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욱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전주, 한준 기자/유현태 기자]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이후, 공격수 김신욱(30, 전북현대)은 묵묵히 소속 팀 경기에 집중했다. 월드컵 전 KEB하나은행 K리그1 무대에서 3골을 넣는데 그쳤던 김신욱은 러시아에서 돌아온 뒤 8골을 추가하며 전북의 압도적인 여섯 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AFC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도 아쉬운 8강 탈락 속에 6골을 몰아치며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전북 내에서 주축 역할을 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새로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꾸준히 대표팀 공격진의 한 자리를 차지해온 김신욱은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197cm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은 스웨덴과 월드컵 F조 1차전에 깜짝 선발 출전했으나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0-1 패배 이후 신체 조건이 좋은 스웨덴을 상대로 기동성있는 역습을 하지 못한 김신욱 카드가 전술적 패착이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벨기에와 H조 3차전에 선발로 나서 호평 받은 김신욱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그와 반대로 F조 1차전에 선발로 나선 뒤 기회를 받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두 대회 모두 불완전 연소. 자신이 출전한 두 번의 월드컵을 김신욱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최근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한 김신욱은 2018시즌 ACL 10경기 6골 5도움, K리그1 32경기 11골 3도움 등 주요 대회에서 17골 8도움을 올리며 활약을 펼쳤다. K리그 2연속 우승을 이끌었지만 스스로 만족하기 어려웠던 한 해. 스포티비뉴스가 전주시 봉동에 위치한 전북현대 클럽하우스에서 김신욱을 만나 2018시즌에 대한 그의 솔직한 심정을 들었다.

▲ 인터뷰하는 김신욱


-두 번의 월드컵에 뛰었다. 두 대회는 어떤 차이가 있었나?
“나는 둘 다 그리 잘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 때 칭찬을 많이 받았는데, 그리 잘한 것 같지는 않다. 두 대회 모두에서 성장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경험이었다. 대회를 통해서 스트라이커의 본질을 깨달은 것 같다.”

-브라질에선 마지막에만 기회를, 이번엔 처음에만 기회를 잡았다.
“결과적으론 아쉽다. 개인적으로 봤을 땐 스웨덴하고 뛰면 잘할 수 없는 상대였다. 내가 뛰면서 잘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돌아왔다. 브라질에선 그저 잘했다고 하고 돌아와서 그런 숙제가 없었다. 이번에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생각하게 됐다.”

-스웨덴전의 선발 출전은 깜짝 카드였다.
“팀적으로 준비가 잘 안된 경기였다. 갑자기 선발로 나와서 하게 됐다. 오래 전부터 베스트로 여러 번 뛰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잘 되지 않았다. 시행착오도 겪어야 했고 장단점을 구별했어야 했다. 투톱, 4-4-2로 서다가 전술이 바뀌었다.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100번을 다시 뛰어도 그 경기에선 그런 축구밖에 못할 것 같다. 개인적으론 실패인 경기라고 생각한다. 독일을 이겼듯이 다르게 했다면 이길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이 배운 경기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많이 배웠나?
“저는 ‘우리 같은 타깃형’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동국 선배나 나, 김도훈 감독님, 황선홍 감독님 같은 타깃형 스트라이커는 강팀에서 뛸 때 빛난다고 느꼈다. 공간이 없을 때. 역습 위주의 대한민국대표팀에선 (어렵다). 내가 있을 때 역습 축구를 했다. 축구 선수는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내 스스로가 주어진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 잘할 수 없는 축구 선수라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시키더라도 내가 잘하는 축구를 해야 한다. (내가 잘하려면) 골대 근처에 있어야 한다. 골을 넣어야 하고. 국민들이 보시기엔 욕받이다. 잘 안 뛰고, 골을 못 넣으니 욕 먹고. 하지만 그게 타깃형 (스트라이커)의 본질이란 것을 알았다. 나도 예전엔 그런 축구를 싫어했다. 하지만 타깃형이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더라.”

▲ 스웨덴전에 장점을 발휘하기 어려웠던 김신욱


■ 장신 공격수지만 발 밑에 집중해온 김신욱, 월드컵에서 깨달은 ‘본질’
■ “스웨덴전은 팀적으로 준비가 잘 안된 경기였다.”
■ “브라질 월드컵에서 칭찬 받았지만 잘하지 못했다. 러시아 월드컵 이후 숙제가 생겼다.”
 

-동아시안컵에서도 그렇고 터키 전지훈련에서도 장신 공격수지만 발밑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월드컵에서 정작 되지 않았던 것은 한국이 강팀의 축구를 하지 못해서인가?
“그렇다. 전지훈련처럼 압도하는 팀을 상대했으면 나 같은 선수가 빛이 난다. (하지만 월드컵에서 한국은) 내려서 수비해야 하는 팀이다. 활동량이 많은 선수가 뛰어야 하는 팀에서 (나는) 할 수가 없다. 나는 전북 현대에 최적화된 선수다. 반대로 전북에선 작은 선수가 살아날 수 없다. 공간이 없으니까.”

곁에서 김신욱의 이야기를 듣던 전북 현대의 주장 신형민도 한 마디를 거들었다.
”(신욱이가) 스스로 준비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식단 조절이나, 훈련이나. 지우반 피지컬 트레이너와 함께 많이 준비했다. 월드컵에서 좋은 경기했으면 좋았을텐데, 자기랑 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다. 역습 위주로 공격하다 보니까, 신욱이는 골대 앞에서 더 빛을 발하는 선수인데. 그런 점에선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소속 팀에선 ACL도 그렇고 K리그도 그렇고 많은 몫을 해줬다.”

-월드컵 이후 대표팀에서 멀어졌다. 준비하고 있는 점은?
“평소와 똑같이 개인적으로 내 축구를 준비하고 있다. 똑같이. 이렇게 마무리가 잘 돼서 다행이다. 대표팀 같은 경우는, 이제 소속 팀이 더 중요한 나이가 된 것 같다. 소속 팀에서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후반기에 더 팀에 집중했던 것 같다.”

-월드컵에서 다녀와서 득점 페이스가 좋았다.
“월드컵에서 배운 것보다도 동기부여를 새로 찾아서 리그에 집중한 것 같다. 월드컵 전에는 리그보다 월드컵에서 집중했었는데, 다녀온 이후론 리그에 집중했다.”

-화려한 공격수가 즐비한 데 올 시즌 주축 공격수로 기용됐다.
“아드리아노보단 동국이 형과 내가 많이 뛰었다. 아드리아노는 같이 뛰어보니 능력이 엄청나게 많은 선수다. 내가 중심적으로 뛰었다는 것은 중요 경기에 많이 선발로 뛰었다는 것일 텐데, 100%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것에서 책임감을 느낀다. 지난 2년보단 많이 뛰었고 기회를 더 많이 받았다. 리그는 많이 못 뛰었다. ACL 위주로 뛰었다. 제일 잘 적응한 해였다.”

-원톱, 투톱으로 뛸 때도 있다. 어느 편이 좋은가? 파트너로서는 또 누가 편한가.
“올해는 거의 원톱으로 뛰었다, 후반에는 (이)동국이 형이 자주 들어오는데, 동국이 형이 훨씬 편하다. 잘 맞는다. (동국이 형과 뛰면) 거의 이긴다. 둘 중에 한 명 골을 넣는다. (아드리아노의 스타일은?) 생각보다 많이 안 뛴다. 걔도 우리랑 비슷한 축구를 하려고 한다. 대신 빠르다.”

▲ 2018시즌 전북현대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한 김신욱


■ 개인상과 인연 없는 전북 공격수들, “로테이션을 감당해야 한다”
■ “동국이 형과 함께 뛰면 둘 중 한 명은 골을 넣는다.”
■ 최강희 감독 떠나도…”전북의 이름, 우승을 지키고 싶다”

-우승 팀의 공격수인데 득점왕 경쟁과는 거리가 멀었다.
“ACL에서 6골을 넣었는데, 사실 그 정도면 됐다. 리그에서 15골은 넣었어야 하는데. 사실 찬스는 많았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게 전북의 공격수들은 로테이션을 하며 뛴다는 것이다. 흐름을 이어 가기 어렵다. 이동국처럼 한국 최고의 공격수들이나 그 로테이션을 감당한다. 아드리아노를 봐라. 그게 쉽진 않다. 여태껏 왔던 스트라이커를 보면. 저나 동국이 형이나 다른 팀에서 계속 선발로 뛰면 달라질 거다. 팀이 (우리) 위주라면.”

-아드리아노, 티아고 등도 이전 팀에서보다 개인적인 임팩트가 약했다.
“제리치, 말컹이 와도 똑같을 거다. 딱 10골 정도거나 살짝 넘거나. 클래스가 있는 선수라서. 그렇지 않으면 3골이나 넣을 거다. 우리는 3경기 연속 골을 넣어도 바뀌는 체제니까. 보통 그러면 쭉 넣으니까. 우리 팀엔 그런 게 없다. 3년 전부터 내가 오자마자 그게 시작됐다. 그전엔 1,2명으로 갔는데. 우린 3명씩이나 있어서. 누가 뛰어도 이기고.”

-장신 공격수인 말컹, 제리치의 득점 레이스가 시즌 내내 화제였다. 올 시즌 득점왕 경쟁에 한국 선수들이 없다는 시선도 많았다. 득점왕을 했었던 울산에서처럼 꾸준하게 뛰었다면 달라졌을까?
“그 차이가 크다. 선발로 뛰면 70분 이전에 교체된다. 잘하고 있어도. 우리도 이제 거기에 동의한다. 다른 선수가 뛰어야 한다. 동국이 형이 먼저 뛰면 65분에 나가고. 큰 그림, 시즌 전체를 보면 그렇게 해야 한다. 몸이 좋은 선수가 뛰어야 하고, 또 떨어지는 선수도 뛰면서 몸을 올려야 하고. 3년 연속 로테이션을 해보니까, 나도 성장한 것 같다.”

-메시, 호날두는 교체에 불만을 나타낼 때도 있는데, 그런 마음이 들던가?
“초반에만 그랬다. 1년차에는 그런 거 때문에 골을 못 넣는다고 변명했다. 65분부터 시작인데 그때 나오라고 하니까. 이제는 적응이 됐다. 올해 K리그에서 목표는 두자릿 수 골이었다. 더 많이 못 넣는 걸 알고 있었다. ACL에 집중하고 준비했다. 리그 골엔 큰 욕심이 없었다.”

-말컹, 제리치의 득점 페이스를 보며 자극받거나,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았나?
“내 목표는 월드컵이었다. 월드컵 준비하면서 몸을 맞췄다. 경기가 많더라도 운동을 많이 하면서 근육이 안 빠지게 했다. 월드컵 다녀오고 몸이 올라오면서 골을 넣었지 이전엔 리그에서 골이 거의 없었다. 월드컵 전에 3골이었나? 리그에는 크게 신경 쓰진 못했다. 말컹, 제리치의 경기를 보면 확실히 골을 많이 넣을 수 있도록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극도 많이 받았다. 앞으로도 그런 경기력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 앞으로 집중 견제가 많을텐데 이겨내야 한다. 그 선수들도 전북이랑 할 때는 쉽지 않지 않나. 우리는 모든 공격수들을 집중 마크해야 한다.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발전하는 것 같다.”

-최강희 감독이 전북을 떠난다. 본인도 이적설이 있는데?”
“이적설 없다. (웃음) 전북은 누구 1명이 빠져도 승패에 큰 변수가 되지 않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최강희 감독님이 계실 때 이야기다. 누가 오시더라도 항상 이기는 팀이 되길 바라고 있다. 언제나 승리하고 우승이 당연한 팀이 됐으면 좋겠다. 선수들은 전북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북의 우승을 지키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

:: 전북의 K리그1 우승을 이끈 신형민, 김신욱과 동반 인터뷰의 더 많은 이야기는 29일 밤 10시 스포츠전문채널 SPOTV의 '스포츠타임'을 통해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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