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유명한 '카지노 셀럽'이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도박의 꽃은 설계자다. 베팅에 사람이 몰려야 한다. 그래야 판이 커진다. 그래서 기획이 중요하다. 룰, 배당률, 게임 종류 등을 조합해 최상의 장(場)을 만들어야 한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 곳을 만드는 게 목표다.

도박은 '올가미'다. 발들인 이는 쉬이 나올 수 없다. 설계자가 갖은 덫으로 구멍을 막아놓은 탓이다. 기획의 힘이다. 들어오는 문(門)은 넓히고 나가는 문은 커튼에 가려뒀다.

미국 매체 '월드 인 스포트'는 이 올가미에 걸린 스포츠 스타 3인을 소개했다. 부정적인 뉘앙스는 아니었다. 개인 돈을 쓰고 운용하는 행위에 대해 '태클'은 걸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조언을 건넸다. 이 매체는 "흥미로운 건 (이들의) 공통점이다. 카지노 출입이 잦은 운동선수 명단을 살피면 하나같이 각자 분야에서 알아주는 악동들이다. 은퇴 뒤 코치로 나서지 않고 연예·기타 사업으로 빠지는 것도 공통분모"라고 밝혔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 미국)가 거론됐다. 메이웨더는 50전 50승, 무패 전적에 빛나는 위대한 복서. 어깨 움직임과 스트레이트 방어만큼은 전성기 무하마드 알리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이웨더는 유명한 카지노 셀럽이다. 카지노가 지닌 공간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면이 있다.

USA 투데이는 "악역 캐릭터를 자처하면서 출입하기 시작한 카지노가 지금은 삶의 일부가 됐다. 엄청난 훈련량을 자랑하는 '연습벌레' 이미지는 뒤로 숨기고 랩 스타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적 행보를 20년째 소화하고 있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는 데) 카지노에서의 들뜬 표정과 고급차만큼 좋은 소재는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데뷔 초부터 출입한 건 아니었다. 1996년 신인 메이웨더는 돈이 없었다.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페더급 동메달을 목에 걸고 화려하게 프로 무대를 노크했지만 주머니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당시 아버지(플로이드 메이웨더 시니어)가 마약 유통 혐의로 수감돼 있던 터라 정신적으로도 힘든 시기였다.

그가 프로 데뷔했을 때 닉네임은 '프리티(Pretty)'였다. 워낙 압도적인 위빙, 숄더 롤 능력 덕분에 경기가 끝나도 얼굴이 깨끗하다 해서 붙여졌다.

업계 관계자는 비웃었다. 격투가로서 무게감과 매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였다.

당시 한 복싱 잡지는 "누가 예쁜 소년을 보러 경기장에 가나. 매표소 상단에 걸린 일정표에 '예쁜'이라는 형용사는 발길을 외면하게 한다. (좋은 의미와는 별개로) 복서에게 최악의 애칭"이라고 악평했다.

관중도 외면했다. 팬들은 좀체 메이웨더를 보러 경기장을 찾지 않았다.

삼촌 로저 메이웨더는 "(팬이) 와서 조카 경기를 보면 탄성을 지르는데 그 '오기까지'가 참 힘들었다. 주니어는 첫 경기부터 라스베이거스 무대에 오를만큼 기대주였지만 수입은 꽤 오랫동안 저조했다"고 그때를 술회했다.

닉네임을 바꿨다. '머니(Money)'를 기입했다. 플로이드 '머니' 메이웨더. 거짓말처럼 구름 관중이 몰렸다. 쑥쑥 오르는 성적에 발맞춰 파이트머니가 두둑해졌다.

체급도 차곡차곡 올렸다. 슈퍼 페더급, 라이트급, 라이트 웰터급으로 점점 몸무게를 늘렸다.

월드 인 스포트는 "늘어난 한계 체중만큼 복서로서 중량감을 증대시킨 시기"라고 분석했다. 집도 미시건주에서 네바다주, 즉 라스베이거스로 옮겼다.

라스베이거스는 미국의 공인된 도박 도시다. 전 세계 갬블러들 피를 끓게 만든다. 메이웨더는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카지노 문화를 받아들였다. 거부(巨富)가 된 지금도 도박을 즐긴다. 룰렛, 블랙잭, 브리지는 물론 농구, 풋볼 경기에도 수백만 달러를 베팅한다.

지인들은 메이웨더가 카드·주사위·버튼 도박에 정통하고 프로 스포츠 베팅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실전에서 단련한 승부사 기질을 기민하게 활용한다고 했다.

실제 증명했다. 메이웨더는 지난해 9월 코너 맥그리거 전을 뛰고 수령한 대전료 일부를 종잣돈 삼아 슬롯 머신에 앉았다. 라스베이거스의 한 카지노에서였다.

이때 10만 500달러(약 1억 2천만 원) 잭팟을 터트렸다.

메이웨더는 별 일 아니라는 듯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몇 자 끄적였다. 그날밤 그의 SNS엔 "지난주에 대전료 1억 달러를 받았는데 잭팟이 또 터졌다"는 문장이 올라왔다.

라스베이거스 도박장에서 블랙잭 토너먼트에 얼굴을 비추는 건 예사다. 바하마에 있는 자기 별장에선 총 상금 30만 달러 규모의 도박 대회를 열기도 했다. 최근엔 비트코인 전문 카지노 업체와 스폰서십을 맺고 활동 중이다.

월드 인 스포트는 "복싱 못지않게 카지노는 메이웨더 삶의 중요한 조각"이라고 평가했다.

▲ 웨인 루니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 연봉을 받는다.
◆2시간 만에 7억 탕진… 맨체스터의 잠 못 이루는 밤

세계적인 공격수 웨인 루니(33, 잉글랜드)도 유명한 갬블러다. 영국 최고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주전 포워드로 활약했을 때부터 '꾼' 기질을 보였다.

커리어 내내 경기장 밖 잡음에 시달렸다. 여러 차례 구설수로 구단 언론 대응 팀을 곤혹스럽게 했다. 음주운전, 성매매, 가정 폭력, 취재기자 폭행 등 항목도 다양했다.

걔중엔 도박도 있었다. 하룻밤에 룰렛과 블랙잭으로 수십만 파운드를 써 논란을 빚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지난해 7월 "루니가 단 2시간 만에 도박으로 50만 파운드(약 7억 3천만 원)를 탕진했다"고 보도했다.

기사가 늦었다. 보도 시점은 실제 일이 일어난 지 넉 달이나 지난 뒤였다.

루니는 지난해 3월 17일(이하 한국 시간)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로스토프와 홈 경기를 치렀다. 샤워를 마친 뒤 곧장 들어가지 않았다. 맨체스터 시내에 있는 한 카지노를 방문했다. 그날 VIP룸 좌석 하나를 꿰찬 루니는 첫판부터 거액의 판돈을 걸었다.

1분에 4천 파운드(약 580만 원)를 베팅하는 '강심장'을 보였다. 점점 판을 키웠다. 그 결과 2시간 만에 7억 원이 넘는 목돈을 잃었다.

당시 아내 콜린 루니는 영국에 없었다. 여행으로 집을 비웠던 상황. 자유로운 하룻밤을 보내려던 루니 계획은 걷잡을 수 없이 틀어졌다. 언론 보도 뒤 이혼설이 돌 만큼 크게 다퉜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팀에서는 주전에서 밀리고, 집에서는 아내와 불화가 심하다. 아마 그는 집으로 가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며 비아냥댔다.

루니는 현재 미국 프로 축구 DC 유나이티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대서양을 건넌 뒤에도 여전히 여러 도박을 즐기는 중이라고.

월드 인 스포트는 "더는 세계 최고 리그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가 됐지만 연봉은 끄덕없다. 무려 2,200만 달러(약 246억 원)다. 수입이 줄어야 판돈이 줄 텐데 아직 그런 환경은 조성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 동료들은 마리오 발로텔리(가운데 고개 숙인 선수)에게 골 세리머니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악동계 최고봉' 발로텔리…빠질 리 없는 '도박'

마리오 발로텔리(28, 이탈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콘트롤이 어려운 축구선수로 꼽힌다. 대표적인 '그라운드 악동'이다. 잦은 기행으로 신문 1면에 자주 오르내리는 그. 이력서에 베팅이 없으면 섭섭하다.

월드 인 스포트는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이 젊은 20대 스트라이커는 돈 씀씀이가 남다르다. 관대하다는 표현을 넘어 매우 너그럽다. 피치에서와는 확실히 다르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영리한 두뇌를 지닌 건 맞다. 발로텔리는 영국 리버풀에 있는 한 도박장에서 2만5,000파운드(약 3,600만 원)를 따냈다. 잃은 게 아니라 '땄다'. 비록 파티를 하면서 금세 다 쓰긴 했지만. 영리한 머리를 축구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썼다. 브랜든 로저스 당시 리버풀 감독은 발로텔리를 전혀 관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베팅 대상이 된 적도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일이다. 아일랜드 스포츠베팅사이트 '패디 파워'가 '경기 중 발로텔리가 유니폼 상의를 벗을 확률'을 놓고 베팅을 걸었다. 배당률은 2.75대1.

만약 그가 상의를 벗으면 1만 원을 건 사람은 2만 7,500원을 수령할 수 있는 식이다.

조별리그 첫 경기인 잉글랜드 전에서 결승 헤딩골을 집어넣었다. 그러나 상의는 벗지 않았다. 골 세리머니를 펼치려는 찰나, 자기 목을 끌어안고 기뻐하는 동료 탓에 마음껏 즐거움을 표출하지 못했다. 이어진 2경기에선 침묵했다. 무득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이탈리아도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다.

월드컵이 끝난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탈리아(AC밀란)와 영국(리버풀), 프랑스(OGC 니스)를 오가며 저니맨 생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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