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시(왼쪽부터), 음바페, 외질
전 세계가 축구로 뜨거웠던 32일이 끝났다. 국가 대표 축구의 인기가 식었다는 우려를 불식시킨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세계 축구의 현 주소와 발전상을 스포티비뉴스가 요점만 정리했다. <편집자 주>

[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뜨는 해가 있으면 지는 해도 있다. 월드컵이란 큰 대회에서 그 특징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그랬다.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은 프랑스의 우승으로 끝났다. 199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어린 선수들의 활약으로 완벽한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월드컵은 스타 탄생이 가장 많이 나오는 대회다. 이번 월드컵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뜬 해가 있다면 진 해도 있다. 희비가 엇갈린 떠오른 스타들과 진 스타들을 소개한다.

◆ 반짝반짝 떠오른 스타

▲ 킬리안 음바페
1. '신성에서 대세로' 음바페

킬리안 음바페(프랑스, 19)로 시작해 음바페로 끝난 러시아 월드컵이다. 음바페는 프랑스에서 유일한 10대 선수로 월드컵에 참가했다. 이미 기량은 충분히 인정받았고, 월드컵이란 최고 권위의 대회에서 그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조별 리그 2차전 페루전에서 월드컵 데뷔골을 터뜨리며 예열을 한 음바페는 16강부터 본격적인 활약을 펼쳤다. 아르헨티나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려 펠레(브라질) 이후 60년 만에 멀티골을 넣은 10대 선수가 됐으며 결승에서도 골을 뽑아 역시 펠레 이후 결승에서 골을 넣은 10대 선수가 됐다. 영플레이어상은 당연히 음바페에게 돌아갔다. 단 우루과이전에서 나온 과도한 시뮬레이션 액션, 벨기에전에서의 시간 끌기는 다소 흠으로 남았다.

▲ 스톤스(왼쪽), 매과이어
2. 잉글랜드 센터백 듀오 스톤스·매과이어

28년 만에 월드컵 4강에 진출하며 실로 오랜만에 축구 종가의 자존심을 세운 잉글랜드는 센터백 듀오 존 스톤스(24)와 해리 매과이어(25)의 활약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첫 월드컵이지만 만점 활약을 펼쳤다.

잉글랜드는 스톤스, 매과이어, 카일 워커(28)의 스리백을 사용했다. 스톤스와 매과이어는 단단한 스리백의 축을 맡았다. 특히 이들의 활약은 세트피스에서 빛났다.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에서 넣은 12골 중 9골이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매과이어가 1골, 스톤스가 2골을 넣었다. 두 선수 모두 A매치 골을 이번 월드컵에서 기록했다. 높은 제공권을 자랑하는 두 선수의 세트피스 능력은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을 전술로 만개했다. 마치 기차놀이를 하듯 일렬로 쭉 선 뒤 크로스가 올리오는 동시에 흩어지며 공격을 시도하는 특이한 전술 등이 더해져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고 그 중심에 스톤스와 매과이어가 든든히 버텼다.

▲ 파바드(왼쪽), 에르난데스
3. 1996년생 풀백 듀오 파바드·에르난데스

잉글랜드에 센터백 듀오가 있다면 프랑스는 풀백 듀오 벵자맹 파바드(22)와 뤼카 에르난데스(22)가 있다.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약점이 없지 않았다. 부상자가 속출한 풀백이 문제였다. 대회 전 가까스로 회복했지만 몸상태가 올라오지 않은 벵자맹 멘디(23), 발가락 부상으로 1경기 출전에 그친 지브릴 시디베(25)를 대신해 1996년생 동갑내기 파바드와 에르난데스가 맹활약했다. 나이도 어린데 활약은 대단했다. 프랑스는 현재도 강하지만 미래는 더욱 밝다.

수비수의 기본 덕목인 수비는 물론 빠른 주력과 파괴력 있는 돌파, 적극적인 오버래핑, 깔끔한 크로스로 프랑스의 공격을 주도했다. 좌우에서 쉼 없이 흔드는 파바드와 에르난데스에게 상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워낙 음바페가 독보적인 주목을 받아 묻히는 감이 없지 않아 있으나 파바드와 에르난데스의 활약이 없었다면 프랑스의 우승도 없었다.

▲ 크로아티아의 결승 진출을 이끈 모드리치(왼쪽), 수바시치
4. 드디어 본 빛, 수바시치

만 33세, 적지 않은 나이에 드디어 밝은 빛을 본 다니엘 수바시치다. 티보 쿠르투아(벨기에), 카스퍼르 슈마이켈(덴마크), 위고 요리스(프랑스) 등 골키퍼들의 활약이 눈에 띈 이번 월드컵에서 수바시치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꽃을 피웟다.

크로아티아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자국 역사상 첫 월드컵 결승에 진출했다. 수바시치의 선방쇼가 결승 진출의 밑거름이 됐다.

수바시치는 국내 팬들에게 그렇게까지 유명한 선수는 아니다. 국내 팬들이 접하기 힘든 리그앙 AS 모나코에서 뛰고 있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선발되긴 했으나 스티페 플레티코사에 밀려 1경기도 출전하지 못했고, 크로아티아도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다.

긴 시간 끝에 드디어 빛을 봤다. 이번 월드컵에서 16강이 결정된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를 제외한 6경기에 출전해 8골을 실점했다. 마지막 경기인 결승전에서 4골을 실점해 총 실점이 많은 편이다.

특히 결승 진출 전까지 2번의 승부차기를 한 크로아티아다. 첫 승부차기인 16강에서 수바시치는 덴마크의 카스퍼 슈마이켈과 엄청난 선방쇼를 펼쳤고 무려 3개의 승부차기를 막아 8강에 진출했다. 8강 승부차기에서도 첫 키커 스몰로프의 슈팅을 막아 4강을 이끌었다.

◆ 시간은 가고 그들도 가는걸까? 저물어 간 스타

▲ 메시의 쓸쓸한 뒷 모습
1. 또 다시 실패한 월드컵, 메시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는 숱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지만 자국 아르헨티나에서는 우승과 인연이 없는 리오넬 메시(31)다. 대표팀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온 메시는 절치부심했지만 이번에도 월드컵 우승트로피는 그의 손에 잡히지 않았다. 4경기 출전에 1골, 신이라 불리는 메시답지 않은 성적이다. 특히 아이슬란드와 조별 리그에서는 상대 수비에 꽁꽁 묶어 아무 것도 하지 못했고, 페널티킥까지 실축했다.

나이지리아전에서는 천금 같은 골을 넣으며 16강을 이끌었지만 정작 16강에서 큰 활약은 없었다. 우승 후보로 완벽한 전력이란 평가를 받는 프랑스를 상대로 고전했다. 이날 아르헨티나는 무려 3골을 터뜨려 이전과 달리 답답한 공격이 활기를 띄었지만 메시는 침묵했다. 아르헨티나의 메시는 지고, 프랑스의 음바페는 이겨 희비가 엇가렸다. 한 시대를 주름 잡은 선수의 퇴장과 한 시대를 주름 잡을 선수의 등장이 같은 곳에서 나온 상징성이 큰 경기였다.

다시 한 번 대표팀 은퇴 기로에 선 메시다. 메시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동료들은 물론이고 팬들까지 메시의 은퇴를 막고 나섰다.

▲ 개인 활약은 최고였지만 동료들의 지원이 부족했던 호날두
2. 따라주지 않은 팀 운, 호날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는 여전히 호날두였다. 하지만 포르투갈도 여전히 포르투갈이었다. 호날두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4경기 출전에 4골을 터뜨렸다. 특히 스페인과 조별 리그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 3-3 무승부를 이끄는 원맨쇼로 패배 직전의 팀을 구했다.

고전을 면치 못한 모로코전에서도 골을 넣으며 활약을 이어갔지만 여기까지였다. 16강은 진출했지만 우루과이에 패하며 무릎을 꿇었다. 늘 그렇지만 호날두를 도와줄 선수가 러시아에서도 없었다. 유럽 예선에서 맹활약한 곤살로 게데스(21)는 호날두만 찾았고, 히카르두 콰레스마(34), 베르나르두 실바(23), 안드레 실바(22)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어느덧 만 33세인 호날두다. 아직 몸상태는 20대 초반이라 할 정도로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지만 메시와 같이 국가 대표 은퇴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10년 넘게 지속된 '메날두'의 시대를 월드컵에서는 더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 이니에스타(왼쪽)를 위로하는 라모스
3. 바르사, 스페인과 작별한 이니에스타

프랑스, 독일, 브라질 등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스페인은 러시아의 질식 수비에 막혀 16강에 그쳤다. 전 대회인 브라질 월드컵 조별 리그 탈락에 이어 이번에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리고 한 명의 선수가 스페인을 떠난다. 스페인 티키타카의 중심에 있던 안드레 이니에스타(34)다. 이니에스타를 필두로 스페인은 변함 없이 기존 색깔을 유지해 패스 축구를 했다. 하지만 전면 수비에 나선 러시아의 견고한 벽을 뚫지 못했다. 그 결과는 연장에 이은 승부차기였고, 스페인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가 단 1개의 승부차기도 막지 못해 패배로 연결됐다.

이니에스타는 16강 패배 후 곧바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스페인 유니폼을 입고 무려 131경기를 뛴 레전드 중의 레전드이지만 마지막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바르셀로나와 작별에 이어 스페인과 작별까지, 이니에스타는 한 해에 연달아 두 번의 큰 이별을 했다.

▲ 한국과 경기 후 머리를 감싸 쥔 외질
◆ '내우외환' 외질

메수트 외질(29)도 러시아 월드컵에서 고개를 숙인 스타다. 안팎으로 시달린 경우다. 경기 면에서는 피파랭킹 1위인 독일이 탈락했다. 1승 1패인 상황에서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를 이기면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그 마지막 상대는 다름 아닌 한국이었다. 한국은 엄청난 투지로 독일을 2-0으로 꺾었다. 독일은 월드컵에서 피파랭킹 1위가 아시아 팀에 잡힌 유일한 팀이 됐다.

경기 외적으로도 시달린 외질이다. 터키 이민자 가족 출신인 외질은 대회 전 터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과 사진을 찍었는데, 이 사진 한 장이 독일에서 엄청난 논란이 됐다. 외질의 아버지 무스타파 외질은 사람을 대하는 공손한 태도였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독일 유니폼을 입고 뛰는 외질을 더이상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외질의 아버지는 이제 독일을 위해 뛸 수 없다며 아들에게 대표팀 은퇴를 권유한 상태다. 아직 외질이 결단을 내리지 않았지만 쏟아지는 비난에 실망이 적지 않은 만큼 은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