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단일팀 코리아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1차전에서 개최국 인도네시아를 108-40으로 꺾고 순로롭게 출발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아시안게임 특별취재단 신명철 기자] 단체 구기 종목으로는 1991년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FIFA(국제축구연맹) U 20 월드컵 전신]에 이어 두 번째,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처음으로 남북 단일팀이 꾸려진 여자 농구가 첫 경기를 순조롭게 마쳤다.

남북 단일팀 코리아는 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스포츠 콤플렉스 농구장에 열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예선 1차전에서 개최국 인도네시아를 108-40으로 크게 이겼다.

북측 선수 로숙영이 22득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 4스틸 2슛블록으로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북측 선수 김혜연이 14득점으로 힘을 보탰고 강이슬은 3점슛 4개를 포함해 12득점으로 외곽에서 뛰어난 공격력을 뽐냈다. 김한별은 12득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 6스틸로 팀 승리를 도왔다. 남북 선수들이 힘을 모아 대회 첫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68점 차 스코어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강과 아시아 지역 다른 나라들 경기는 으레 이런 스코어가 나오게 마련이다.

코리아가 대승을 거둔 가운데 중국이 태국을 110-42, 일본이 홍콩을 121-44로 각각 대파했다. ‘어린아이 손목 비트는’ 수준의 경기가 이번 대회에서도 펼쳐지는 것이다.

여자 농구는 1974년 제7회 테헤란 대회 때 아시아경기대회 정식 세부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 대회에서는 5개 나라가 돌려 붙기를 했는데 한국은 아시안게임에 처음 출전한 중국을 84-71로 꺾었으나 일본에 70-71로 져 3승1패로 2위를 기록했다. 이 대회에는 북한도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 참가했는데 여자 농구도 출전했다.

여러 종목에서 남북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여자 농구에서도 라운드 로빈 방식이니 피할 수 없이 경기를 갖게 됐고 한국이 81-63으로 이겼다. 그런데 이는 전·후반 종합이 아니고 경기 종료 2분 10초 전 스코어다. 북한이 경기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17점 차이긴 했지만 동남아시아 나라들을 상대로 하는 ‘어린아이 손목 비틀기’ 수준의 스코어는 아니었다.

한국은 박신자 김추자 김명자 신항대 등 1967년 체코슬로바키아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 주역인 여자 농구 1세대가 모두 은퇴했지만 김재순 강현숙 이옥자 조영순 등 국제 대회 경험도 많고 개인 기량도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 북한으로서는 역부족이었다.

북한은 우승국 일본에 64-77, 중국에 83-98로 졌으니 40여 년 전에도 일정한 수준의 경기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북한은 개최국 이란을 95-36으로 누르고 4위에 올랐다.

북한은 1953년 출범한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1959년 제3회 소련 대회에 출전했다. 7전 전패로 꼴찌였지만 상업은행(오늘날 우리은행) 단일팀이 나서 13개 나라 가운데 8위를 기록한 1964년 제4회 페루 대회에 앞서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이 대회가 2018년 현재 북한이 출전한 유일한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이긴 하지만.

북한은 1978년 제8회 방콕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았고 1982년 제9회 뉴델리 대회에서 출전 5개국 가운데 또다시 4위를 기록했다. 북한은 준우승국 한국에 62-93, 우승국 중국에 62-101, 3위 일본에 76-85로 졌다. 일본과 스코어에서 그 무렵 북한 여자 농구 수준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1986년 제10회 서울 대회를 건너뛴 북한은 1990년 제11회 베이징 대회에서는 출전 6개국 가운데 5위에 그쳤다. 그러나 우승국 한국과 67-70으로 접전을 펼쳤고 태국을 103-59로 대파해 꾸준히 일정한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보여 줬다.

북한은 그러나 1994년 제12회 히로시마 대회부터 2014년 제17회 인천 대회까지 여자 농구에 출전하지 않았다. 그런 북한 여자 농구가 이번 대회에 센터 로숙영을 비롯해 3명의 선수를 단일팀 멤버로 보내면서 한국 대표 팀의 일원으로 아시안게임에 복귀한 것이다. 로숙영은 182cm의 ‘꼬마 센터’지만 한국이 녹다운 스테이지에서 만나게 될, 메달을 겨뤄야 할 중국 일본과 경기에서 활약이 기대된다.

대회 첫날 나타난 동남아시아 나라를 상대로 한 일방적인 스코어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1970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3회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월남(통일 전 남베트남)을 98-8로 꺾은 것을 들 수 있다. 우승국 일본이 인도를 152-28로 누르는 등 나라별 경기력 차이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상황이긴 하지만 대회 45경기에서 10득점 이하로 묶인 건 한국과 경기한 월남이 유일했다.

1968년 타이페이 대회에서 한국이 싱가포르를 117-14, 1972년 타이페이 대회에서 태국을 106-17, 1974년 서울 대회에서 홍콩을 145-45, 1976년 홍콩 대회에서 필리핀을 158-25, 1980년 홍콩 대회에서 인도네시아를 160-34, 1982년 도쿄 대회에서 마카오를 187-26으로 누른, 다소 믿기 어려운 기록들이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역사에 남아 있다.

그런데 이런 기록들 가운데에는 1980년 홍콩 대회 결승 리그에서 우승국 한국이 3위 일본을 109-54, 준우승국 중국을 101-68로 누른 내용도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 중국 일본이 펼치는 아시아 여자 농구 삼국지는 여전할 것이고 그 가운데 한국은 작게나마 이룬 ‘통일 한국’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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