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도쿄, 한희재 기자] 21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미국의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4회초 2사 2, 3루, 한국 박병호가 미국 필립스를 상대로 스리런 홈런을 날린 후 환호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아시안게임 특별취재단 정철우 기자]박병호는 국가대표 4번 타자다. 그 외에는 맡을 사람이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확실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우리가 4번 타자에게 바라는 건 당연히 큼지막한 홈런이다. 박병호가 홈런을 펑펑 터트리며 대량 득점을 뽑아준다면 우리 대표팀은 크게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국제대회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대부분 처음 상대해 보는 투수들과 승부를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거포형 타자들은 더욱 그렇다. 제대로 노려쳐 큰 것 한 방을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의 중심을 맡았던 이승엽이 4강전까지 얼마나 많은 맘 고생을 해야 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박병호도 이런 현실을 매우 잘 파악하고 있다. 박병호는 "점수가 많이 나거나 타선이 터져서 이기면 좋지만 국제 대회에서 그런 일은 많지 않다. 각자 맡은 상황에 따라 잘 판단한다면 좋은 공격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4번 책임감은 있지만 각팀의 중심 타선이 함께 하는 만큼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관심은 박병호의 출루율에 두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박병호가 홈런을 펑펑 치는 4번 타자가 아니라 타순의 연결 고리 몫을 해줄 수 있는 타자로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느냐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서 박병호에 대해서는 나름의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 4번 타자지만 공갈포형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지난 2013 시즌부터 4할대 이상의 출루율을 기록해 왔다. 넥센 이적 3년차 부터 만들어 낸 기록이다.

올 시즌에도 역시 4할대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다. 4할5푼7리로 선전하고 있다. 박병호가 타석에 들어서면 어느 투수건 견제의 강도를 높인다. 박병호는 그런 순간에도 자신의 야구를 하는 선수다.

박병호의 출루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눈 야구에도 능한 선수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의 흐름을 끊지 않고 연결해주는 힘이 강하다는 뜻이다.

또한 클러치 능력도 갖고 있다. 'WPA(Win Probability Added)'란 추가한 기대 승률로 0~100% 승리 확률에 선수가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어떤 상황에서 쳤느냐에 따라 기여도가 달라진다. 

박병호는 이 WPA(스탯티즈 통계)서도 4.72로 전체 3위에 올라 있다. 단순히 많이 치는 것만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집중력을 발휘하는 타자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수치다.

이처럼 박병호는 자신이 유리할 때만 큰 것을 만들어내는 타자가 아니다. 그의 눈 야구가 아시안게임에서도 빛을 발한다면 한국 대표팀이 이길 수 있는 확률은 그만큼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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