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지난 1일(이하 한국 시간) 아침에 일어날 때만 해도 리치 힐은 자신이 선발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이날 샌프란시스코와 2018 메이저리그 162번째 경기에서 워커 뷸러가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는데, 다저스가 타이브레이커로 콜로라도와 163번째 경기를 치르게 되면서 뷸러가 선발 등판을 미뤘다. 뷸러가 빠진 162번째 경기에 힐이 들어갔다.

갑작스럽게 선발투수가 됐는데도 힐은 승리 투수가 됐다.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7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묶고 15-0 승리를 이끌었다. 투구 수는 75개에 불과했다.

8일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다저스는 애틀랜타에 5-6으로 졌다. 그러자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4차전 선발로 힐을 불렀다.

힐은 "흥분된다. 승리가 필요하다"며 "간단하다. 마운드에 올라가서 공격하면 된다. 자신 있게 즐기면서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1, 2차전에서 류현진과 클레이튼 커쇼에게 한 점도 못 뽑았다고 하나 애틀랜타는 올해 힐과 같은 좌완을 상대했을 때 팀 OPS가 0.781다. 내셔널리그 2위다. 게다가 2경기 동안 침묵했던 타선이 3차전에서 기지개를 켰다. 로날드 아쿠냐가 만루 홈런, 프레디 프리먼이 솔로 홈런을 쳤다.

힐은 "애틀랜타는 공격적인 팀"이라며 "난 그냥 내 계획 대로 두 구종을 던지면 된다. 패스트볼을 많이 던지고, 변화구(커브) 각을 조절하는 것. 그러면 된다"고 밝혔다.

힐은 메이저리그 14시즌을 커브로 버틴 투수다. 통산 패스트볼 비율이 56.8%, 커브 비율이 34.9%다. 선발투수 가운데 커브 비율이 가장 크다. 2011년엔 전체 투구 가운데 커브가 무려 75.4%였다.

힐의 커브는 특별하다. 팔 각도를 올리고 낮추면서 커브의 궤적을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구속도 올리고 낮춘다. 그래서 타자가 패스트볼과 커브 두 구종만 머리에 그리고 있다면 낭패다.

또 패스트볼도 무시할 수 없다. 구속은 80마일 후반에서 90마일 초반대에 머물지만 피안타율은 0.183으로 메이저리그 최상급이다.

전략을 공개한 힐은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며 "그냥 마운드에 올라가서 보여 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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