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수'가 된 신화용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수원월드컵경기장, 조형애 기자] 제 컨디션도 아닌 선수가 팀을 위해 골키퍼 장갑을 꼈고 결국 결정적인 페널티 킥을 막아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수원삼성의 수문장 신화용 이야기다.

25일 찾은 빅버드는 삭막하기 그지 없었다. '낯설다'라는 느낌을 받은 건 오랜만에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아서만이 아니었다. 비교적 한산한 응원석이 낯설었고, 은연중에 따라 흥얼거리게 하던 응원이 종적을 감춘 게 낯설었다.

수원삼성 서포터는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26라운드 응원을 보이콧했다. 4경기 연속 무승, 그 속에 3연패. 서포터는 단단히 뿔이 났고 결국 안방에서 사단이 일어났다.

'야망이 없는 프런트, 코치, 선수는 당장 나가라. 수원은 언제나 삼류를 거부해왔다.'

2년여 전 걸개가 뒤집혀 걸린 채로 경기는 막이 올랐다. 팽팽하던 후반 16분. 수원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페널티 킥을 내준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조용했던 빅버드는 순식간에 찬물을 끼얻은 듯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환호로 바뀌었다. 모든 게 신화용의 선방 덕이었다.

연패 동안 수원은 연이은 실점으로 골머리를 안았지만 신화용 출전은 낙관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손목 수술 등으로 당분간 완전한 컨디션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6일 선발 라인업에 들었고, 서정원 감독이 연신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맹활약을 펼쳤다.

경기 후 신화용도 100% 컨디션은 아니라고 했다. 무리해 경기에 나선 건 베테랑으로서 뭐라도 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라고 했다.

"오랫동안 경기장에 나가고 싶었는데 못나갔다. 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욕심이긴 했는데 들었다. … 정말 이기고 싶었다. 오랫 동안 못나가서 많이 답답했다. 차라리 나가서 졌다면 아쉬움이 덜했을 텐데, 나가지 못하니까 할 수 있는게 없어서 아쉬움이 컸다. 큰 부상 아니라서 복귀할 수 있었다."

"그동안 여기저기 많이 아팠다. 원래 디스크 판정을 20살때부터 받아 허리가 좋지 않았다. 이번엔 꼬리뼈 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다이빙을 뜰 수 없어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통증이 좀 적어져서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손목도 좋진 않았다. (몸상태가) 사실 완벽하진 않다. 완벽할 때까지 기다리면 오래 걸릴 것 같아 나간다고 했다."

베테랑의 '감'은 달라도 달랐다. 신화용은 상대 페널티 킥 키커로 나선 네게바가 주로 차는 킥 코스를 귀띔 받지 못한 상황. 그는 경험에 비춰 나름대로 전략을 세워 막아냈다고 설명했다.

"터무니 없는 장면에서 페널티 킥이 나왔다. 수원에 와서 그런 순간이 꽤 있었기 때문에 분위기에 휩쓸려 기분 나빠지기 보다는 (우선) 네게바 코스가 궁금했다. 그런데 다들 모르겠다고 하더라. 10명 다 물어봤는데… 보통 키커가 차려고 하는 느낌이 있다. 그러고 나서 반대로 찬다. 그렇게 해서 막은 것이다."

자신이 나온 경기는 '역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달랐으면 한다는 신화용은 다음을 내다봤다. 큰 위기를 넘겼지만 수원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전북현대전 등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다. 신화용은 경남FC전 처럼 또다시 '변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하나의 변수가 되고 싶었다. 오늘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전북전도 변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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