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백민기는 2013년 프로 데뷔 이래 처음 홈런을 쏘아 올렸다. ⓒ 김민경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잘 때도 저러고 자겠어."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11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에 앞서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다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김 감독은 인터뷰 직전까지 외야수 백민기(28)에게 타격 원포인트 레슨을 하고 있었다. 쉽게 설명하면 오른쪽 팔을 몸통 쪽으로 붙인 상태로 스윙하라는 지적이었다. 

배팅 케이지에 있는 동안 백민기의 오른팔은 몸통에서 떨어질 줄 몰랐고, 김 감독은 애쓰는 백민기가 기특해 보였는지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지금 타격감이 괜찮다. 감을 살려 잘 쳤으면 하는 마음에 이야기를 해줬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백민기는 2번 타자 중견수로 교체 출전해 2-2로 맞선 7회 좌중간 담장 너머로 타구를 보냈다. 2013년 데뷔 이래 처음 쏘아 올린 홈런이었다. 8회에는 좌익수 오른쪽 적시 2루타를 때리며 좋은 감을 이어 갔다. 

백민기는 "아직도 얼떨떨하다. 실투가 와서 운이 좋았다. 낮은 직구를 치려고 노력했는데, 기다리니까 실투가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늘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연습 때 하는 걸 경기에 나가서 해보라고 하셨다.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하셔서 마음이 편했다"고 덧붙였다. 

원포인트 레슨과 관련해서는 "타격할 때 인 앤 아웃이 돼야 하는데 아웃 인 스윙이 심한 편이라 연습 때부터 고치려고 신경을 썼다. 아침부터 그것만 신경 썼는데, 경기 때 나와서 다행"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 두산 베어스 2018년 신인 전민재는 데뷔 첫 안타와 타점을 기록했다. ⓒ 김민경 기자
백민기와 함께 내야수 전민재(19)도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전민재는 2018년 신인 2차 지명 4라운드 40순위로 뽑힌 신인이다. 전민재는 이날 1번 타자 3루수로 교체 출전해 3타수 2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1-2로 뒤진 5회 중견수 왼쪽 적시 2루타로 데뷔 첫 안타와 타점을 신고했다. 1군 9경기 3타석 만이었다. 8회에도 적시타 하나를 추가하며 8-3 승리에 힘을 보탰다. 

전민재는 "첫 시즌에 첫 안타가 나와서 뿌듯하고 좋다. 형들과 코치님들께서 초구를 놓치지 말고 치라고 하셨다. 초구 직구만 노리고 쳤는데, 빗맞은 게 아니고 중심에 정확히 맞아서 더 기분이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이렇게 빨리 1군에 올지 몰랐다. 좋게 봐주시고 불러올려주셔서 영광이고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두산은 132경기 만에 정규 시즌 1위를 확정하고 한국시리즈 엔트리를 추리는 과정에 있다. 누군가는 두산이 정규 시즌을 마무리했다고 말하겠지만, 백민기와 전민재처럼 그동안 기회가 많지 않았던 백업 선수들은 133번째 경기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을 거다. 이때 쓰임새를 증명하면 한국시리즈까지 잠실야구장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을지도 모른다. 백민기의 첫 홈런과 전민재의 첫 안타는 그래서 더 값지게 느껴졌다. 

김 감독을 비롯한 두산 코치진은 출발선에서 한걸음 나아간 두 선수를 축하했다. 코치진은 첫 홈런과 첫 안타 공을 두 선수에게 챙겨줬다. 백민기는 "(홈런 공은) 아버지가 늘 기다려온 거라 빨리 집에 계신 아버지께 드려야 할 거 같다. 시즌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다치지 않고 끝까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했고, 전민재는 "남은 경기에서 안타도 더 치고, 수비도 실책 없이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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