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권(왼쪽)은 생각보다 중국에서 몸 관리를 잘 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최고의 수비력을 선보인 김영권은 유럽의 러브콜을 받았다. 독일을 꺾은 선제 골을 터트리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골키퍼 조현우와 더불어 대회가 낳은 한국 대표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김영권이 만난 암초는 광저우헝다와 남은 1년의 계약기간. 광저우는 2018시즌 후반기 파울리뉴를 재영입하며 외국인 선수를 재편했다. 공격수 위주로 외국인 쿼터를 채워 김영권은 중국슈퍼리그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그럼에도 광저우는 이적료 없이 김영권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유럽의 몇몇 팀이 김영권에 관심을 보였으나 30억 원에 달하는 광저우의 이적료 요구를 맞춰줄 팀은 없었다. 김영권은 광저우에서 받던 연봉을 대폭삭감하고라도 유럽 진출을 꿈꿨으나 이루지 못했다.

광저우는 계약을 1년 연장하면 임대 이적을 허락하겠다고 했다. 김영권은 1년 뒤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을 우려했다. 2019년 1월에 열릴 AFC 아시안컵, 2019시즌 AFC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할 경우 아시아쿼터로 출전이 가능한 상황 등을 고려해 버티기로 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소속팀 출전 여부와 관계없이 필요한 선수는 뽑겠다고 했다. 9월과 10월 총 네 번의 A매치에 김영권은 중앙 수비 포지션으로 전 경기에 선발 출전했고, 우루과이전안 작은 부상으로 교체되었다. 세 경기는 풀타임으로 뛰며 수비 라인의 중심 선수로 자리잡았다.

김영권이 광저우에서 실전 경기를 뛰지 못하며 실전 감각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우루과이전 실점 장면에 미끄러지는 실수를 범했으나 실전 감각 문제가 아니라 잔디가 미끄러웠기 때문이다. 김영권의 경기력에는 문제가 없었다.

팀트웰브가 제공한 경기 데이터에 따르면 김영권은 우루과이전에 43차례 볼 터치로 경기에 관여했고, 총 31회의 패스를 연결했다. 패스 성공률은 90.32%로 높았다. 결정적인 볼 차단도 두 차례 기록하며 활약했다.

파나마전의 영향력은 더 높았다. 59회 볼 터치를 기록하며 51회 패스를 연결했다. 패스 성공률은 무려 96.08%로 파나마전에 출전한 한국 대표 선수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 차례 결정적 볼 차단도 기록했다. 

벤투 감독은 우루과이전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김영권이 벤투 축구의 토대가 되는 선수가 맞는지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안정적인 수비 커팅과 빌드업,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김영권은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는 상황에도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펼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 밀도 높은 1군 훈련, 꾸준한 2군 경기, 얼마 남지 않은 리그 일정

쉽게 이룬 것은 아니다. 김영권은 소속팀 광저우에서 최대한 좋은 몸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 중이다. 김영권은 프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광저우 1군 팀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수비 레전드'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이 지휘하는 훈련의 밀도는 낮지 않다. 

실전 경기에 나서지 못해 2군 경기를 뛰며 경기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광저우 2군 팀은 유소년 출신 어린 선수들과 1군 경기 명단에 빠진 외국인 선수로 구성된다. 현재 광저우 1군에 등록된 4명의 외국인 선수는 브라질 공격수 알란 카르발류와 히카르두 굴라트, 브라질 미드필더 파울리뉴, 탈리스카다.

이들 중 네 번째 옵션인 알란이 종종 김영권과 함께 광저우 2군 경기를 뛰고 있다. 알란 역시 2010-11시즌부터 2014-15시즌까지 오스트리아 클럽 레드불잘츠부르크에서 129경기를 뒤며 92골을 몰아친 수준 높은 공격수다.

광저우 2군 팀은 주로 중국 2부리그, 3부리그 팀과 친선 경기를 통해 담금질하고 있다. 경기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없지만 경기 체력을 유지할 수준은 된다. 김영권은 1군 훈련과 2군 경기, 개인 운동을 통해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내에선 부담 없이 훈련하고 연습 경기를 치르면서 오히려 여유가 생기고 몸 상태가 좋아졌다. 김영권을 근거리에서 지켜보고 있는 에이전트사 FS코퍼레이션의 김성호 실장은 "오히려 몸 상태는 어느 때보다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김영권은 소속 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매달 두 차례씩 A매치 경기를 치르며 집중도 높은 경기에 나서고 있다. 1군 엔트리에 들어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후보 선수들의 상황과 비교하면 특별히 더 나쁜 상황은 아니다.

중국슈퍼리그는 11월 11일 종료된다. 김영권이 1군 엔트리에 들었다고 하더라도 11월 중순 이후에는 긴 휴식이 이어진다. 김영권은 11월 호주 원정 A매치, 2019년 1월 아시안컵 참가에 대한 피로가 오히려 없는 상황이다. 

광저우는 이미 2019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확보했다. 당장 1월이 아니라도 상반기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뛰다 자유 계약으로 여름 이적 시장에 유럽 진출을 노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김영권은 조급하지 않게 몸을 만들고 대표팀 일정에 집중하고 있다. 밖에서 보기에 광저우 엔트리에 들지 못한 김영권의 상황이 우려될 수 있지만, 실상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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