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트를 하고 있는 최재훈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22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한화는 삼중살을 당했다. 준플레이오프 삼중살은 역대 3번째. 2004년 이후 13년 만에 진기록이었다.

원래 선택은 번트였다. 3회 무사 1, 2루에서 한용덕 한화 감독은 김회성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병살을 막겠다는 생각이었다. 김회성은 초구부터 번트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초구에 번트로 파울을 대더니 2구는 흘려보내 2스트라이크에 몰렸다. 어쩔 수 없이 강공으로 전환해 타격했더니 3루수, 2루수, 1루수로 이어지는 삼중살이 됐다.

3-3인 9회 무사 1루에선 이성열이 번트를 못 댔다. 초구 볼을 흘려보내고 2구, 3구에 방망이를 댔는데 모두 파울이 됐다. 강공으로 4구에 방망이를 돌렸더니 1루 땅볼이 돼 선행 주자가 잡혔다.

반면 넥센은 번트 효과를 누렸다. 0-2로 끌려가던 5회 무사 1루에서 9번 타자 포수 김재현이 희생번트로 1루 주자를 2루로 보냈다. 서건창이 1타점 2루타를 터뜨려 1-2를 만들었다.

한화는 이번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희생을 목적에 둔 번트가 하나도 없다. 번트 성공은 2차전에서 하주석의 기습 번트가 유일하다.

시도 자체가 많지 않다. 1차전과 2차전엔 시늉조차 없었다. 상위 타선이나 하위 타선이나 선택은 강공이었다.

한화는 올 시즌 팀 타율이 0.275로 리그 8위다. 생존 전략은 스몰볼이었다. 기회가 나오면 뛰었다. 팀 도루가 118개로 리그 1위, 도루 시도율 또한 9.1%로 리그 1위다. 1, 3루에서 홈스틸은 이번 시즌 한화의 자랑이었으나 한편으론 타자를 믿지 못하는 씁쓸한 단면이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타선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다. 위험성이 있지만 1점을 쥐어짜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스몰볼의 목적은 한 점이다. 병살을 방지하고 주자를 득점권에 보내 적시타를 기대하는 번트가 스몰볼의 핵심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한화는 희생번트와 거리가 멀다. 31개로 리그 최하위다. 성공률이 38.3%에 불과하다.

한 감독은 번트 두 번을 시도해 모두 실패한 3차전을 마치고 "그동안 번트를 안 댄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오늘 이유를 다 보여준 것 같다. 번트가 잘 안됐다. 5회에 번트를 고민하긴 했는데 결과적으로 좋지 않았다. 시즌 끝나고 고민해봐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번트는 내셔널리그챔피언십시리즈 7차전을 뒤집었다. LA다저스가 0-1로 뒤져 있던 2회 다저스 4번 타자 매니 마차도가 2스트라이크에서 스리번트 위험을 감수하고 번트를 댔다. 마차도는 공을 끝까지 봤다. 침착하고 안정적이었다. 5번 타자 코디 벨린저가 역전 결승 2점 홈런으로 다저스를 월드시리즈로 이끌었다.

야구는 1인치의 싸움이다. 단기전에선 더욱 세밀해진다. 1차전과 3차전 양팀은 불과 1점 차, 2차전에선 2점 차로 갈렸다. 어쩌면 번트는 남은시리즈를 풀 중요한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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