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우리시오 쇼군은 파란만장했던 커리어 후반부를 지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파란만장했다.

영광을 누리기까지 곡절이 많았다. 정상에 서서 영광을 누리려 하면 바로 강자가 나타나 자리를 뺏었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았다. 싸우고 또 싸웠다. 싸움닭처럼 싸우고 몸을 추스른 뒤 또 케이지 문을 열고 주먹을 맞댔다.

마우리시오 쇼군(37, 브라질)은 그렇게 살았다. 파이터로서 미련없이 싸우는 삶을 살았다.

쇼군은 다음 달 2일(이하 한국 시간)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142에서 타이슨 페드로와 자웅을 겨룬다.

커리어 37번째 경기. 쇼군은 명예회복을 벼른다.

지난 7월 UFC 파이트 나이트 134에서 경기 시작 89초 만에 실신 KO패했다. 앤소니 스미스를 맞아 1라운드 선 채로 기절했다.

11년 만에 4연승에 도전한 자리. 영광을 노렸지만 상처만 남았다.

스미스를 잡았다면 다니엘 코미어에게 도전할 명분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러나 굴욕적인 패배로 '없던 일'이 됐다.

라이트헤비급 랭킹이 13위까지 곤두박질쳤다. 13은 현재 쇼군 입지를 상징하는 숫자다. 이제 타이틀 샷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커리어 유종의 미를 준비할 때다.

▲ 예전처럼 영광을 누릴 수는 없다. 내리막길을 다치지 않고 딛는 게 더 중요한 시기가 왔다.
쇼군은 늘 그랬다. 승승장구했던 PRIDE 시절을 제외하면 항상 어렵게 어렵게 발걸음을 뗐다.

2007년 9월 23일 포레스트 그리핀을 상대로 옥타곤 데뷔전을 치렀다. 대다수 전문가가 쇼군 우세를 점쳤다. PRIDE 미들급을 평정하고 UFC에 데뷔한 힘 좋은 스물여섯 청년에게 많은 이가 우세표를 던졌다.

그러나 결과는 쇼군 뜻대로 흐르지 않았다. 경기 종료 15초를 남기고 충격적인 서브미션 패를 당했다.

주짓수 대가이자 브라질리언 톱 팀 수장인 무릴로 부스타만테에게도 인정 받은 주짓수 검은띠가 허무하게 뒷목을 내줬다. 그리핀에게 리어네이키드초크를 허락하며 탭을 쳤다.

다음 상대였던 마크 콜먼을 3라운드 펀치 TKO로 눕혔다. 그러나 당시 콜먼은 마흔다섯 노장이었다.

경기 중에만 네 차례 테이크다운을 뺏겼다. 3라운드 들어선 체력까지 고갈돼 긴장감이 훅 떨어졌다.

라이트헤비급 챔프 재목으로 꼽혔던 선수치곤 실망스러웠다.

2009년 4월 UFC 97에서 척 리델과 경기가 잡혔다.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데뷔전 패배와 졸전으로 입지가 크게 쪼그라들었다.

리델 전에서 상품성을 보이지 못한다면 방출될 수도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승리는 물론 내용 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쇼군의 커리어 첫 위기였다. 돌아가는 꼴이 일리미네이션 매치에 나서는 선발투수 같았다.

벼랑 끝에서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리델과 경기는 쇼군에게 전환점을 마련했다.

자그마한 변화가 큰 결과를 가져다줬다. 쇼군은 리델 전에서 거의 처음으로 인파이팅을 버리고 아웃파이팅을 구사했다. 정타를 맞더라도 저돌적으로 파고들어 냅다 맞대응하는 싸움닭 기질을 눌렀다.

매서운 로킥과 미들킥으로 리델에게 타격을 줬다. 상대에게 거리를 허락하지 않는 효율적인 원거리 싸움을 벌였다.

백전노장 리델도 당황할 정도였다.

1라운드 종료 32초를 남기고 번개 같은 레프트 훅을 리델 안면에 꽂았다. 거구가 고목나무 쓰러지듯 힘 없이 뒤로 넘어갔다.

이후 강력한 파운딩 펀치.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쇼군이 '아이스맨'을 무너뜨리며 부활 신호탄을 제대로 쏘아올린 순간이었다.

▲ 마우리시오 쇼군은 충분히 수고를 다했다.
이듬해 5월 료토 마치다를 잡고 라이트헤비급 챔피언벨트를 허리에 감았다. 역시나 인파이팅이 아닌 아웃파이팅을 구사했다.

승리 방정식을 새로 정립했다. 강력한 킥으로 하반신을 공략해 마치다 스텝을 죽였다. 그러다 빈틈을 노려 환상적인 오버핸드 카운터를 날린 뒤 톱 포지션 확보, 마지막 혼신의 파운딩.

이 경기도 공교롭게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렸다. 캐나다 팬들은 UFC 라이트헤비급 새 챔프 등장에 열렬한 환호성을 보냈다. 마치다와 1차전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눈물을 보였던 쇼군도 이날만큼은 환히 웃었다.

하지만 영광은 잠깐이었다. 오래가지 않았다. 타이틀 1차 방어전에서 존 존스에게 참패했다.

경기 시작부터 현저히 밀렸다. 1라운드 초반 강력한 플라잉니를 맞고 실신할 뻔하기까지 했다. 3라운드 내내 존스의 동물적인 펀치와 발차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타격은 몰라도 그라운드에선 앞서지 않을까 기대했던 쇼군 팬들도 완패를 수긍했다. 쇼군은 테이크다운을 뺏기는커녕 도리어 3차례 존스에게 허리 아래를 내줬다. 안쓰러울 정도로 얻어맞았다.

유효타 수가 11-112에 이르렀다. 말그대로 힘 한 번 못쓰고 압도 당했다. 쇼군 집권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서둘러 막을 내렸다.

존스 전 이후 8경기에서 3승 5패로 부진했다. 내리막길을 걸었다. 댄 핸더슨과 알렉산더 구스타프손, 차엘 소넨, 오빈스 생프루 등 강자들과 붙으면 여지없이 고개를 떨궜다.

최근 꾸준히 은퇴설이 돈다. 기량과 운동능력이 현저히 하락세다. 쇼군은 라이트헤비급 선수치고 체구가 큰 편이 아니다(키 185cm, 리치 193cm).

이런 유형은 효과적인 아웃복싱이나 기민한 그라운드 기술 등 테크닉적으로 경기를 풀어가야 하는데 쇼군은 이미 그 기능을 많이 잃었다. 예전같지 않다.

파이터로서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와 완전히 고장난 무릎은 경쟁력을 더 떨어뜨렸다.

네 차례 무릎 수술을 비롯해 UFC 데뷔 뒤 수술대만 7번 올랐다. 커리어 초창기 과감한 인파이팅을 메인 전술로 삼았던 선수라 후유증도 우려되는 상황.

나흘 앞으로 다가온 페드로 전에서 또다시 무기력한 내용을 보인다면 은퇴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체급 하향이라는 강수가 있지만 현실성을 고려할 때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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