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대구, 한희재 기자]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8 KBO리그 경기가 14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2회초 1사 1, 2루, 넥센 박병호가 타격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19일 자 스포티비뉴스 고유라 기자가 쓴 “'대기록' 박병호, 편견과 한계 넘은 한국 최고의 4번 타자” 제하 기사는 한때 일부 팬들에게 ‘국거박’으로 불리며 비아냥대는 말을 들었던 박병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될 듯하다.

기사 내용을 줄여 소개하면 이렇다.

“넥센 히어로즈 내야수 박병호가 중심 타자로서 세울 수 있는 기록을 잇달아 갈아 치우고 있다.

박병호는 18일 고척 두산전에서 4-7로 뒤진 7회 무사 1, 3루에서 박치국을 상대로 중월 동점 스리런을 때려 냈다. 패색이 짙던 넥센은 7-7을 만든 뒤 8회 10-7로 경기를 뒤집고 재재재역전승을 수확했다. 넥센은 3연승을 달리며 5위 LG를 3경기 차로 떼어 놨다.

박병호는 이 홈런으로 리그 최초 3시즌 연속 40홈런을 달성했다. 리그 전설로 불리는 이승엽, 리그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타자였던 에릭 테임즈(밀워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홈런왕을 달성한 최정(SK)도 40홈런을 넘긴 것은 단 2시즌이었다(최정은 진행 중이다). 박병호는 리그 27번째로 통산 250홈런도 달성했다. (중략)

미국으로 떠나기 전 박병호는 이미 넥센 최고의 4번 타자였지만 리그 전체로 인정받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목동구장이 리그에서 작은 편이라는 고정관념이 그의 가치를 깎아 먹었다. 하지만 KBO 리그와 2년이나 떨어져 있다 와서도, 목동구장이 아닌 고척 스카이돔을 홈구장으로 쓰면서도 똑같이 배트를 휘두르고 더 나아진 성적을 올리며 이제는 이견 없는 최고의 4번 타자로 우뚝 올라섰다. (하략)”

글쓴이에게 박병호는 서울 지역 고교 야구 명문 성남고 출신 LG 트윈스 고졸 신인과 고교 시절 4연타석 홈런 수립이라는 내용으로 이름 석 자가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박병호는 성남고 3학년이던 2004년, 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제38회 대통령배고교야구대회 1회전 화순고와 경기에서 3연타석, 이어 휘문고와 16강전 첫 타석에서 아치를 그려 고교 야구 사상 첫 4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그때 글쓴이에게 이 사실이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1975년 서울운동장(동대문운동장 옛 이름)에서 열린 제9회 대통령배대회 결승전에서 광주일고 김윤환이 세운 고교 야구 첫 3연타석 홈런 기록이 꽤 오래도록 기억 창고에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 까까머리 시절 역시 서울운동장에서 본 제일은행 이재우의 실업 야구 첫 3연타석 홈런도 기억 창고에 들어 있었고.

고교 야구 3연타석 홈런 기록은 그 뒤 1991년 김종국( 광주일고), 1999년 장요상(전주고)이 이어서 세웠고 박병호가 이 기록을 깬 것이다.

그런데 언제쯤인지 박병호라는 이름이 기억에서 멀어졌고 넥센 히어로즈에서 뛰기 시작한 2010년대 초쯤 돌아왔다. 고교 야구 홈런 타자가 프로 야구 강타자로 이름을 되찾은 2015년 가을 무렵, 글쓴이는 서울 시내 초·중등학교 야구부를 순회 취재하고 있었다.

그때 찾은 서울 영남중학교 취재 메모 일부를 소개한다.

서울지하철 가운데 유일한 순환 노선인 2호선 대림역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10여분을 걷다 보니 주택가 한가운데에 아담한 학교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머지않아 메이저리그 포스팅 시스템으로 화제를 모을 박병호의 모교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교정에 들어섰는데 야구부가 있는 다른 학교와 바로 비교되는 광경이 펼쳐진다.

직사각형이 대부분인 다른 학교와 달리 정사각형의 꽤 널찍한 운동장이다. 그리고 중학교 선수들에게는 타구 비거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큰 운동장인데 교사(校舍) 거의 전체에 그물망이 설치돼 있다. 초가을 한낮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운동장에서는 이제 막 수업을 마친 야구부원들이 운동장을 고르고 물을 뿌리며 훈련 준비를 하고 있다.

“아, 그물망이요. (박)병호 때문에 설치한 겁니다.” 사람 좋게 보이는 얼굴의 석문갑 감독이 얼굴 가득 웃음을 지으며 글쓴이가 궁궁해 한 내용을 바로 풀어 줬다. “(박)병호는 초등학교 때부터 체격도 좋고 힘도 셌습니다. 중학교에 와 힘이 더 붙었고요. 그 녀석이 깬 (학교) 유리창이 한두 장이 아닙니다. 허허.” 영일초등학교 때부터 박병호를 가르친 석문갑 감독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그물망을 설치하는 데 300만 원 정도 들었는데 박병호는 아주 오래전에 이 비용 이상을 학교에 내놓았다.

글쓴이는 그때 3년 전 기사를 살펴봤다.

"2012년 정규 시즌 MVP이자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인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가 그해 12월 28일 오후 모교인 영남중학교 야구부를 방문해 장학금 310만 원을 전달했다. 박병호는 홈런 1개를 칠 때마다 영남중학교 야구부에 10만 원씩 기부하고 있다. 박병호는 올 시즌 31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박병호는 2005년부터 매년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모교 야구부 후배들을 후원할 예정이다."

박병호의 모교 사랑은 특별하다. “홈런으로 기부하는 건 여전히 이어 오고 있고 KBO 리그 월간 MVP 등의 각종 상금과 부상의 일부를 꼬박꼬박 학교에 보내고 있습니다. 또 신인생과 졸업생 환영 및 환송회에 참석해 기부금을 전달하고 사인도 해 주고 후배들은 물론 학부모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습니다.” 석문갑 감독의 제자 자랑이 계속된다.

박병호가 성남고 시절 4연타석 홈런을 쳤고 LG를 거쳐 넥센에서 활약하고 있는 사실은 야구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박병호가 영일초등학교와 영남중학교에서 야구의 기초를 갈고닦은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학교 이름만 보고 박병호가 경상도 선수인 것으로 아는 이들도 있다.

그럴 만하다. 박병호의 출신교인 영일초등학교와 영남중학교의 ‘영’을 한자 ‘嶺’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남(嶺南)은 조령(鳥嶺·문경 새재) 남쪽이라는 뜻으로 경상남도와 경상북도를 이르는 말이다. 실제로 대구와 부산에 영남중학교(嶺南中學校)가 있다.

그런데 박병호의 모교 영남중학교는 한자로 永南中學校다. 서울 영등포구(永登浦區) 대림동에 있는 학교여서 영(永) 자를 쓴 것이다. 영일초등학교가 있는 가리봉동은 지금은 구로구지만 분구하기 전에는 영등포구였다.

박병호 외에도 KBO 리그에서는 이동현(LG 트윈스) 고영민 진야곱 오장훈 정진철(이상 두산 베어스) 정광운 임신호 박상언(한화 이글스) 이영준 이종현(이상 kt 위즈) 이재림 김응수(이상 넥센 히어로즈) 구황(NC 다이노스, 이상 2015년 시즌 현재) 등 영남중학교 출신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3년 전 취재 메모에 담긴 박병호가 길지 않은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KBO 리그로 돌아와 고교 야구 홈런 타자, 프로 야구 강타자의 면모를 이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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