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랭코프.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시즌을 치르다 보면 원치 않는 손님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바로 천적이 그 주인공이다. 특정 팀을 상대로 특별히 강한 투수들 또는 상대 팀이 있다. 올 시즌 LG에 두산이 그랬던 것처럼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특정한 대상 탓에 골치를 썩는 일들이 다반사로 나타난다.

그래서 한번 찾아봤다. 7월까지 평균 자책점 10위 안에 든 투수들에게 특별히 약한 팀이 있었는지를 분석해 봤다. 나름대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약한 투수들을 살펴보면 그 팀의 특징도 발견할 수 있었다. (*표 보는 법 : ERA는 시즌 평균 자책점, 피안타율은 상대 피안타율)

먼저 두산 후랭코프는 가장 많은 팀의 천적 노릇을 하고 있었다. 넥센(.100) 삼성(.108) LG(0.056) SK(.158)를 상대로 가장 낮은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특히 LG를 상대로 한 피안타율을 5푼6리에 불과했다. 한 경기에 불과했지만 LG는 후랭코프에게 6이닝 동안 1안타를 치는 데 그쳤다.

후랭코프는 패스트볼보다 컷 패스트볼을 포함한 슬라이더 계열의 공을 더 많이 던진다. 싱커도 종종 섞어 던진다. 좌타자가 중심인 LG 타선에서 좌타자의 몸 쪽과 바깥쪽을 모두 공략할 수 있는 수준급 변화구를 지니고 있는 것이 큰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넥센도 후랭코프에게 무척 약했다. 2번이나 만났는데 2번 모두 졌다. 평균 자책점이 0.57에 불과하다.

후랭코프에게 약했던 팀들은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보다는 횡으로 변하는 변화구에 약점을 보였다고 볼 수 있다.

SK를 보면 설명이 가능하다. SK는 후랭코프에게 약했지만 이재학(.337)과 왕웨이중(.318)에게는 강했다.

두 투수의 주 무기는 모두 체인지업이다. 슬라이더도 있지만 체인지업 비율이 높다. 떨어지는 변화구에는 나름대로 대응이 잘됐다고 볼 수 있다.

LG도 이재학에게 강했고 삼성은 왕웨이중 공을 잘 쳤다. 넥센 역시 이재학 왕웨이중 상대 타율이 가장 좋다. 비슷한 유형의 투수에 약하고 비슷한 유형에 강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후랭코프 다음으로 천적이 많았던 투수는 의외로 박종훈이었다. KBO 리그에서 가장 낮은 릴리스 포인트를 지닌 특이성에 꼼짝 못하는 팀이 두 팀이나 있었다. 한화와 두산이 박종훈에게 특히 약했다.

박종훈은 한화를 상대로 피안타율이 1할6푼7리에 불과했다. 두산을 상대로는 1할4푼3리로 더 강했다.

이들 두 팀에도 또 다른 공통점이 있었다. 빠른 공이 장점인 투수들에게 강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두산은 KBO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산체스(SK)와 소사(LG)를 상대로 상대적으로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한화도 산체스 공을 잘 쳤고 좌완 강속구 투수인 왕웨이중에게도 강한 면을 보였다.

특이한 것은 두산은 평균 자책점 10위 이내 투수를 상대로 단 한 명에게도 3할대 타율을 기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두산이 강했던 건 그 아래 급 투수들이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잡을 만한 투수를 확실하게 잡은 것이 강한 타격의 팀이라는 이미지와 실적을 쌓는 데 큰 힘이 된 것으로 보인다.

최고 좌완 투수인 양현종은 KT전에 강했다.

KT를 상대로 피안타율이 1할7푼6리로 강한 투구를 보였다.

KT는 반대로 기교파 투수들에게 강세를 보였다. LG 윌슨과 SK 박종훈을 상대로 3할대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

롯데는 이재학에게 약했다. 타율이 1할8푼2리에 불과했다. 체인지업 계열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공이 빠른 투수들에게도 약점을 보였다는 점이다. 옛 동료였던 린드블럼(두산)과 소사(LG) 공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기교파와 강속구파에 모두 약점을 드러내는 한계를 보였다. 반면 양현종에게는 오히려 천적 노릇을 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KIA는 극명하게 스타일이 갈렸다. 빠른 공 계열 투수에겐 약점을, 기교파에겐  강점을 보였다.

약했던 선수 1,2,3위가 왕웨이중(NC) 린드블럼, 산체스였다. 빠른 공으로 윽박지르는 투수들에게 확실한 약점을 보였다.

강했던 투수 중에는 소사 정도만 눈에 띌 뿐 다른 투수들은 모두 기교파 투수였다. 손목 쓰는 것을 강조하는 김기태 감독의 이론이 강속구파 선수들에게는 잘 통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NC도 비슷했다. 빠른 공에 대한 대처 능력이 좋지 못했다.

산체스에게 타율 2할을 치는 데 그치며 약점을 보였다. 역시 빠른 공을 던지는 소사나 후랭코프에게도 약점을 보였다. KIA와 비슷한 타격 처방전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천적 투수들을 살펴보다 보면 각 팀의 특성을 알 수 있게 된다. 해법도 그에 맞게 찾아야 하는 이유다. 목감기를 앓고 있는 환자에게 코감기약을 처방해선 나을 수 없다. 우리 팀의 약점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준비할 때 반전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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