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사진)는 코너 맥그리거와 화해하고 싶다는 뜻을 보였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화해 메시지를 띄웠다.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0, 러시아)가 '앙숙' 코너 맥그리거를 향해 "그와 화해할 수 있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가능성이 '0'인 일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하빕은 27일(한국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미디어에 얼굴을 비쳤다. 에너지 드링크 '고릴라'와 스폰서십 체결을 기념하는 기자회견 자리였다.

뜬금없는 말을 앉은 자리에서 툭툭 던졌다. 맥그리거가 어떻게 반응할 것이냐가 변수긴 하지만 하빕은 그와 화해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일이 가능하다. 우리는 (UFC 229가 열리기 전) 치열하게 다퉜지만 앙금을 풀고 서로를 안아 줄 수 있다. 문제는 맥그리거가 어떤 식으로 반응하느냐다. 이전과 (언동이) 똑같다면 계속 이런 관계로 가겠지"라며 기자들 타이핑 속도를 훅 끌어올렸다.

이어 "위대한 알라신은 우리 모두를 용서하신다. 그런데 (일개 신자인) 내가 무슨 권한으로 그를 용서하지 못하겠나. 맥그리거와 조만간 화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지난달 6일(한국 시간) UFC 229 계체에서 난장판을 벌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맨 왼쪽)와 코너 맥그리거(맨 오른쪽 등을 보이는 이)

둘은 UFC를 대표하는 견원지간이다. 주먹을 맞댄 뒤에도 관계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

화해가 불가능한 사이로 여겨졌다.

최초 발단은 7개월 전이다. 맥그리거 체육관 동료인 아르템 로보프는 지난 4월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호텔에서 하빕 측과 언쟁을 벌였다.

한 눈에 봐도 열 명에 가까운 하빕쪽 무리가 홀로 있는 로보프를 위협하듯 몰아세웠다. 로보프가 아무리 현역 파이터라도 다소 수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관점에 따라선 '굴욕적'으로도 보일 수 있었다.

이 일을 영상으로 확인한 맥그리거는 분을 참지 못했다. 곧장 자기 사람을 끌고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뉴욕으로 날아갔다. 전세기를 타고 와 그 유명한 '버스 난동'을 일으켰다.

UFC 223 세 경기를 취소시키며 대회 하나를 망가지게 한 바로 그 사건이다.

이후에도 맥그리거는 '말폭탄'으로 하빕 심기를 건드렸다. 예민할 수 있는 가족과 종교, 상대 국가 정치 문제를 쿡쿡 찔렀다.

프레스 콘퍼런스에선 일부러 늦게 나타나는 지각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 자리에서 자웅을 겨룰 파이터는 본체만체했다. 데이나 화이트 대표와 우의를 확인하는 데에만 온 신경을 쏟았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대결보다 자신이 론칭한 위스키 브랜드 홍보에 더 열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술을 금기시하는 무슬림 챔피언에게 술을 권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다음 날 계체 현장도 난장판이었다. 페이스오프 때 발차기와 욕설이 난무했다. 주변 사람이 뜯어말리기 바빴다.

하빕은 격노했다. 단순히 싸워서 이기겠다는 각오를 뛰어넘었다.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믿어온 파이터로서 행동거지, 가치관 등을 맥그리거 전 승리로 증명하겠다는 '결기'를 보였다. 

결국 4라운드 서브미션으로 도전자를 무너뜨렸다. 여기까진 좋았다.

이후 하빕은 참아왔던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바깥으로 표출했다. 그간 쌓였던 분노가 봇물 터지듯 터져나왔다.

초유의 '케이지 밖 폭력 사태'가 일어난 배경이다.

옥타곤 인터뷰도, 챔피언벨트 수여식도 생략됐다. 하빕은 타이틀전을 치른 뒤 기자회견에서도 분을 참지 못하고 씩씩댔다.

현 라이트급 챔피언은 그로부터 약 7주가 흐른 뒤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세웠던 상대를 용서하고, 화해하고 싶다고 손짓했다.

미국 종합격투기 뉴스 사이트 MMA 정키는 "둘의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국면에 진입한 모양새"라며 하빕의 깜짝 발언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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