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아(오른쪽)와 임은수 ⓒ 임은수 인스타그램 캡쳐

▲ 임은수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김연아(28)가 은반을 떠난 지 어느덧 5년이 가까워진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그는 그해 봄 열린 아이스쇼에서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피겨스케이팅에 김연아가 미치는 영향력은 작지 않다. 김연아의 발자취가 대단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다른 시선으로 보면 김연아 이후 국제무대에서 괄목할만한 성적을 올린 후배도 없었다.

김연아가 마지막으로 출전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는 2009년 11월에 열린 '스케이트 아메리카'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그는 이듬해 열린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김연아는 프로그램을 점검하기 위한 B급 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 그리고 마지막 무대가 된 소치 올림픽에 출전했다. 피겨스케이팅 시즌 정규적으로 펼쳐지는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김연아의 후배들은 계속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나 지난 9년간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 여자 싱글에서 시상대에 오른 이는 없었다.

김연아 이후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 여자 싱글에서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이는 박소연(21, 단국대)이었다. 그는 2014년 스케이트 아메리카와 로스텔레콤 컵, 그리고 2016년 프랑스 트로피에서 모두 5위에 올랐다.

최다빈(18, 고려대)은 올해 4대륙선수권대회에서는 4위에 올랐지만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는 좋은 성적표를 받지 못했다. 2016년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7위에 오른 것이 가장 높은 순위였다.

한국 여자 싱글 시니어 그랑프리 노메달의 침묵은 9년 만에 깨졌다. 올 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15살 소녀 임은수(15, 한강중)는 18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막을 내린 2018~2019 시즌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 로스텔레콤 컵 여자 싱글에서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 임은수 ⓒ 한희재 기자

아쉬웠던 쇼트프로그램 부진 극복하며 시상대 올라서

이번 시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인 로스텔레콤 컵에서 임은수의 메달 가능성은 높았다. 무엇보다 지난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4차 대회 NHK트로피에서 보여준 선전이 인상적이었다.

NHK트로피에서 임은수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총점에서 모두 종전 개인 최고 점수를 갈아치웠다. 특히 이 대회에서 세운 총점 196.31점은 ISU가 인정한 대회에서 받은 점수 가운데 김연아, 김예림(15, 도장중, 196.34점) 다음으로 높은 점수였다.

애초 시즌이 시작되기 전 임은수가 출전할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는 로스텔레콤 컵밖에 없었다. 그러나 NHK트로피 출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던 최다빈이 부츠 문제로 기권했고 결국 임은수가 막차를 탔다.

NHK트로피를 마친 뒤 곧바로 러시아 모스크바로 이동해 새로운 대회를 준비하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NHK트로피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윔업 시간 때 일본의 미하라 마이와 충돌하며 빙판에 넘어졌다.

이 여파는 경기에 영향을 미쳤고 임은수는 프로그램 클린에 실패했다. 일주일 만에 경기를 치른 일정과 NHK트로피에서 겪은 충돌 후유증은 로스텔레콤 컵 쇼트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임은수는 점프에서 잦은 실수를 하며 흔들렸다. 그는 NHK트로피에서 기록한 자신의 쇼트프로그램 최고 점수인 69.78점에 12.02점이나 미치지 못하는 57.76점에 그쳤다.

쇼트프로그램 6위에 머무른 임은수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선전했다. 첫 점프 과제인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깨끗하게 뛴 그는 1.52점의 수행점수(GOE)를 챙겼다. 트리플 루프는 GOE 1.4점을 받았다. 아쉬운 부분은 트리플 러츠 이후 이러질 후속 점프를 뛰지 못했다는 점이다. 또한 트리플 플립은 회전수 부족으로 언더 로테이티드(Under rotated : 90도 이상 180도 이하로 점프 회전수 부족) 판정이 지적됐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스핀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한층 발전했다.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과 플라잉 카멜 스핀은 최고 등급인 레벨4를 기록했다. 레이백 스핀은 레벨3를 받았다. 비점프 요소에 집중했던 노력은 나름 결실을 맺었다.

▲ 2018년 ISU 챌린저 대회 아시안트로피에서 우승한 임은수 ⓒ 스포티비뉴스

시니어 무대 본격적인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

임은수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선전한 점도 메달로 연결됐지만 행운도 따랐다. 경기 완성도를 보면 이번 로스텔레콤 컵보다 지난주 NHK트로피가 한층 좋았다. 그러나 쟁쟁한 상위권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던 NHK트로피에서는 총점 196점을 넘었지만 6위에 만족해야 했다.

로스텔레콤 컵은 평창 올림픽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알리나 자기토바(러시아)가 출전했다. 그러나 NHK트로피와 비교해 상위권 선수들이 덜 참가했다. NHK트로피를 마친 임은수는 ISU 홈페이지에 크게 소개됐다. 올 시즌 처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15살 소녀에 집중한 ISU는 "(시니어 데뷔 첫해인) 올 시즌은 어린 임은수에게 크게 성장할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로스텔레콤 컵은 이변이 없는 한 자기토바의 우승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남은 두 개의 메달을 놓고 소피아 사모두로바(러시아) 엘리자베트 트루신바예바(카자흐스탄) 폴리나 트루츠카야(러시아) 야마시타 마코(일본) 그리고 임은수 등이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여겨졌다.

사모두로바는 쇼트와 프리에서 나름 선전하며 은메달을 땄다. 그러나 트루츠카여와 야마시타 그리고 트루신바예바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잦은 실수를 하며 무너졌다. 결국 프리스케이팅에서 안정적인 경기를 한 임은수가 이들을 제치고 시상대에 올랐다.

첫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를 마친 임은수는 곧바로 훈련지인 미국 LA로 돌아간다. 다음 달 초 귀국하는 그는 12월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진행되는 2018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 대회에 출전한다.

이 대회에는 내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리는 4대륙선수권대회 출전권이 걸려 있다. 임은수의 훈련지가 LA 인근에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 출전은 매우 좋은 기회다. 내년 1월 열릴 예정인 종합선수권대회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선수가 결정된다.

임은수의 시니어 무대 도전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는 4대륙선수권대회는 물론 올 시즌 가장 큰 대회인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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