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부상을 입어 눈에서 눈물이 흘렀을 뿐이다."

"승리 후 어떤 생각이 스쳤길래 눈물이 터졌나?"는 단도직입적 질문에 '크레이지 광' 이광희(28·화정익스트림컴뱃)는 이렇게 답했다.

지난 25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콜로세움에서 열린 '로드FC 24 일본대회(ROAD FC 024 In JAPAN)', 이광희는 180cm 장신의 키커 오하라 주리(24·일본)를 왼손 훅으로 쓰러뜨리고 파운딩 연타로 1라운드 3분 55초 만에 경기를 마무리했다.

자신의 거리에서 싸우려는 오하라의 앞손 잽과 앞발 앞차기·미들킥·하이킥을 결국엔 뚫고 들어갔다. '크레이지 모드' 압박에 오하라는 케이지 펜스까지 몰렸고, 강력한 한 방을 맞고 뒤로 넘어갔다.

하지만 이광희에게도 데미지가 있었다. "오하라 주리를 다운시켰을 때, 난 왼쪽 눈에 펀치를 맞았다. 암전이 된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라"며 "사물이 두 개로 겹쳐 보인 적은 있어도, 아무것도 안 보인 것은 처음이라 놀랐다. 나중에야 보이기 시작했지만, 지금도 눈동자를 움직이면 아프다. 병원에 가봐야 한다"고 지난 26일 스포티비뉴스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광희가 오하라를 쓰러뜨린 직후, 무릎을 꿇고 눈을 계속 만진 이유였다.

그런데 이광희의 눈물은 충격에 의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임재석 관장, 김득모 레슬링 코치, 조성빈이 케이지로 올라와 승리를 축하할 때 감정이 복받쳤는지 눈물을 떨어뜨렸다. 승리 후 인터뷰에서도 "지난 패배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원래 쉬려고 했는데 오퍼가 와서 받게 됐다. 더 열심히 하겠다. 다시 챔피언 오르겠다"면서 훌쩍거렸다.

그렇다, 그는 분명히 울었다.

짓궂게 다시 물었다. "왜 울었는가?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갔나?"

이광희는 또 말을 돌렸다. "오하라는 생각한 그대로 나왔다. 앞발로 미들킥, 하이킥을 차고 잽을 활용하는 스타일은 이전 경기와 똑같았다. 약간의 변화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 그대로였다"며 "난 데미지가 거의 없었다. 그 한 방에 쓰러질지 몰랐다. 사실 이번엔 레슬링 게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또 그렇게 끝났다"며 웃었다. 곤란한 질문은 더 이상 묻지 말아달라는 눈빛을 보내면서.

직접 밝히지 않아도 그가 흘린 눈물의 의미는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이광희는 지난 3월 권아솔과 펼친 로드FC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TKO패하고 마음 고생이 심했다. 우리나라 나이로 30살, 연승으로 치고 나아가야 할 때지만 그는 지난 몇 년간 승패를 거듭하면서 제자리걸음만 했다.

힘을 모아 다시 전진하려는 이광희는 인상적인 승리에도 휴식을 더 가지려고 한다. "김승연의 대체선수로 들어와서인지, 기자회견에도 불러주지 않더라"며 쓴웃음을 짓더니 "2라운드 경기라 오퍼를 받았다. 3라운드였다면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올해까지는 좀 쉬고 싶다. 재정비해서 다시 나오겠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눈물의 '진짜(?)' 의미를 이야기했다.

이광희는 "내가 억대연봉의 주인공이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눈물이 났다"는 핑계를 대며 씨익 웃었다.

최근 로드FC 정문홍 대표는 1년 안에 최소 10명과 억대연봉 계약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첫 계약자는 로드FC 24 일본대회에서 전어진을 꺾고 미들급 챔피언에 오른 후쿠다 리키.

이광희는 "로드FC에서 라이트급 토너먼트를 개최해 우승자에게 억대연봉을 시원하게 안겨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진짜 미친 듯 싸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이광희 ⓒ 정성욱 랭크5 기자 mr.sungc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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