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생 신인 박주홍이 준플레이오프 4차전 선발투수로 낙점됐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한화가 4차전 선발로 낙점한 박주홍은 1999년생 고졸 신인이다. 그런데 그는 선발투수가 아니다. 올 시즌 1군에서 모두 불펜으로 뛰었다. 뒤늦게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았다. 게다가 성적도 갸우뚱. 1군에서 평균자책점이 8.35다. 2군에서도 한 번도 5회를 못 채웠다.

4차전이 열리기 하루 전 박주홍을 선발투수로 결정했다는 한 감독의 설명은 이렇다.

"박주홍은 선발투수라기보단 첫 번째 투수다. 넥센 상위 타선이 왼손 타자이기 때문에 이를 선택했다."

박주홍처럼 중간 투수가 선발투수하는 일은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에선 꽤 흔하다. 탬파베이 불펜 투수 세르지오 로모는 지난 5월 20일 LA에인절스와 경기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고 589일 만에 선발로 섰다. 그런데 하루 뒤 또 선발투수로 나왔다.

특이한 점은 선발 데뷔전에서 로모는 단 1이닝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두 번째 경기에서도 1⅓이닝에 불과했다. 2경기 모두 두 번째 투수가 더 긴 이닝을 책임졌다. 두 번째 투수가 20일엔 6⅓이닝을, 21일 경기에선 2이닝을 던졌다. 이틀 동안 두 번째 투수는 마치 선발투수처럼 달랐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은 "에인절스 상위 타선이 오른손 라인업이 좋아 오른손 타자에게 강한 로모를 붙였다"고 밝혔다.

중간 투수를 선발로 내세운 기행은 이제 전략으로 통한다. 이름은 오프너(opener)다. 첫 번째 투수라는 뜻이다. 스몰 마켓 팀인 탬파베이는 이번 시즌 선발투수가 부족하다. 캐시 감독은 발상을 바꿨다. 처음 만나는 1회와 타자가 두어번 상대한 뒤인 6회에 실점 확률이 가장 높으니 1, 2회를 실점 없이 막고 실질적인 선발투수가 상대의 하위 타선부터 상대하면 경기를 수월하게 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상대 예상 라인업에 강한 투수를 내보내 1회를 넘겼다. 1회가 지나가면 두 번째 투수가 긴 이닝을 던졌다. 캐시 감독은 오프너에 대해 "상대 타자가 한 경기에서 우리 투수를 두 번 이상 상대해 얻을 이점을 얻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넥센은 준플레이오프에서 왼손 타자 두 명으로 테이블세터를 꾸렸다. 1, 2차전엔 이정후와 서건창이 나섰고 이정후가 전력에서 빠진 3차전엔 서건창이 1번, 타격감이 좋은 송성문이 2번을 맡았다.

오프너 이론과 한 감독의 말에 따르면 박주홍의 임무는 두 타자가 될 확률이 크다. 박주홍이 왼손 타자를 처리하면 오른손 투수를 타자가 포진한 넥센 중심 타선에 붙일 수 있다. 안영명 김민우 김성훈 등 길게 던질 수 있는 우완 투수들은 물론 5차전 선발이 유력한 데이비드 헤일이 될 수도 있다. 이어 벌떼 불펜을 가동하는 그림이다.

오프너는 위장 선발이라는 지적이 많다. 위장 선발을 제제할 수 있는 규정은 없지만 선발투수 예고제를 무의미하고 거짓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도덕적인 비난이 따른다. 밀워키는 2차전 선발이었던 웨이드 마일리를 3일 휴식 후 5차전 선발로 기용했다. 다저스는 5차전에서 왼손 투수인 마일리를 대비해 7명을 오른손 타자로 꾸렸는데 마일리는 첫 타자만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크레이크 카운셀 밀워키 감독은 "비겁한 게 아니라 작전"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오프너와 위장 선발과 성격이 다르다. 위장 선발은 상대 라인업을 무너뜨릴 목적이다. 반대로 오프너는 상대 라인업에 따라 투수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한 타자 이상을 맡긴다. 또 두 번째 투수가 정해져 있다.

물론 이에 따라 넥센이 라인업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차전 키워드는 벤치의 지략 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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