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선수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우리 팀이 무언가가 특별해서 이런 성적을 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에게 올 시즌 총평을 부탁하자 돌아온 답이다. 두산은 25일 잠실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13-2로 승리하며 정규 시즌 1위를 확정했다. 132경기 만에 86승(46패)을 챙겼다. 2015년 144경기 체제로 들어선 이래 최소 경기 승리다. 구단 역대 3번째 정규 시즌 1위다. 전후기-양대 리그를 제외하고 1995년, 2016년, 그리고 올해까지 정상에 올랐다. 아울러 구단 최초로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역대 최고의 시즌이라 불리는 2016년과 비슷한 행보다. 두산은 2016년 KBO 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인 93승을 거뒀고, 역대 최초로 10승부터 90승까지 10승 단위를 모두 선점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올해는 12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4승을 더하면 90승 고지를 밟고, 여기에 4승을 더하면 한 시즌 최다 승 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다. 

김 감독은 2016년보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버금가는 성적을 내준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김 감독은 "쉽지 않았다. 2016년보다 1위로 가는 과정은 나았을지 모르지만, 초반부터 압도적으로 상대 팀을 누르면서 이기는 경기는 많지 않았다. 힘든 경기가 많았다. 그래도 이겼다는 건 우리 선수들의 힘인 거 같다"고 말했다.

▲ 경기가 끝난 뒤 자발적으로 나머지 훈련을 하는 두산 베어스 선수들. 거의 시즌 내내 있는 일이니 특별한 풍경은 아니다. ⓒ 두산 베어스
부단히 준비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도 사람이다. 늘 잘하길 바랄 수 없다. 선수들이 다 같이 준비를 잘해준 덕이다. 코치들은 언제든 필요한 선수를 기용할 수 있게 백업 선수들을 잘 준비시켜 줬다. 대비하고 준비한 결과지 우리 팀이 무언가가 특별해서 이런 성적을 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두산은 올해 전력을 완벽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외국인 선수 3명이 가장 큰 물음표였다. 조쉬 린드블럼은 어느 정도 검증을 마친 선수였으나 세스 후랭코프와 지미 파레디스는 뚜껑을 열어봐야 확인할 수 있었다. 불펜은 김강률과 함덕주 이외에 확실한 보직을 맡은 선수가 없었고, 우익수는 겨울 안에 주인을 확정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불안한 마음을 지우지 못하고 시즌을 맞이했지만, 선수들에겐 어느 때보다 기회가 풍성했다. 확실한 주인이 없다는 건 누구든 노력하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너나 할 거 없이 최선을 다했다. 경기장 불이 꺼져도 선수들은 쉽게 짐을 싸지 않았다. 야수들은 실내 타격 훈련장이나 불펜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며 부족한 점을 채워 나갔고,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던 투수들도 그라운드에 남아 캐치볼을 하거나 섀도 피칭으로 나머지 훈련을 했다. 

▲ 자연히 코치들의 퇴근 시간도 늦어진다. ⓒ 두산 베어스
자연히 코치들의 퇴근 시간도 늦어졌다. 밤늦도록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을 뒤로 하고 귀가할 수는 없었다. 경기 전 훈련 시간도 다르지 않았다. 공식 훈련 시간이 끝나고 개별 지도를 요청하는 선수가 있으면 짧게라도 고민을 듣고 함께 해답을 찾아나갔다. 이런 노력이 모인 결과 1위 팀이 됐다.

주장 오재원은 "우리 팀에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 (시즌 전에) 전력 보강이 안 됐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기회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개개인 능력치가 아닌 팀으로 뭉친다면 성적이 좋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게 마침 증명된 거 같다"고 말했다.

두산은 앞으로 조금씩 특별해질 거 같다. '왕조' 시절을 보낸 SK 와이번스, 삼성 라이온즈의 뒤를 밟는다. SK는 2007년부터 2012년, 삼성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르며 리그를 장악했다. 2015년부터 '왕조' 바통을 이어받으며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두산은 김 감독 부임 후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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