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열했던 수원과 전북의 ACL 8강전은 승부차기에서야 승패가 갈렸다.
[스포티비뉴스=완주, 유현태 기자] K리그1 우승을 차지하고도 이승기와 손준호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탈락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첫 ACL 우승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전북 현대는 32라운드를 마친 시점에서 일찌감치 우승을 차지했다. 23승 5무 4패 승점 74점. 6경기를 남겨두고 순위를 확정했다. ACL과 FA컵에서도 탈락을 확정하면서 전북의 시즌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중원을 묵묵히 책임졌던 이승기와 손준호를 지난 15일 전라북도 완주군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우승을 차지한 선수들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담담한 표정. 지난 5시즌 동안 벌써 4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손준호는 "처음을 우승해서 좋긴 하다. 형들이 많은 우승을 해봐서 그런지 썩 신나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멋쩍게 웃는다. 옆에 앉은 이승기는 벌써 3번째 우승이라 그런지 표정이 차분하다.

K리그 우승은 어느새 당연하게 여겨지는 상황. 두 선수는 모두 이번 시즌 가장 아쉬웠던 순간을 수원 삼성과 ACL 8강으로 꼽았다. 전북은 안방 '전주성'에서 0-3으로 충격적으로 패했지만 적지 '빅버드'에서 3-0으로 맹추격했다. 후반 종료 직전 아드리아노의 페널티킥은 신화용의 선방에 막혔고, 승부차기에서도 신화용은 '통곡의 벽'이 됐다.

두 선수 모두 ACL 우승이 아직 없다. 이승기는 "(2016년 우승 당시엔 전역 직후라서)텔레비전으로만 봤다. 리그를 우승해서 기쁘지만 올해는 꼭 ACL까지 같이 우승하고 싶었다. ACL에 비중을 두고 했는데 탈락해서 아쉬웠다"면서 ACL 우승이 중요 목표였다고 말한다.

이미 손에 넣은 것이 있지만 더욱 많은 것을 바라는 전북 중원의 핵심 이승기와 손준호를 만났다.

다음은 이승기, 손준호와 일문일답.

▲ 인터뷰하는 이승기

시즌이 사실상 끝이 났다. 이번 시즌은 어땠나.
손준호 - 이적해서 첫 시즌이었다. 처음엔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전반기에는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았다. 후반기 전에 했던 중국 전지훈련부터 자신감을 갖고 했다. 공격 포인트도 더 신경쓰면서 준비했다. 후반기엔 더 나아진 것 같고 팀에 도움이 된 것 같아서 좋다. 우승은 했지만 개인 목표가 남았으니 최선을 다하겠다. (개인 목표는 구체적으로?) 개인 목표는 도움왕이었는데, (이)용이 형이 좋은 위치에 있으니 받았으면 좋겠다. 베스트11에 미드필더로 이름을 올리고 싶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다. 남은 기간 동안 도전해보겠다.
이승기 - 개인적으론 부상이 중요할 때마다 있었다. 아쉬운 시즌이다. 올해 리그를 우승해서 기쁘지만 올해는 꼭 ACL까지 같이 우승하고 싶었다. ACL에 비중을 두고 했는데 탈락해서 아쉬웠다. 경기 수가 많아서 몸 관리가 어려웠다. 부상 상태로 경기에 나가는 경우도 많았고 아쉬웠다.

1월 대표팀 차출 때문에 동계 훈련이 조금 부족했던 것 아닌가.
이승기 - 주로 경기 위주만 했다. 그렇지만 우리 팀에서도 다치는 사람은 다치고, 안 다치는 사람은 안 다친다. 경기 감각 익히고 체력 조금 끌어올리면 뭐. 광주에서, 전북에서 동계 훈련을 해봤다. (동계 훈련 때) 많이 뛴다고 해서 안 다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팀의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계속 이기면서 자신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북에서 많이 느낀다. 몇 달 동안 쉬었는데 연습 경기를 뛰면서 오히려 경기 감각을 높여서 팀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우승 팀 선수들까지 같지 않다. 첫 우승을 차지한 손준호와 그래도 3번째 우승을 차지한 이승기. 두 선수의 감회가 다를 것 같다.
손준호 - 처음을 우승해서 좋긴 하다. 형들이 많은 우승을 해봐서 그런지 썩 신나하지 않는 것 같다. 20일에 홈 경기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릴 때 되면 기분을 알 것 같다. ACL도 그렇고 많은 트로피를 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 ACL에 대해선 모두 아쉬워하고 있다. K리그는 전북이 자주 우승하지만 어려운 대회란 것은 변하지 않는다. 우승의 일원이 돼서 기쁘다.

▲ 함께 웃는 손준호(왼쪽)와 이승기

공격 포인트가 평소보다 좀 저조한 감이 있다. 강한 팀에서 좋은 선수들과 뛰어서 손해보는 것도 있지 않나.
이승기 - 저 스스로가 부족해서 포인트가 안 났다고 생각한다.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골도 더 넣고, 공격 포인트도 더 많이 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많이 다쳐서 공격 포인트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부족한 거다.
손준호 - 미드필더라서 많이 찬스가 오지 않지만 그 찬스가 왔을 때 못 살린 게 아쉽다. 공격수에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받쳐줄 생각으로 도움만 생각하고 왔다. 그 속에서 포인트를 못 하다보니 공격적으로 해서 골도 넣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후반기엔 그래서 조금 나아진 것 같다.

수치로 목표가 있나.
손준호 - 3골만 더 넣으면 통산 20골-20도움이다. 3골 더 넣고 싶다.
이승기 - 시즌 초반부터 (40-40 클럽) 이야기가 나왔다. 2골만 넣으면 되는데 못 넣고 있다. 쩝. 내년에 해도 되고. 어차피 리그는 우승을 했기 때문에. 올해 하면 좋지만, 일단 부상 없이 마무리하고 싶다.

개인적으론 두 선수 다 ACL 첫 우승에 도전했다. 특히 아쉬웠을 것 같다.
이승기 - (2016년 전역 이후라서)텔레비전으로만 봤다. 부리람 유나이티드전을 잘 마무리하고 텀이 좀 있었다. 이후로 팀 분위기가 좋진 않았다. (이)재성이도 해외로 진출하고 선수들의 부상도 많이 왔다. 리그랑 경기가 많이 겹쳤다. ACL 8강 1차전에 초점을 두고 준비를 했다. 너무 이기고 싶은 마음에 하다보니 실점이 많아졌다. 하던 대로 했어야 하는데, 홈에서 하니 이기고 원정에 가자고 생각했다. 결국 0-3으로 패한 게 탈락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손준호 - 감독님, 선수들 모두 ACL에 대한 욕망이 컸다. 그래서 충격도 컸다. 한국 팀인 수원에 패해서 더 화가 났다. 전북이란 팀이라서 0-3으로 지고도 다시 3-0으로 이기고 승부차기까지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북이란 팀이 강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 항상 ACL에 도전하는 팀이기 때문에 올 시즌을 발판으로 삼아서 다음 시즌에 다시 도전하겠다.

ACL이 리그보다 역시 어려운 대회인가.
이승기 - 시즌 초반부터 조별 리그가 시작한다. 8강쯤 오면서 리그랑 경기가 많이 겹치면 과부하가 와서 부상도 늘고 대표팀 차출도 있어서 변수가 많다. 한 번 미끄러지면 리그보다 만회하기 힘든 것도 있다.
손준호 - 대표팀이라든지 일정이 타이트했다. 체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원도 똑같은 상황이라서 핑계 대고 싶진 않다. 1차전 준비를 못해서 패한 것 같다.

그렇다면 역시 가장 아쉬운 점은 ACL 우승을 놓친 것인가.
이승기 - 시즌 초반부터 리그를 꾸준히 잘해왔다. ACL은 녹아웃스테이지로 진행되지 않나. 조별 리그 통과해서 8강까지 갔고, 몇 경기만 잘하면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많이 아쉽다. 시즌 시작부터 우승 컵 2개 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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