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치홍.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안치홍은 KIA 4번 타자다. 전형적인 4번 타자 스타일이라고 하기엔 낯선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데뷔 이후 한번도 30개 이상의 홈런을 친 적이 없다.

게다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만나게 될 상대 4번 타자는 박병호다.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다. 부상으로 113경기에 출장하는데 그쳤지만 홈런은 43개나 때려 냈다. KBO리그서 유일하게 3년 연속 40홈런을 친 홈런 타자다.

박병호와 안치홍을 단순 비교하자면 박병호 쪽으로 무게감이 쏠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안치홍은 KIA에 꼭 필요한 4번 타자다. 최형우에게 4번에 대한 부담을 덜게 하며 중심 타선을 구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이다.

안치홍은 찬스에서 강한 타격을 시즌 내내 보여 줬다. 주자 없을 때 타율은 3할1푼5리였지만 주자가 있을 땐 3할6푼7리로 타율이 치솟았다. 득점권에선 4할3리로 더욱 강해졌다.

어차피 야구는 1대1 승부가 아니다. 팀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4번 타자로서는 안치홍도 박병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시즌 때 그랬던 것처럼 주눅들지 않는 풀스윙으로 대처해도 좋은 4번 타자다.

풀스윙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그의 세부 데이터도 안치홍의 풀스윙에 한 표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치홍의 타구 분포도와 코스별 타율을 분석한 데이터다.

안치홍의 타구 분포도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이다. 전형적인 거포형 유형의 스윙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단 당겨 친 타구 비율이 높다. 가운데 담장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형성된 타구 비율이 56%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좌측과 좌중간이 43%를 차지한다.

가장 오른쪽과 우중간의 타구 분포는 26%에 불과하다. 대부분 거포 유형의 타자들에게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분포도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힘으로만 잡아당겨 만들어진 데이터가 아니다. 안치홍은 보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타구를 날려 보냈고 그 결과가 모아져 거포다운 타구 분포도가 이뤄진 것이다.

인플레이 타구 타율이 가장 높은 코스는 가장 왼쪽 담장을 향해 있을 때였다. 가장 왼편으로 보낸 타구의 인플레이 타율은 5할6푼3리나 됐다.

다음 구간에서도 5할1푼1리의 인플레이 타구 타율을 기록했다. 가장 많은 분포도를 보내고 있는 곳에서 타율이 가장 높았다는 걸 뜻한다. 안치홍이 성공적으로 4번 타자 임무를 해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데이터다.

일단 공이 좌측으로 날아가면 그라운드 안에서 안타가 될 확률이 절반이 넘어간다는 걸 의미한다.

안치홍은 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이 확정된 12일 광주 롯데전에서도 롯데 '믿을맨' 구승민의 빠른 공을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직격하는 결승 2타점을 올린 바 있다. 최근 다소 좋지 않았던 페이스를 바꿀 수 있는 한 방이었다. 가장 잘 만들어 낼 수 있는 타구를 만들며 좋은 결과를 만들었기에 이후 타격 페이스에 대한 기대치까지 끌어올렸다.

의외로 안치홍은 밀어친 타구에 대해선 썩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인플레이 타구 타율이 3할은 넘어섰지만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안치홍의 타구는 일단 풀스윙으로 당겨 쳤을 때 뭔가 일을 내도 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제 물러설 곳 없는 또 한번의 승부가 4번 타자 안치홍을 기다리고 있다. 안치홍이 특유의 풀 스윙으로 KIA를 좀 더 높은 곳으로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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