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항서 감독은 진지하게 말레이시아전을 준비하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하노이(베트남), 취재 조형애·영상 김태홍 기자] 더이상 서글서글한 미소는 볼 수 없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비장한 표정으로 말레이시아전 출사표를 밝혔다.

"결과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잘 준비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 아시안게임 4위를 일궈낸 박항서호는 '세 번째 기적'을 꿈 꾸고 있다.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2018이 그 무대다. 대회 중요도는 동남아 내 으뜸 수준. 박항서 감독 말을 빌리자면 "동남아 국가 자존심의 대결"이다. 거의 모든 걸 걸었다는 표현이다.

15일 베트남축구협회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본 박 감독 표정은 굳어있었다. 베트남 현지 국민들도 '상당한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할 정도로, 조별 리그 2차전 말레이시아와 경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전은 사실상 베트남의 대회 판도를 가를 중요한 일전으로 불리고 있다. 이미 2승을 챙기고 있는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승점을 챙기지 못한다면, 험난한 녹아웃 스테이지를 치를 수 밖에 없다. 각조 1·2위까지 준결승에 오르지만, 2위로 오를시 '디펜딩 챔피언' 태국이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기 전 말을 아끼는 편이고, 물론 말주변이 퍽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그는 굳어 있었다.

"감독님 화나신 것 아니죠?"

카메라로 박 감독을 연신 '줌인' 하고있었던 본지 영상 기자가 물은 말. 박 감독이 평소와 다르다는 건 혼자 만의 감상이 아니었다.

▲ 박항서(완쪽) 베트남 감독과 탄챙호 말레이시아 감독이 경기를 앞두고 손을 맞잡았다. ⓒ한희재 기자

경기 중요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항서 감독은 모든 대답을 길지 않게 했다. 내용 역시 원론적이었다.

"라오스전 끝나고 일주일 동안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잘 준비되어 있고.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 선수가 근육에 문제가 있는데 심각한 문제는 아닙니다. 다른 선수는 부상이 없고 컨디션도 양호한 편입니다. … 말레이시아 감독이 공식적으론 승점 1점이라도 얻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마음속으로는 3점 갖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 의미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겠습니다."

최종 훈련도 긴장의 연속. 박항서 감독은 취재진에게 공개를 약속한 15분이 지나자, 빨리 철수해 달라는 '레이저'를 쏘았다. 베트남 관계자들도 "서둘러달라"고 연신 재촉해 부랴부랴 빠져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운명의 2차전은 현지 시간으로 16일 오후 7시 30분(한국 시간, 9시 30분) 킥오프 된다. 베트남축구관계자 모두 장담못한다며 한숨 푹 쉬고 "쉽지 않다"고 한 경기. 박항서 감독 '세 번째 도전' 속 도전은 긴장과 부담 속 곧 막이 오를 채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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