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준호(왼쪽)와 이승기가 밝게 웃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이재성의 공백을)우리도 느끼고 있다. (이)재성이랑 위치는 비슷하지만 스타일은 다르다. 마음대로 하기보단 팀 플레이에 치우치곤 한다. 좀 단순해진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전북 현대는 32라운드를 마친 시점에서 일찌감치 우승을 차지했다. 23승 5무 4패 승점 74점. 6경기를 남겨두고 순위를 확정했다. 하지만 전북의 우승 욕심엔 끝이 없다. 내년에도 다시 K리그1, ACL, FA컵 우승에 다시 도전해야 한다. 이번 시즌엔 수원 삼성에 밀려 ACL 우승이 좌절됐다. FA컵에서도 아산무궁화에 덜미를 잡히며 16강에서 탈락했다.

시즌 내내 중원에서 고군분투한 이승기와 손준호를 만났다. 2014년 도움왕 이승기와 2016년 도움왕 손준호는 전북의 화려한 공격진을 돕는 도우미다. 이제 팀의 에이스라던 이재성을 독일로 떠나 보내고 두 선수 역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 묵직한 전북 공격을 대표하는 김신욱

"전북은 공격 과정보다도 골이라는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팀이다. 볼을 주고받으면서 과정을 거치는 팀이 아니라, 한 번에 연결하고 다시 빼앗거나 리바운드 볼을 잡아서 다시 공격수에게 연결하는 플레이가 많다." - 이승기

전북의 공격은 비교적 단순한 형태지만 효과적이다. 최전방에 김신욱과 이동국이 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날카로운 아드리아노도 있다. 공격수들의 능력이 출중하기 때문에 비교적 단순한 형태로 공을 밀어준다. 손준호도 "포항에 있을 때 전북의 전술이나 패턴을 알고 있는데도 항상 당했다"며 효율성을 인정한다.

이 와중에 차이를 만들었던 것은 이재성의 존재다. 돌아서는 움직임이 좋고 원터치패스로 흐름을 살리는 이재성은 전북의 강력한 공격에 창의성을 더하는 존재였다. 이재성이 지난 8월 독일로 이적한 뒤 전북의 공격 형태가 단순해졌다는 평가가 있다. 전북 미드필드의 핵심 두 선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승기도 "우리와 자리는 같지만 재성이는 진짜 잘했다. 대표팀도 가고 MVP도 받았고 해외로도 진출했다"면서 "(그 공백을) 우리도 느끼고 있다. (이)재성이랑 위치는 비슷하지만 스타일은 다르다. 마음대로 하기보단 팀 플레이에 치우치곤 한다. 좀 단순해진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재성 공백을 인정한다.

▲ 이승기는 손준호(오른쪽)의 수비력을 보고 놀랐다.

- 이승기: 준호가 나이도 같고 발전해서 재성이처럼 되지 않겠나.
- 손준호: 하하. 저는 재성이랑 축구 스타일이 다르니까. 같이 뛰면서 좋은 선수라고 많이 느꼈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뛰어난 친구다. 재성이랑 스타일이랑 비슷하면서도 잘하는 것은 역시 승기 형이다.
- 이승기: 재성이가 워낙 잘하고 떠났다. 제가 가진 역량보다 훨씬 많은 걸 보여주고 가서 항상 비교가 된다. 저는 열심히 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승기도, 손준호도 이재성의 공백 문제를 묻자 서로 투닥거렸다. 하지만 새로운 이재성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스타일이 이재성과 다를 뿐,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장점을 설명해달라고 하자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손준호는 이승기의 기술과 돌파력을 높이 평가한다. 손준호는 "승기 형은 테크닉이 좋다. 공을 지키는 능력이나, 개인 능력에서 K리그에서도 손꼽힌다고 생각한다. 공을 주면 빼앗기질 않는다. 드리블 돌파가 좋다. 팬들이 좋은 기술을 즐겨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이승기는 최근 측면에서 활약하는 경우가 늘었다. 전형적인 윙어와 다르게 중앙 쪽으로 좁혀서서 공격을 전개한다. 볼 키핑과 돌파 능력을 극대화 할 수 있고, 풀백이 공격할 공간을 버는 동시에 중앙에서 공격수들과 연계 플레이도 한다. 최근 부상이 잦아서 '최고의 컨디션'이 아닌 점이 이승기 스스로도 불만이다.

이승기 역시 손준호를 두고 "나이에 맞지 않게 여유가 있다. 기술도 좋고 센스도 좋다"는 말과 함께 "팀에 와서 보니까 수비를 정말 잘하더라"고 칭찬한다. 손준호는 전형적인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다. 공격과 수비를 모두 해야 한다. 이재성보다 조금 더 깊은 위치에서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잡는 것이 손준호의 몫이다.

▲ 돌파가 장점이라는 이승기 ⓒ연합뉴스

- 이승기: 같이 경기는 하지만 제가 특색 있는 경기를 하면 언제든 주목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팀의 한 명으로서 열심히 했기 때문에 주목받지 못해 서운한 것은 없다.
- 손준호: 경기에서 잘하고 그런 사람들이 주목받는 게 나쁘지 않다. 팀에 도움이 됐다는 생각만 있으면 된다.
- 이승기: 그런 말들로 서로 위로를 하곤 한다. 하하.

2017시즌 K리그 MVP 이재성은 확실히 특별한 선수다. 떠나간 빈 자리를 쉽게 메울 수 없을 것이라고 선수들도 인정한다. 손준호는 "잘하는 사람 데려올 것"이라면서 웃는다. 이승기도 "우리가 안되면 좋은 선수를 데려올 것"이라며 "열심히 해서 팀에 기여하는 선수가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이재성의 공백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해야 할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알고 있다. 

두 선수가 조금 더 집중하고 싶은 것은 자신들이 해낼 몫을 더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다. 이승기도, 손준호도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한 전북에서 '언성히어로'가 되더라도 기꺼이 팀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됐다. 어차피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북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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