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는 어떻게 132경기 만에 1위를 확정할 수 있었을까.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글쎄요, 일단 4강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요."

두산 베어스가 지난 2월 일본 미야자키에서 봄맞이 준비를 하던 때였다. 한 선수에게 시즌 전망을 묻자 돌아온 솔직한 답변이었다. 다른 구단들이 스토브리그 동안 공격적으로 전력 보강을 할 때 두산은 움직이지 않았다. 늘 그렇듯 가을 야구는 할 거라 생각했지만, 우승 후보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올해 어떻게 보면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교체했고, 불펜은 밑그림을 다 그리지 못한 상황에서 시즌을 맞이했다. 주전 우익수 역시 겨울 안에 결정하지 못했다. 불안했지만, 자리에 맞는 선수들을 키우면서 가자는 생각이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두산은 25일 잠실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13-2로 승리하며 정규 시즌 1위를 확정했다. 132경기 만에 86승(46패)을 챙겼다. 2015년 144경기 체제로 들어선 이래 최소 경기 승리다. 구단 역대 3번째 정규 시즌 1위다. 전후기-양대 리그를 제외하고 1995년, 2016년, 그리고 올해까지 정상에 올랐다. 아울러 구단 최초로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두산도 몰랐던, 2018년 두산의 저력은 무엇이었을까. 

▲ 두산 베어스 마무리 투수 함덕주 ⓒ 곽혜미 기자
◆ 배짱 두둑한 젊은 마운드

마무리 투수 김강률과 셋업맨 함덕주 이외에 정해진 건 아무도 없었다. 남은 자리는 스프링캠프 때 가능성을 보여준 박치국, 이영하, 곽빈 등 젊은 투수들로 버텨보자는 계획이 전부였다. 젊은 투수들은 1, 2점 차 팽팽한 싸움을 버텨 나가면서 자신감을 키워나갔다. 

이강철 두산 수석 코치는 선수들에게 딱 한 가지만 강조했다. 점수를 주고, 안타를 맞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 코치는 '네 공을 제대로 던지고 내려왔으면 됐다'고 다독이며 젊은 마운드를 꾸려나갔다. 덕분에 영건들은 마운드에서 두둑한 배짱을 보여줄 수 있었다. 

시즌을 치르면서 23살 함덕주는 리그 최연소 클로저가 됐다. 26세이브를 거두며 구단 왼손 투수 역대 한 시즌 최다 세이브를 기록했다. 20살 사이드암스로 투수 박치국은 17홀드를 챙기며 믿음직한 필승 조로 성장했다. 21살 이영하는 시즌 중반부터 대체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9승을 기록했다. 19살 신인 곽빈은 전반기, 박신지는 후반기에 불펜에서 힘이 됐다.
 
▲ 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조쉬 린드블럼(왼쪽)과 세스 후랭코프 ⓒ 두산 베어스
◆ '33승' 외국인 듀오, '신의 한 수' 이용찬

외국인 투수 조쉬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는 든든하게 선발진을 이끌었다. 린드블럼은 26경기 15승 4패 168⅔이닝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하며 에이스다운 활약을 펼쳤다. 린드블럼은 26일 기준 리그 유일 평균자책점 2점대 투수다. 후랭코프는 28경기 18승 3패 149⅓이닝 평균자책점 3.74를 기록하며 다승 1위에 올라 있다. 

이용찬의 선발투수 전환은 신의 한 수였다. 2012년 이후 6년 만에 선발 복귀였는데, 딱 맞는 옷을 입은 듯했다. 이용찬은 23경기 14승 3패 127⅓이닝 평균자책점 3.82로 호투했다. 덕분에 장원준과 유희관이 흔들리는 동안에도 두산은 크게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 두산 베어스는 외국인 타자 없이도 리그 최고의 타선을 구축했다. ⓒ 곽혜미 기자
◆ '외국인 타자 없어도' 최강 타선

두산은 26일 현재 팀 타율 0.309 OPS 0.865 822타점 867득점으로 압도적인 리그 1위다. 홈런만 178개로 3위에 올라 있다. 외국인 타자 없이 낸 성적이라 더 값지다. 지미 파레디스는 21경기 타율 0.138 1홈런 4타점, 스캇 반슬라이크는 12경기 타율 0.128 1홈런 4타점을 기록하고 짐을 쌌다. 

4번 타자 김재환이 확실한 중심을 잡아줬다. 김재환은 43홈런-129타점-101득점을 기록해 KBO 리그 최초로 3년 연속 30홈런-100타점-100득점을 달성했다. 아울러 구단 역대 최다 홈런과 타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1998년 타이론 우즈의 42홈런, 2016년 본인의 124타점이었다. 

최주환은 사실상 외국인 타자 몫을 해냈다. 장타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타율 0.331 23홈런 101타점으로 생애 첫 20홈런-100타점을 달성했다. 키스톤콤비 오재원과 김재호는 나란히 15홈런으로 커리어 하이를 작성했고, 양의지 허경민 박건우 오재일 등이 돌아가며 타선에 힘을 실어줬다.

▲ 경찰청 제대 후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정수빈 ⓒ 두산 베어스
◆ 우익수 오디션 끝, 돌아온 정수빈

시즌 내내 치러졌던 우익수 오디션은 사실상 주인공을 결정하지 못하고 끝났다. 외국인 타자들이 고전한 가운데 정진호, 조수행, 김인태, 국해성(부상) 등이 돌아가면서 뛰었다. 김 감독은 "주전 한 명을 밀어주진 못했지만, 구장과 수비, 또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계산하면서 기용했는데 다들 정말 자기 몫들을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이달 초 정수빈이 경찰청에서 제대하면서 두산 외야는 비로소 완전체가 됐다. 정수빈은 제대 후 15경기에서 타율 0.386 OPS 0.983 2홈런 16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제자리를 찾아갔다. 두산은 좌익수 김재환-중견수 정수빈-우익수 박건우로 이어지는 탄탄한 외야진까지 갖추며 1위를 확정하는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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