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잠실, 곽혜미 기자]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1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2회말 2사 플라이 아웃을 당한 두산 반슬라이크가 아쉬워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답답할 노릇이다. 뒤늦게 합류한 만큼 덤벼들어도 모자랄 판에 의욕을 잃었다. 스캇 반슬라이크(32, 두산 베어스)의 이야기다. 

지난 7월, 지미 파레디스를 대신해 두산 유니폼을 입은 반슬라이크는 의욕이 넘쳤다. "이번 시즌을 잘하고, 다음 시즌에 기회가 있다면 다시 뛰고 싶다. 한국에서 더 오래 선수 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한국에서 제2의 야구 인생을 꿈꿨다. 

두산은 반슬라이크에게 기회가 넘치는 곳이었다. 우선 팀이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으니 반슬라이크에게 큰 부담을 주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저 타선에 적당히 무게감만 더해주면 그뿐이었다. 포지션 경쟁에서도 얼마든지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당시 1루수 오재일은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져 있었고, 우익수 자리는 여전히 오디션이 진행되고 있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가장 좋은 그림은 1루수 오재일-우익수 반슬라이크가 자리를 잡아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반슬라이크는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1군 12경기 39타수 5안타(타율 0.128) 1홈런 4타점에 그쳤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때 타격 컨디션을 끌어올리려 했으나 이번엔 몸이 말썽이었다. 허리 통증으로 재활군으로 내려가면서 서머리그에서 감을 찾으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그사이 입지는 좁아졌다. 오재일이 무서운 기세로 타격 페이스를 되찾으면서 1루수로 뛸 기회가 사라졌고, 지난 7일에는 외야수 정수빈이 경찰야구단에서 제대했다. 옆구리 부상으로 빠져 있던 박건우도 복귀해 뜨거운 타격감을 이어 가고 있다. 외야 역시 포화 상태다. 지명타자는 최주환이 버티고 있으니 틈이 없다. 외국인 타자를 대타로 쓰자니 모양도 살지 않고, 그럴 타격감도 아니다.

반슬라이크가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부터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이 가장 많이 한 말은 "준비가 안 됐다"였다. 운동을 많이 쉬었는지 몸이 불어 있고, 스윙 스피드가 느리다는 게 공통적인 현장 반응이었다. 어찌 보면 뻔히 보이는 결말을 알고도 희망을 품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고토 고지 두산 타격 코치는 반슬라이크의 변화 가능성을 물었을 때 "LA 다저스에서 활약할 때만큼 배트 스피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예측하긴 힘들지만, 반슬라이크를 위한 지원은 충분히 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2군 코치진은 반슬라이크가 한국에 왔을 때부터 빠르게 몸을 만들어주려 노력했다. 반슬라이크 역시 타격 폼을 교정하는 등 타격감을 끌어올리려 애를 썼다. 그러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 허리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반슬라이크는 김 감독의 구상에서 자연히 빠졌다. 반슬라이크도 더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못 느낄 리 없다. 

두산은 시즌 24경기를 남겨 두고 있다. 반슬라이크는 여전히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훈련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배팅 훈련을 시작하긴 했지만, 1군에 복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군 코치진은 반슬라이크를 다독이며 끌고 가려 했으나 선수 본인이 이런저런 이유로 허리가 아프다며 헤쳐나갈 의욕을 안 보이니 답답할 노릇이다. 사실상 두산은 올 시즌을 외국인 타자 없이 치를 각오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제2의 야구 인생을 꿈꿨던 반슬라이크는 2개월 사이 믿음과 기회를 모두 잃었다. 두산도 선수도 거의 마음을 비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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