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학(왼쪽)과 한동민. ⓒ스포티비뉴스 DB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바야흐로 강한 2번 타자의 시대다. 고전적 개념에서 2번 타자는 연결 고리 같은 일을 했다. 톱타자와 중심 타선을 잇는 중간 다리가 그들의 몫이었다. 작전 수행 능력이 좋고 재치가 있는 선수들이 주로 2번 타자를 맡았다. 직접 공격의 선봉에 서는 일은 많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고 야구 이론도 변했다. 2번 타자에 대한 정의도 바뀌었다. 이젠 강한 2번 타자의 시대다. 2번 타자도 타자로서 능력이 출중한 선수를 기용하는 감독들이 늘어나고 있다. 공격의 흐름을 이어 가고 빠른 타이밍에 상대를 무너트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겠다는 의도다. 잘 치는 타자가 한 번이라도 더 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팀 공격을 위해서도 좋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그렇다면 새롭게 다가온 '2번 타자의 시대'에 가장 앞서 나간 팀들은 어디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한화와 SK를 승자로 꼽을 수 있다.

SK는 홈런 군단답게 정말 강한 타자를 2번에 많이 배치했다. 2번 타자의 장타력이 단연 최강이다.

한화는 고전적 개념에 가까우면서도 작전 수행 능력보다는 공격력 측면에서 선택이 잦았다. 그리고 성공률이 매우 높았다.

2번 타자의 타율이 가장 높은 팀은 한화였다. 정근우 이용규로 이어지는 국가 대표 테이블 세터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이들이 부상했을 땐 강경학이라는 또 다른 카드를 꺼내 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엔 양성우가 제 몫을 다해 줬다. 10개 구단 중 가장 좋은 공격력을 지닌 2번타자를 보유한 팀이 바로 한화였다.

KIA가 2할9푼으로 2위를 차지했으나 효율은 그리 높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버나디나가 2번에서 잘해 줬지만 김선빈 등과 자리를 나눠야 했다. 그 외에도 무려 10명의 선수가 2번 타자를 거쳐 갔다. 타자별로 특성도 달랐다. 어떤 2번을 원하는 것인지 기용 방법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SK가 타율에선 꼴지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아니 매우 두려운 2번 타자들이 등장하는 팀이 바로 SK다.

일단 홈런이 많다. 2번 타자가 때린 홈런이 27개나 된다. 2위 KIA에 무려 10개나 많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동민이 주로 2번에 배치됐는데 힐만 감독의 의도를 제대로 살려 냈다고 할 수 있다.

홈런이 많으니 타점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SK의 2번 타자는 마치 다른 팀의 중심 타선이 하는 것 처럼 타점을 쓸어 담았다.

2번 타자의 타점이 무려 95개나 된다. 2위 두산을 32개나 앞서는 압도적인 순위다. 홈런 군단의 위용을 느낄 수 있는 수치다. 힐만 감독의 색깔도 2번 타자 기용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SK는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7명의 2번 타자를 썼다. 그 중 한동민이 63경기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작전 수행 능력 등을 고려한 기용은 나주환(11회), 김재현(4회) 정도다.

 

당연히 장타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 2번 타자의 장타율이 5할4푼3리나 된다. 번트나 대고 히트 앤드 런 작전에 소용되는 2번 타자와는 확연히 개념이 다르다. SK는 최정 로맥 등 주축 타자들도 강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강한 2번 타자로 팀 컬러를 확실하게 구축했다.  

한화는 출루율로 맞불을 놓았다. 확실히 센스 있는 선수들이 많이 2번에 포진되다 보니 출루율 부문에서 단연 앞서가는 페이스를 보였다.

한화는 3할7푼5리의 출루율로 톱타자와 중심 타선의 연결 고리 몫을 하는 데도 큰 힘을 보탰다. 반면 SK는 타율과 출루율에서 모두 하위권에 처져 있다. 큰 것 한 방으로 승부를 보는 신 개념 2번 타자를 배치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흥미로운 것은 OPS(출루율+장타율)이다. 한화와 SK 모두 효율성 있는 공격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SK는 홈런을 앞세워 압도적인 OPS를 기록했다. 타율이나 출루율은 낮지만 큰 것 한방으로 흐름을 바꾸는 2번 타자답게 0.887의 높은 OPS를 기록했다. 10개 구단 중 단연 1위다.

한화는 장타율이 다소 떨어지지만 높은 출루율로 높은 수준의 2번 타자 OPS를 만들었다. 0.809로 2위에 랭크해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KIA는 거의 모든 지표에서 상위권에 랭크해 있다. 타점 부문을 제외하면 거의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하지만 KIA의 2번이 힘이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어떤 특색을 살리려고 하는지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버나디나라는 좋은 2번 타자 카드가 있지만 무려 12명의 선수를 2번 타자로 기용했다. 때론 강타자들이 등장했고 때론 연결 고리 몫을 해 줄 선수를 선택했다. 어떤 방향으로 팀을 이끌 것인지에 대한 색깔을 2번 타순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12명의 2번 타자는 꼴찌 NC의 13명에 이어 2위다.

롯데도 2번 타자를 너무 자주 바꿨다. 손아섭이 들어갈 때 가장 공격력이 좋았지만 문규현 정훈 조홍석 등까지 폭넓게 활용하느라 강한 2번 효과를 그리 많이 보지 못했다.

한화와 SK는 기용 선수 숫자에서 각각 공동 8등과 공동 9등에 올라 있다. 크게 변화를 주지 않고 팀 컬러를 만들어 가는 데 힘썼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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