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로스(왼쪽)가 주세종의 수비를 피하고 있다. 독일은 러시아 월드컵 본선부터 부진에 빠졌다.
[스포티비뉴스=프랑크푸르트(독일), 유현태 기자] 월드컵부터 삐걱이기 시작한 독일 대표팀에 대해 차범근 감독의 진단은 어떨까.

독일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별 리그 탈락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조별 리그 1차전에서 멕시코에 덜미를 잡히고, 스웨덴과 2차전에서도 후반 종료 직전 터진 토니 크로스의 골로 천신만고 끝에 승리했다. 조별 리그 3차전에선 대한민국의 밀집 수비에 고전하다가 연속 실점하며 0-2로 패했다.

독일은 꾸준히 강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 유로 2016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4강 진출에 실패한 것은 유로2004가 유일하다.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월드컵에서다 허무하게 탈락을 맛봤다. 월드컵이 막을 내린 뒤에도 2승 2무 1패로 딱히 좋은 성적을 거둔 것도 아니다.

한국인으로서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를 개척한 차범근 전 축구 대표팀 감독은 독일 축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뼈아픈 실패를 겪은 독일 축구는 현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독일은 16일 새벽(한국 시간) 독일 라이프치히 레드불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와 친선 경기에서 3-0으로 완승했다. 팀차붐플러스의 훈련을 지켜보기 위해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클럽하우스를 찾은 차 감독은 "스스로에 신뢰가 부족하다"며 "예전엔 압박을 받아도 풀고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뒤에 수비가 지나치게 많다"면서 연이은 실패로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차 감독은 "독일 선수들은 기량이 좋지만 경기는 경기다. 배고픔이 없다"는 말로 월드컵 부진의 원인을 설명했다.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 반복된 성공에 정신력이 느슨해졌다는 평가. 하지만 최근 대표팀에 승선하기 시작한 세대는 우승 경험이 부족해 독일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내적으로도 문제를 분석했다. 차 감독은 "공격수가 부족하다"고 확실한 약점을 집었다. 차 감독은 "미드필더에 좋은 선수가 많은데 골을 넣는 선수가 없다. 축구는 결국 골인데 결정을 못하면 어떡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티모 베르너(RB라이프치히)가 리그에서 득점은 곧잘 하지만 대표팀에선 또 다른 문제다. 강력하게 싸워줄 선수가 필요한데 지금 그런 선수가 없다. 토마스 뮐러(바이에른뮌헨)가 득점력은 좋지만 수비와 싸워주는 유형은 아니다. 필요할 때 나타나 주로 골을 잡아내는 선수"라면서 공격진의 구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쉽게 무너질 독일 축구가 아니다. 차 감독은 "독일은 실패를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유로2000에서 성적이 나지 않자 유스 시스템을 정비했다. 이후 2009년 유럽축구연맹 21세 이하 챔피언십 우승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으로 이어졌다. 독일이란 나라는 문제가 생기면 토론을 활발하게 해 의제를 도출한다. 그게 독일의 장점이다. 여러 의견이 나오면 모아서 영향을 준다"면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16일 만난 독일축구연맹(DFL)의 안드레아스 나겔 유스 디렉터는 "월드컵 이후 독일축구협회(DFB)와 개선 계획을 세웠다. 공격수 부족과 지도자 교육에 대한 강화를 할 것"이라면서 큰 줄기를 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회 결과는 아팠지만 전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일부가 잘못됐다는 평가 아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독일 축구가 강한 이유는 실패에 그저 아파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로부터 배우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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