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경(가운데)를 비롯한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 FIVB 제공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은 추석 연휴 간 쉼 없이 구슬땀을 흘렸다. 태국을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세계 배구의 발걸음에 한국은 여전히 따라가지 못했다. 과거 아시아 배구의 변방에 있었던 태국은 어느새 세계 강호들을 위협하는 팀으로 성장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위해 한국이 반드시 잡아야 하는 팀이 태국이다. 세계 랭킹 1위 중국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올림픽 티켓을 거머쥘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개최국 자격으로 세계 예선을 거치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과 태국이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피말리는 승부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올해 한국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태국에 연거푸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29일 일본 고베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여자 배구 세계선수권대회 C조 조별 리그 1차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태국에 세트스코어 2-3(25-18 22-25 19-25 25-13 11-15)으로 졌다.

한국은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세계 예선전에서 모두 태국을 이겼다. 한국과 일본에 막혀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한 태국은 단단하게 칼을 갈았다. 이런 태국의 의지와 열망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 한국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의 리베로 김해란(가운데) ⓒ FIVB 제공

지난해까지 한국 남녀배구 시스템은 공중 분해됐다. 매번 국제 대회를 앞두고 체계 없이 선수들을 급하게 소집해 대회에 출전했다. 그러나 올해 전임 감독제가 도입됐다. 또한 여자 대표 팀은 신한은행의 후원을 받는 등 변화의 조짐이 일어났다.

올해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이하 VNL)를 준비하고 있던 김연경(터키 엑자시바시)은 "그동안 앞이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며 희망을 드러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여자 대표 팀은 엔트리 14명을 채우기도 힘겨웠다. 그러나 올해 국제 대회 마지막 일정인 세계선수권대회에 14명의 엔트리를 채웠다. 연습 기간도 그 어느 해와 비교해 많았다.

그러나 선수들의 땀과 눈물은 태국과 경기에서 열매를 맺지 못했다. 대표 팀의 베테랑 멤버인 미들 블로커 양효진(현대건설)과 주전 세터 이효희(한국도로공사)는 그동안 꾸준하게 자기 소임을 해냈다. 그러나 양효진은 태국과 경기에서 평소 하지 않는 범실을 하며 흔들렸다. 세터 이효희도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듯 토스가 불안했다.

이들이 흔들릴 때 멤버 교체는 없었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한국은 그동안 문제점으로 드러난 리시브 불안을 보강하기 위해 리베로 김해란(흥국생명)과 오지영(KGC인삼공사)을 데려왔다. 공격은 물론 수비와 리시브가 뛰어난 이소영(GS칼텍스)도 가세했다.

수비 라인은 보강됐지만 세터와 미들 블로커 포지션은 불안했다. 결국 믿었던 양효진과 이효희가 흔들렸고 이들의 짐을 덜어줄 대체 멤버가 부족했다.

▲ 김연경 ⓒ FIVB 제공

벤치 멤버의 존재는 주전 선수들이 흔들릴 때 대신 들어가 분위기를 바꿀 때 나타난다. 세계선수권대회 같이 모든 경기가 중요한 대회에서 벤치 멤버의 비중은 한층 커진다.

국제 대회 경험이 풍부한 리베로 김해란은 발굴의 디그로 수비에 힘을 보탰다. 이소영은 주전 날개 공격수 이재영(흥국생명)이 부진할 때 리시브와 수비 그리고 공격에서 자기 소임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미들 블로커와 세터 포지션의 대체 멤버 부족은 아쉬웠다. 심각한 점은 마흔을 눈앞에 둔 이효희를 제외하면 여전히 믿음직한 차세대 세터가 없다는 점이다. 김연경과 오랫동안 대표 팀의 대들보로 활약한 양효진도 곧 서른이 된다.

세대교체는 꾸준한 유망주 육성과 철저한 시스템이 존재해야 가능하다. 아시안게임은 물론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도 동행한 이주아(흥국생명 입단 예정) 박은진(KGC인삼공사 입단 예정) 정호영(선명여고)은 팀 전력에 힘을 보탤 정도로 성장하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태국은 주니어 때부터 시니어 대표 팀에 맞춰 선수들을 양성한다. 이런 노력은 핌피차야 코크람이라는 무서운 신예를 등장하게 했다. 스무살인 핌피차야는 한국과 경기에서 두 팀 최다인 25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 태국 전력의 핵심이자 세계적인 세터인 눗사라 톰콤(가운데) ⓒ FIVB 제공

서브와 리시브도 아쉬움이 남았다. 과거 한국은 태국을 제압할 때 블로킹 싸움에서 압도적으로 우위를 보였다. 김수지(IBK기업은행)가 분전했지만 한국은 10-6으로 태국보다 블로킹 득점이 4점 많았다. 서브 득점에서는 한국이 2개에 그칠 때 태국은 8개나 나왔다. 한 때 예리한 서브로 강팀들을 위협했던 한국의 장점은 이번 경기에서 나오지 않았다.

경기를 마친 차해원 감독은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충분하지 않았다. 태국의 공격도 좋았고 긴 랠리를 이어갔지만 우리는 여기에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장 김연경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첫 세트 이후 서브와 수비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우리의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남겼다.

태국에 발목이 잡힌 한국은 남은 경기 부담이 커졌다. 한국은 30일 오후 지난해 유럽선수권대회 4위 팀인 아제르바이잔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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