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강희 감독은 고민에 빠져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완주, 유현태 기자] 최강희 감독의 얼굴엔 고민 때문에 그늘이 졌다.

최강희 감독은 K리그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장수 감독'이다. 2005년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은 뒤 지금까지 계속 전북 현대를 이끌었다. 중하위권 지방 구단에 지나지 않았던 전북은 이제 K리그 최강의 구단으로 꼽힌다. 중간에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A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며 외도를 했지만 전북은 감독 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최 감독은 K리그1 우승 6회를 차지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등 전북의 역사를 함께 했다. 그런 최 감독에게 지휘봉을 잡아달라고 한 중국 구단이 이미 여럿이다. 지난 5,6월부터 이미 중국 구단들의 영입 제의가 있었지만 최 감독이 고사했다. 중국 쪽에선 다시 10월부터 최 감독에게 접근하고 있다.

최 감독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최 감독은 20일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한 뒤 자신의 거취를 확정겠다고 밝혔다. 평소처럼 "주변에서 나를 보내려는 것 같다. 몇 년째 내가 갈 것이다, 간다라는 말이 나온다"라며 웃었지만 이내 진지한 표정을 되찾았다. '스포티비뉴스'는 15일 전라북도 완주 클럽하우스에서 최 감독과 마주앉아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강희대제'가 전북을 떠나려는 이유

최 감독은 핵심 선수들의 부상과 A매치 차출, 빡빡한 일정 때문에 "정상적인 시즌이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전북은 이번 시즌 스플릿 라운드에도 돌입하기 전 우승을 확정했다. 최 감독은 "선수들이 고비처에서 강했다"며 전북의 저력을 설명했지만 사실상의 독주였다.

최 감독이 '이적'을 고려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동기부여'다. 전북과 우승을 겨룰 팀이 없어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경남이 2위까지 하고 아주 잘하는 건 사실이지만, 말컹을 제외하면 선수 구성만 보면 특별한 팀이 아니지 않나. 울산, 수원, 서울 등이 더 잘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승을 해도 극적인 긴장감이 없지 않나. 우승하고 라커룸에 들어갔더니 선수들이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더라"고 덧붙였다. 

어차피 우승은 전북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최 감독은 싸우고 있었다. 그는 "바늘로 찌르는 심정으로 버텼다"고 설명했다. 감독이 투지를 잃으면 선수들 역시 해이해진다. 스스로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채근했다는 뜻이다.

최 감독은 구단 측에선 자신의 사임을 받아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이 구단 내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이 높기 때문이다. 구단 측에서 선수단 보강과 영입 과정에서 당연히 의견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최 감독은 이제 구단과 밀고당기기할 힘이 없다고 말했다.

▲ 최강희 감독이 마음을 쓰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팬들.

◆ '봉동이장'이 봉동을 떠나기 어려운 이유

그렇지만 최 감독은 중국의 모든 제안에 대한 결정을 '유보'한 상태다. 전북 구단과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선 아무 것도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 최 감독은 여전히 팀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벌써 전북 사령탑으로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을 훌쩍 넘겼다. 최 감독에게 전북은 가족과 같은 팀이다.

가족과 이별하는 것이 쉬울 리 없다. 최 감독은 "팀을 떠나는 데 가장 걸리는 것은 선수, 두 번째는 팬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동국을 비롯해 베테랑 선수들은 최 감독을 보고 전북 이적을 선택했다. 팬들 역시 마찬가지다. 최 감독은 "2003년 이런 때 10게임씩 못 이기다가 1경기 이기면 서로 얼싸안고 눈물 흘리던 팬들이 있다. 지금 (김)진수 또래인 팬들과 연락을 하는 경우도 있다. 4,50대 팬들도 있다. 포항 원정 경기에 맞춰서 영덕에서 대게 먹고 경기 지켜보고, 제주 원정 경기에 맞춰서 가족여행을 떠나서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에게 떠난 뒤의 전북이 걱정되지 않는지 물었다. 잉글랜드의 명문 맨체스터유나이티드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떠난 뒤 리그 우승이 한 번도 없다.

알렉스 퍼거슨, 주제 무리뉴, 아르센 벵거 등 여러 감독의 자서전을 읽었다는 이야기로 대답을 시작했다. 최 감독은 "무리뉴 감독은 사실 우승을 노릴 팀을 찾아 움직인다. 3년 정도 팀을 이끌면 다시 옮긴다. 유럽 출장 등을 가서 이야기해보면 '우리 구단, 내 구단'이란 개념이 없다. 빅클럽 감독들은 다 능력이 있어서 팀을 자신의 직장으로 생각한다. 잘 안 맞으면 새로운 팀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다르다. 그는 맨유를 자신의 집처럼 생각했다. 저녁 식사까지 모두 하고 구단 직원들과도 긴 시간을 함께 보냈다. 나도 마찬가지다. 2003년부터 구단 살림을 도와주신 분이 있다. 경기 날이 되면 털을 곤두세우고 일을 하신다. 우리 팀이 되면 그런 것이다."

▲ 이동국은 최강희 감독 아래서 다시 비상했다.

◆ 결정은 열려 있다

20일 거취를 밝히겠다는 것이 차기 행선지를 결정해서 알리겠다는 뜻은 아니다. 최 감독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확실히 말했다. 하지만 구단 측과 논의해 팀을 떠날지, 잔류할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구단 측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는 시점이 20일일 뿐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중국 쪽의 관심은 인정했다. 돈은 중요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최 감독은 "딸은 이미 결혼을 했다. 돈이 물론 중요하지만 부인과 둘이서 여생을 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미 2016년 장쑤 쑤닝 측에서 회장과 부회장이 모두 와서 거액을 '베팅'했지만 최 감독이 고사했다고 한다.

중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최 감독의 마음을 돌리려고 한다. 높은 연봉으로, 때론 3년 이상 장기 계약으로 최 감독을 유혹한다. 하지만 정확한 결론을 내리긴 이르다. 최 감독이 문을 박차고 나가 협상 테이블에 앉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20일 이후 구단과 결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그때부턴 이야기를 들어보고 결정을 내리겠다는 생각이다.

K리그를 대표하는 명장 '강희대제',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어떤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인간적으로 공감을 할 수 있다. 팬들 역시 욕심만으로 그의 이적에 반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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