차전에서 폴란드에 0-1로 졌지만, 동시에 콜롬비아가 세네갈을 1-0으로 꺾으면서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당시 일본은 골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그대로 끝나면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앞서 16강에 갈 수 있었기 때문에 야유 속에서도 볼을 돌렸고 결국 소기의 성과를 얻어냈다. 3차전을 통해 일본이 남긴 건 페어플레이 규정에 대한 의구심 뿐이었다.

* 독일 탈락 후폭풍, '희생양'된 외질: 화살이 모두 뫼수트 외질에게 향하는 모양새다. 독일이 조별 리그를 통과하지 못하고 동시에 외질이 부진하자 '사진 논란'은 외질을 끊임 없이 괴롭히고 있다. 터키계 독일인인 외질은 일카이 귄도안과 함께 대회 전 터키 대통령과 만나 유니폼을 건네고 사진을 찍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부 팬들과 독일 축구계 인사는 대표 선수 박탈에 목소리를 높일 정도로 독일 내 사안은 결고 가볍게 다뤄지지 않았다.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올리버 비어호프 단장이 "외질을 뽑은 건 실수였다"면서 뒤늦은 불만을 보였고, 라인하르트 그린델 독일축구협회 회장은 아예 외질이 해당 사건을 직접 대중 앞에서 설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외질 부친은 격노했다. "아들이 (은퇴) 결단 내려주길 바란다."

▲ 독일은 탈락했고, 메수트 외질을 향한 질타는 계속되고 있다.

* '항명' 칼리니치 퇴출 사건: 크로아티아가 동화와 같은 기적을 만들어 갈 때, 이 선수 표정이 참 궁금하다. 니콜라 칼리니치다. 대표팀에 승선했던 칼리니치는 1차전을 마친 뒤 '퇴출 명령'을 받고 크로아티아로 돌아갔다. 나이지리아와 치른 조별 리그 1차전에 칼리니치를 경기 종료 5분여를 남기고 투입하려 했지만 허리 통증을 핑계로 거부했기 때문이다. 선발 명단에 들지 못한 불만을 드러낸 칼리니치 퇴출 후, 크로아티아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준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제 칼리니치에게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선수들 손에 달렸다고 한다.

* 결승전 '관중 난입'과 푸시 라이엇: 결승전이 한창 치러지고 있던 후반 7분여. 경찰 제복을 잘 차려입은 여자 셋, 남자 하나가 그라운드에 난데없이 출몰했다. 난입 관중 치고 복장이 특이했던 이들은 러시아 록 그룹 푸시 라이엇. 2012년 푸틴의 3기 집권에 반대하는 공연을 펼치다 체포돼 징역형을 선고 받은적 있는 유명 반체제 그룹으로 알려졌다. 2-1로 앞서고 있던 프랑스는 하이 파이프도 하며 넘어갔으나 크로아티아는 아니었다. 데얀 로브렌은 끊긴 흐름을 아쉬워하며 직접 멱살을 잡고 끌어내려고도 했다. 푸시 라이엇의 돌발 행동은 4년을 기다린 이들의 축제에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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