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아시안게임 특별취재단 한준 기자] "처음에는 기대도 안 했던 대회입니다."
베트남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8강 진출은 목표를 초과달성한 일이다. 베트남이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16강. 지난 해 9월 베트남 성인 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을 총괄하는 감독으로 부임한 박항서(59)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박 감독은 우선 2019 UAE 아시안컵 예선 돌파에 성공했다. 베트남은 4개국이 본선을 치른 1956년, 1960년 1,2회 대회 이후 동남아시아 4개국이 함께 개최한 2007년 대회 등 세 차례만 본선을 경험했다. 실질적으로 아시아 예선을 돌파한 경험이 없다.
박항서 매직은 2018년부터 시작됐다. 올초 중국에서 열린 2018 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베트남이 아시아 연령별 대회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오르는 기록을 남겼다. 조별리그에서 호주를 탈락시켰고, 녹아웃스테이지에서 8강 이라크, 4강 카타르전을 연이어 승부차기로 이기고 결승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즈베키스탄에 졌다.
아시안게임 전초전 성격인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기대가 높아진 면이 있지만, 아시안게임 8강도 베트남 축구에 기적 같은 결과다. 베트남 방송은 고액의 중계권료에 대한 부담으로 대회 조별예선을 중계하지 않았다. 조별예선 기간 베트남은 생각과 달리 잠잠했다. 방송사도 일본까지 꺾은 3연승 질주를 예상치 못한 것이다.
베트남 방송사는 부랴부랴 녹아웃스테이지부터 중계권을 사들였다. 23일 저녁 바레인을 1-0으로 꺾은 16강전부터 베트남 내 열기가 본격적으로 달아올랐다. 거리응원 속에 후반 43분 극적인 결승골로 바레인을 탈락시키자 다시금 베트남 전역이 축구 열기와 박항서 신드롬으로 넘실댔다. 베트남 신문 익스프레스는 "하노이 시내가 불타올랐다"고 전했다.
베트남 언론에 다시 박항서 신드롬이 불어닥쳤다.
“하노이에 처음 온 사람은 목요일 저녁 베트남이 월드컵에서 우승했다고 생각해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노이 시내는 승리에 환호를 내질렀다. 베트남이 골을 넣자 길거리는 사람들의 포효로 가득했다. 경기 후 베트남 방송국 VOV는 선수들에게 4,300달러(약 500만 원) 보상을 약속했고, 총리는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베트남 익스프레스)
“박항서 감독의 지도력과 팀의 연대가 확실히 자리잡았다. 박항서 감독은 어떤 선수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줄 준비가 돼 있다. 베트남 대표팀은 정신력을 발휘해 끝까지 싸울 것이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베트남 대표팀은 더이상 어떤 상대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VTC뉴스)
베트남 국영방송 VTV는 "박항서 감독이 다시금 선수들의 영웅적인 활약을 끌어냈다. 베트남이 들썩이고 있다"고 했다. 베트남 일간지 탄닌은 "박항서 감독의 팀은 팬들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며 결과뿐 아니라 내용과 운영 면에서 탁월하다는 응우엔시힌 전 베트남 감독의 말을 실었다. 베트남 팬들은 "스승 히딩크 감독을 넘었다. 아시아 최고의 명장"이라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박항서 감독의 행보는 마법이라는 표현이 부족하지 않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행을 중개했던 이동준 디제이매니지먼트 대표는 애초 베트남축구협회가 박 감독에게 기대했던 것이 '기적'이 아니라 현실적인 목표였다고 했다.
"아시안게임은 처음에는 기대도 안 했던 대회입니다. 내년 아시안컵이 아니라 올 11월에 있을 스즈키컵이 가장 신경 쓰는 대회에요."
아시아 축구는 여전히 세계와 격차가 있다. 아시아 내에서 동남아시아는 동아시아와 서아시아의 틈바구니에서 약체 혹은 변방으로 평가받는다. 높은 축구 열기에 비해 신체조건, 인프라, 국제 경험 등에서 크게 뒤쳐진다. 최근 프로리그 흥행과 투자를 발판삼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경기 실적을 내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올해 12회째를 맞는 스즈키컵(아세안축구연맹 챔피언십)은 동남아시아 최고의 축구팀을 가리는 대회다. 총 10개팀이 참가해 9개국 9개 도시에서 열린다. 1996년 시작해 지난 11번의 대회에서 태국이 5회 우승으로 최다 우승국이다. 디펜딩 챔피언이기도 하다. 싱가포르가 4회 우승으로 뒤를 잇는다. 베트남이 2008년, 말레이시아가 2010년 한차례씩 우승했다. 베트남은 지난 두 대회 연속 4강에서 멈춰 우승에 대한 의지가 크다.
박 감독에게 기대한 것은 그들의 잔치에서 우승해 동남아시아 최강이 되는 것이다. 특히 최근 태국의 약진과 활약은 베트남에도 자극이 됐다. 박항서 감독이 부임하면서 베트남 축구의 기세는 태국을 추월했다. 베트남이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한 것은, 동남아시아 축구팀 사상 최고 성적이기도 하다.
베트남이 시리아와 8강전까지 승리한다면 메달 가시권이다. 동남아시아 팀은 미얀마가 1966년과 1970년 두차례 금메달을 차지하고, 말레이시아가 1962년과 1974년 동메달, 인도네시아가 1958년 동메달을 목에 건 뒤 40년 넘게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베트남이 이번 대회에 메달을 획득한다면 동남아시아 축구에 무려 44년만의 쾌거가 된다.
박 감독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조별예선 통과가 목표"라고 했다. 매 경기 전력을 다했고, 로테이션이라는 여유를 부릴 틈이 없었다. 지금 베트남의 지상과제는 체력이다.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과정에 두 번의 연장전을 경험했던 박항서호. 아시안게임에서 또 한 번 신화를 만들 수 있을지 베트남은 물론 한국의 기대와 관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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