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KFA 전무 이사 ⓒ대한축구협회
▲ 국가대표발전방안이 1차 간담회 주제였다.


[스포티비뉴스=대치동, 한준 기자] "저분 이름은 똑똑히 기억이 날 것 같아요."

홍명보 전무이사는 20일 오후 서울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연 한국축구 정책 제안 간담회를 마치고 웃었다. 

지난 9월 8일 진행된 국가대표팀 오픈트레이닝데이 행사에 벌어진 밤샘 줄서기 사태에 대한 정책 대안을 제시한 여고생의 발언은 대한축구협회가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이었다.

유예린 양은 밤새 줄서야 하는 불편에, 줄이 흐트러져 누가 먼저 왔는지 알 수 없게 되어 분쟁이 벌어지고 경찰까지 출동한 사태가 벌어졌다며 온라인 사전 티켓팅 시스템을 도입해 달라고 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대표 선수들의 인기가 높아졌다. 여고생의 제안은 협회 관계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2시간가량 진행된 간담회는 대한축구협회가 창립 이래 처음으로 팬들을 직접 만나 정책 제안을 듣는 행사였다.

20일 연 첫 간담회 주제는 국가대표 발전방안. 10월과 11월에 각기 다른 주제로 간담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고등학생부터 60대 노인까지, 남녀노소 100여 명의 사전 신청자들이 참석했다. 모의고사를 포기하고 온 학생, 지방에서 버스를 타고 온 유소년 선수 학부모 등 축구에 애정을 가진 이들이 모였다.

인터넷상에는 비판 댓글이 주로 눈에 띄지만 현장에는 한국축구에 애정 어린 비판을 하고, 격려하는 이들도 많았다.

사실 대부분 의견은 축구계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이미 여러번 회자되거나, 이미 협회가 추진 중인 정책이 대부분이었다. 유럽 강국과 원정 A매치를 늘리고, 유망주를 대표팀에 조기 발탁해 4년 간 월드컵을 준비하는 것 등 현실성이 없는 얘기도 있었다. 당장 바꿀 수 있는 것도 있었고, 장차 바꿔나가야 할 것, 사실상 하기 어려운 것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온라인 사전 접수도 받았지만 유의미한 의견이 많지 않아 보여주기 위한 행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홍명보 전무이사는 "보여주기식이 아니냐고 하시는데 전 기본적으로 보여주기식은 싫어한다. 몇 가지 좋은 말을 하신 것은 돌아가서 챙겨겠다. 또 다음달, 다다음달 간담회를 다른 주제로 할 것이다. 다 모아서 내년부터 할 수 있는 일 의지를 갖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팬들은 "이렇게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다"고 했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한 팬도 있었고, "매년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간담회는 국민 의견을 직접 듣고 소통해 오해를 줄이겠다는 측면에서 목적을 달성했고, 즉각 반영할 정책 아이디어를 얻겠다는 부분도 소기의 성과는 있었다. 

다만 개최 시기와 시간, 운영 과정과 정책 제안 내용의 밀도 측면에서 2차, 3차 간담회에 보완할 점도 있었다. 2시간의 시간동안 보다 현실 가능한 제안이 늘어나고, 그에 대한 협회의 설명이 따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필요했다. 

대표팀 성적 반등과 함께 축구 인기가 회복되고 있다. 홍 전무는 "축구가 다 잘되고 있다고 얘기한다. 많은 인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예전에도 있었고 대표팀이 잘 하면 모든 게 다 가려지고, 대표팀 성적이 안 좋으면 모든 게 문제라는 생각과 구조는 앞으로 바꿔야 한다"며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다. 

"대표팀 성적이 좋아도 잘못된 점이 많이 있고, 성적이 안 좋아도 잘하고 있는 점이 많이 있다"는 홍 전무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했다. 2019년 한국축구 중장기 발전 계획 수립에 이번 3차례 간담회에 모인 팬들의 제안을 반영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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