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현진.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류현진이 시즌 4승을 따냈다. 지난 경기 조기 강판의 아쉬움을 날려 버린 기분 좋은 승리였다.

류현진은 27일(이하 한국 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5.2이닝 동안 2실점 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흥미로운 건 피안타 수였다. 류현진은 이날 무려 11개의 안타를 맞았다. 류현진이 두 자릿수 안타를 맞은 건 올시즌 들어 이날이 처음이었다.

때문에 이날 류현진의 투구를 마냥 '호투'라고 표현하긴 어려웠다. '호투'라고 평가할 수 있기 위해선 그에 합당한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일단 많은 안타를 맞은 것이 좋은 일이었다고 하긴 어렵다. 류현진은 분명 지난 경기보다 강력한 공을 던졌다. 최고 구속이 92마일(약 148km)까지 나왔고 평균 구속도 90마일(약 145km)은 찍혔다.

부상 이후 높아진 패스트볼 비율(32.9%)에 근접하는 수치를 찍으며 자신감 있는 투구를 했다.

다만 유리한 카운트에서 많은 안타를 맞은 대목을 짚어 봐야 할 대목이었다. 투구수 관리에는 도움이 됐지만 상대의 노림수에 걸리는 내용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이켜 봐야 하는 숙제를 남겼다.

류현진이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유형의 투수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알 수 있는 투구였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날 선 제구력과 치열한 머리싸움에서 승리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투수라는 것을 재인식하도록 한 경기였다.

반대로 위기 관리 능력이 빼어나다는 걸 증명한 경기이기도 했다. 많은 위기를 맞았지만 대량 실점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홈런 1방을 포함해 꼭 내줘야 하는 점수만 내줬을 뿐이다.

위기에서 삼진을 잡아내는 능력을 보여 줬다는 것 또한 소득이었다.

류현진은 이날도 바깥쪽 위주 볼 배합을 버리지 않았다. 몸쪽 구사 비율이 지난 경기보다는 다소 나아졌지만 여전히 바깥쪽(특히 우타자)을 많이 썼다.

대신 그동안 잘 보이지 않던 백도어 커터(우타자 바깥쪽에서 바깥쪽으로 변하는 공)와 체인지업의 콤비네이션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비슷한 구속으로 안으로 파고들거나(커터),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체인지업) 공의 조합은 상대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여기에 과감하게 패스트볼 승부까지 들어갔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닝이 5.2이닝에서 멈춘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아주 잘했다고 볼 수는 없는 숫자다. 이닝은 선발투수의 능력을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잣대다.

하지만 투구수 관리는 매우 잘되고 있었다. 5.2이닝 동안 86개의 공으로 끊었다. 좀 더  던질 수 있는 투구수였다. 하지만 불펜 활용폭이 크게 넓어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의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또 한번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 줄 기회를 잡지 못한 셈이 됐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류현진의 이날 등판은 절반 이상의 성공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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