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지e스포츠 페이스북 캡처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가을의 팀 답지 않았다.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빅 게임 팀' 젠지 e스포츠가 초라한 성적으로 2018년을 마감했다.

젠지는 14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2018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5일째 B조 로열네버기브업(RNG)와 경기서 고개를 숙였다. 결과와 내용, 모두 실망스러웠다.

매치 내내 별다른 변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완패했다. 이 경기 패배로 젠지는 그룹 스테이지 1승 5패를 기록하며 초라하게 올 시즌을 마감했다.

전신인 삼성 갤럭시 오존 시절을 포함해 5년 만의 그룹 스테이지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다. 젠지는 2013년 롤드컵에서 갬빗 게이밍과 순위 결정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고개를 떨궜다. 결국 5승 4패로 다음 단계에 발을 들이지 못한 아픔을 겪었다.

디펜딩 챔피언의 추락이었다. 젠지는 먼저 승부를 거는 스타일의 팀이 아니다. 성벽을 높이고 방어선을 탄탄하게 구축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 유리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팀이다. 지난해 롤드컵 우승이라는 '깜짝 실적'도 해외 구단보다 한두 수 위 실력을 뽐낸 경기 운영 능력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노련한 팀 운영도 개인 기량이 갖춰졌을 때 더 빛을 발한다는 점이 뼈아프게 드러났다. 특히 올해 롤드컵 추세가 그랬다. 수성보다 공성이, 지키는 공격보다 공격을 통한 수비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5대5 대결에서 한 선수라도 기량이나 컨디션이 떨어지면 그 간극을 메우기가 쉽지 않았다. '지키는' 경기 플랜이 통했을 땐 보이지 않던 약점이 수면 위로 떠오른 꼴이었다.

'크라운' 이민호 침묵이 결정적이었다. 크라운은 적극적인 솔로 킬을 노리는 플레이어라기보다 팀원들과 함께 공수 포지션을 공유하고 그러한 상황에서 더 힘을 내는 캐릭터다. 아자르, 말자하 등 그가 지닌 챔피언 풀도 이 같은 성향에 최적화돼 있다.

하지만 올해 대회에선 크라운 장점이 좀체 힘을 쓰지 못했다. 매치 초반부터 강력하게 각 영역을 장악하고 스스로 플레이를 매듭질 수 있는 선수가 더 빛을 발했다.

팀 바이탈리티, C9 전이 대표적이다. 크라운은 '지즈케' 다니엘레 디 마우로와 '옌슨' 니콜라이 옌슨과 일대일 승부에서 현저히 밀렸다.

이 탓에 젠지는 라인 주도권을 완벽히 내주면서 경기를 시작했다. 100골드씩 차분히 적립하며 우세 흐름을 거머쥐다가 중후반 캐리형 챔피언이 싹쓸이하는 LCK 특유의 패턴이 초반부터 꼬인 셈이다.

경기 초반부터 펼쳐지는 치열한 난타전 양상은 젠지에 낯선 흐름이었다. C9, RNG 전에서 완패는 이 같은 현상이 명확히 드러난 매치였다. 가을 바람에 떨어지는 잎새처럼 힘 한 번 못 쓰고 탈락 통지를 받은 모양새다. 항상 따듯했던 젠지의 가을이었던 터라 올해 그들의 퇴장이 더 쓸쓸해 보인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