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왼쪽)와 이승우. ⓒ스포티비뉴스 DB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한국 야구와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두 천재가 종목의 벽을 넘어 진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 주인공은 야구의 이정후와 축구의 이승우다.

동갑내기인 이정후와 이승우는 만나자 마자 빠르게 친해졌다. 종목은 다르지만 어린 나이에 프로 무대에 뛰어들어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대화가 잘 통했다. 친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거의 매일 통화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좋은 플레이를 기원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둘은 나란히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 팀에도 발탁돼 금메달 사냥에 나서게 되며 또 하나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면서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서로 같은 등 번호를 달기로 한 것이다.

애초 이승우의 등 번호는 10번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표 팀에 발탁되며 17번으로 번호가 바뀌었다. 이에 이승우가 먼저 이정후에게 17번을 함께 달자고 제의했고 이정후가 흔쾌히 받아들이며 동반 출장이 가능하게 됐다.

원래 이정후의 등 번호는 51번이다. 야구에서 만큼은 아버지를 앞선다고 생각하는 이치로의 등 번호다. 이치로와 같은 선수가 되겠다는 의지가 등 번호에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표 팀에선 친구와 우정을 택했다. 금메달이라는 같은 목표가 있는 만큼 같은 번호로 함께 뛴다는 보이지 않는 연결 고리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때론 의지하고 때론 끌어주고 밀어 주는 힘을 같은 등 번호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만큼 둘의 우정이 진하고 목표가 뚜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둘에게 모두 소중한 기회다. 금메달을 따게 되면 나라의 명예를 더하는 것은 물론이고 병역 혜택까지 얻게 된다. 야구와 축구에만 전념하며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둘이 해야 할 몫도 매우 크다. 이정후는 좌타자 일색인 외야 라인에서 상대 좌투수를 공략해야 하는 특명이 주어졌다. 이정후는 올 시즌 좌투수를 상대로 4할2리의 맹타를 휘둘렀다. 유형별 타율 중 좌투수 상대 타율이 가장 높다. 이정후가 다른 우타 외야 경쟁자들을 제치고 대표 팀에 승선할 수 있었던 이유다.

따라서 상대 좌투수에게 찬스가 걸렸을 때 이를 해결해 주는 임무를 해내야 한다.

이승우는 와일드카드로 뽑힌 손흥민에게 쏠리게 될 견제를 분산시켜야 하는 책임이 주어져 있다. 자신이 골을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을 크게 흔들며 손흥민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 또한 이승우에게 주어진 임무다.

낯선 등 번호지만 서로를 묶어 주게 될 끈으로 한 번호를 선택한 이정후와 이승우. 아시안게임 제패로 둘의 우정이 더욱 빛나게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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