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2009년 11월 1일(이하 한국 시간),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새크라멘토 킹스의 경기가 1쿼터 도중 잠시 중단됐다. 경기장에 박쥐가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날쌘 박쥐를 잡기 위해 안전요원과 마스코트까지 그물채를 들고 코트 위로 올라왔지만 역부족이었다.
모두 화가 나고 지칠 때 영웅(?)이 등장했다. 마누 지노빌리(41)가 박쥐의 움직임을 읽고 맨손으로 낚아챈 것. 경기 도중 누구보다 화려하고 기술적인 지노빌리가 박쥐를 잡을 때도 그 기술을 자랑했다.
9년의 세월이 흘러 지노빌리는 2017-18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지노빌리는 28일 자신의 SNS에 은퇴 소식을 알렸다. 2002-03시즌 샌안토니오에 합류한 뒤 16시즌을 마치고 유니폼을 벗게 됐다.
지노빌리는 아르헨티나 매체 '라 나시온'을 통해 은퇴 소감을 밝혔다. "성급하거나 예상치 못한 결정은 아니다. 나는 41살이다. 나는 항상 지난 2017-18시즌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공개적으로 말하진 않았다. 내 선택지를 남겨 두기 위해서였다.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돌아오고 싶었다."
"그렉 포포비치 감독에게 '안녕, 나는 떠날게'라고 말하지 않았다. 내 아이들의 학교는 시작했고, 내가 이 도시에 계속 있다면 계속 팀과 매우 가깝게 있을 것이다. 더 이상 공격자 파울을 유도하고 스틸을 할 수는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돕고 싶다. 내 동료들과 코치진 모두에게 감사하다. 만약 도울 일이 있다면 기꺼이 돕고 싶다."
지노빌리는 이번 여름 휴가를 끝내고 2018-19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다가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 그는 "훈련장에 돌아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공을 잡았다. 그러나 지난 시즌 다쳤던 통증이 여전히 있었다"라고 은퇴 계기를 밝혔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지 않았다. 누구보다 넘치는 열정으로 40살까지 농구 선수로 뛰었기 때문이다. 그는 "더 이상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 몇몇 선수들은 부상이나 다른 이슈 때문에 은퇴한다. 그러나 나는 40살까지 뛰었다. 남은 건 없다. 지난 3년간 나는 친구들과 함께 뛰는 것처럼 경기에 나섰다. 압박감도 없었다. 그저 '나의 모든 것을 줬다'라는 느낌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지노빌리는 1999 신인 드래프트 전체 57순위로 뽑혔다. 아르헨티나와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다가 2002년부터 샌안토니오에 합류했다. 팀 던컨-토니 파커-마누 지노빌리로 이어지는 'BIG 3'가 결성된 것.
지노빌리는 누구보다 희생정신이 넘쳤다. 실력은 충분히 주전감이지만 팀의 주전-벤치 조화를 위해 식스맨 임무를 받아들였다. 이를 통해 지노빌리는 4번의 우승(2003, 2005, 2007, 2014)을 도왔고, 2번의 올스타 선정, 2번의 올-NBA 서드팀 선정, 올해의 식스맨상 등 각종 업적을 이뤄냈다.
NBA뿐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도 존재감을 자랑했다. 지난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세계 최고 미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도 동메달을 따냈다.
유로스텝을 유행시킨 선구자다. 제임스 하든과 더마 드로잔 등은 “지노빌리의 움직임을 보고 따라 했다”고 말할 정도다.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과 날카로운 돌파, 정확한 외곽슛, 클러치 능력으로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지노빌리는 스퍼스 역사상 가장 많은 3점슛 성공(1,495개)과 스틸(1,392개)을 기록했고, 출전 경기 3위(1,057경기), 어시스트 4위(4,001개), 자유투 성공 4위(3,380개), 득점 5위(14,043점)를 기록했다.
데뷔 후 줄곧 샌안토니오에서 뛰면서 NBA 역사상 16년 이상 한 팀에서만 뛴 7명 중 1명이 되었다(코비 브라이언트, 팀 던컨, 존 하블리첵, 레지 밀러, 덕 노비츠키, 존 스탁턴).
지노빌리는 샌안토니오에서 4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샌안토니오는 그만큼 좋은 성적을 꾸준히 유지했다. 그래서 지노빌리의 승률도 눈부시다. 역대 정규 시즌 최소 1,000경기 출전한 129명의 선수 중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 중이다. 무려 72.1%다. 2위는 토니 파커(72.0%), 3위는 팀 던컨(71.9%)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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