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현진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야구계 격언 중엔 "볼넷을 내주는 것 보다 안타를 맞는 것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

안타는 투수가 타자와 승부서 졌다는 이야기. 그럼에도 안타가 볼넷 보다 낫다라는 표현은 다소 난해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볼넷은 잘 해야 한 베이스씩 밖에 진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기로 말하면 졸의 전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격언은 진실에 가깝다. 다소 더딘 진루라 하더라도 볼넷이 많아지면 투수가 무너질 수 있는 가능성도 더욱 높아지게 된다.

27일(한국 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전에 다저스 선발로 등판한 류현진은 이 격언이 진실에 가까움을 보여줬다.

류현진은 이닝을 던지는 동안 무려 11개의 안타를 맞았다. 5.2이닝 11피안타 1피홈런 8탈삼진 2실점.

류현진이 두자릿수 안타를 맞은 것은 올 시즌 처음이다. 이 경기 전까지 23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한 경기서 절반 가까운 수치를 허용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크게 무너지지 않았다. 거의 매이닝 위기가 있었지만 실점하지 않는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가장 큰 무기는 역시 삼진이었다. 고비 때 마다 삼진을 잡아내며 탈삼진 7개를 적립했다.

또한 안타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승부도 빛이 났다. 경기의 첫 볼넷이 5회 2사 후 프렌밀 레이예스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만루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다음 타자 오스틴 헤지스를 중견수 플라이로 솎아내며 고비를 넘겼다.

볼넷이 많지 않다보니 삼진이 많았음에도 투구수 관리가 이상적으로 이뤄졌다. 5회까지 던진 투구수는 74개. 1이닝 당 15개가 이상적인 투구수라고 했을 때 류현진의 투구수는 매우 효율적으로 운영됐음을 알 수 있다. 비록 6회를 마치지는 못했지만 다저스가 이길 수 있는 충분한 여유를 만들어준 투구였다.

위기는 있었지만 도망 다니며 주자를 쌓아 놓아 만든 장작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화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힘으로 붙다 패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빠르게 다음 준비를 하면 된다. 하지만 볼넷을 언제나 꼬리가 길다. 볼넷이 많아지면 잘라내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 류현진의 이날 투구는 투수를 하고픈 선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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