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재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전주, 한준 기자/유현태 기자] 중국 슈퍼리그의 외국인 쿼터 확대 논의와 함께 다시 뜨거워진 이름.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 대형 수비수가 2017년 등장했다. 어려서부터 주목 받은 선수는 아니다. 연령별 대표팀 출전 기록은 많지 않았다.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2번, 23세 이하 대표팀에서 2번 뛰었다. 

하지만 이 수비수는 프로 첫 해에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남겼다. K리그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전북 현대의 주전 수비수로 시즌 초반부터 자리를 잡았다. 큰 키에 다부진 체격을 갖췄는데 발까지 빨랐다. 그 수비수의 이름은 김민재다.

소속 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발을 맞춘 이용은 "타고난 것 같다. 뛰어난 신체 조건에 스피드도 있고 힘도 있다. 그리고 영리하다. 경기 뛸 때 뒤를 지켜주는데 항상 든든하다. 여유라든지. 밑에만 살짝 보완하면. 우리나라 대표 수비수로 장기간 끌고 갈 수 있지 않을까"라며 김민재를 칭찬한다.

김민재에게 2018년은 얻은 것이 많은 한 해다. A대표팀 수비수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를 비롯해 유럽 선수들과 직접 평가전도 치렀다. 부상으로 러시아 월드컵 출전은 좌절됐다. 곧 부상을 털고 돌아와 뒤이어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K리그1(클래식)에서도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해 다양한 리그의 선수들과 맞대결도 펼쳤다. 다사다난했던 한 시즌은 괴물 수비수가 더 커지기 위해 필요한 양분이 됐다.

아직 22살 '괴물 수비수'는 여전히 보완점이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올해 성장도 분명했다. 더 강해지고 싶은 김민재가 2018년 배운 것들을 돌아봤다. 인터뷰는 베이징 궈안 이적설이 있기 전 진행했다.

▲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원하는 김민재


◆ 천상 수비수 김민재…공격수엔 소질 없고, 패스엔 쾌감 없다

"초등학교 때 공격수였다가 중학교 때 감독님한테 수비를 보겠다고 했다. 공격수는 사실 소질이 없었다. 원래 수비하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중학교 때 포지션도 바꾸고 꾸준히 중앙 수비수를 했다. 저는 공을 빼앗으러 가는 걸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쭉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 같다. 예측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이쯤으로 공이 오겠다 할 때 나가는 거다. 어릴 때부터 상황을 보고 예측하고, 경기를 계속 읽어야 해서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이렇게 훽. 그게 리스크다."

김민재는 보는 맛이 있는 수비수다.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수비를 펼친다. 하루이틀에 완성된 스타일은 아니다. 학창 시절부터 공을 가로챌 때 즐거웠다. 당연히 경기를 읽고 있다가 앞으로 달려나가길 즐겼다. 위험 부담이 있는 수비 방식이기도 했지만 김민재는 타고난 신체 조건과 잔발 스텝을 몸에 익혀 자신만의 장점으로 만들었다. 

"저는 패스할 땐 쾌감이 전혀 없다. 패스를 그렇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웃음) 제 장점 중 하나는 인터셉트라고 생각한다. 인터셉트했을 때 수비를 하고 있구나 많이 생각한다."

'지피지기' 김민재는 다른 사람의 장점도 인정하지만, 자신의 최고의 장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힘과 속도를 모두 갖춘 수비수들은 간격을 좁게하는 최근의 축구의 흐름에서 각광받는 유형이다. 우선 수비 뒤 공간 커버에도 장점이 있다. 상대의 패스가 느슨할 틈을 노려 공을 끊어내 역습을 전개할 수도 있다. 빌드업 능력을 보완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장점으론 여전히 '인터셉트'를 꼽는 이유다.

▲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하는 김민재


◆ '수비 괴물'은 '판단력'을 가다듬었다

"내셔널리그에서 6개월을 뛰고 프로에 온 게 굉장히 큰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대학과 프로 사이에, 중상위 쪽에서 노는 팀인데. 대학에서 한 번에 온 것보다 거쳐서 온 게 잘됐다고 생각한다. 그때 느낀 게 많다. 단점이 많이 보였다. 그걸 보완하고 올라오고, 프로에 와서도 보완을 하니까. 아직도 보완할 점은 많은데 그땐 얼마나 많았겠나."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학원 축구, 대학 축구에서 프로에 진출하고 나면 빠른 경기 템포와 힘, 속도에 고전한다. 각 연령 수준에서 가장 빠르고 힘이 좋은 선수들이 세대 별로 모두 모인 곳이 K리그가 아닌가. 김민재는 전북 진출 전 내셔널리그 경주 한수원을 거친 특이 이력을 갖고 있다. 김민재는 내셔널리그 경험이 아주 소중했다고 말한다.

"1년차에 와서 뛰면서 사실 실수가 많았다. 페널티킥도 많이 주고, 개인 수비력도 떨어지고 했다. 감독님도 믿음을 주셨고, 계속 경기를 나가다보니 아무래도 노하우가 생기더라. 그때 페널티박스 안에서 페널티킥을 안 줬다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지금에 와서 그렇게 생각한다."

프로 무대에서 "공격수 뒤에 있는 수비수는 죽은 수비수"라고 말하는 최강희 감독의 지도를 받게 된 것도 행운이었다. 최 감독은 김민재를 믿고 기용하면서 K리그 연착륙을 도왔다. 실수를 저질러도 질책보단 믿음으로 든든히 지원했다. 김민재는 자신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단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

결국 경험은 김민재에게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그가 여러 차례 자신의 개선점으로 꼽는 것은 '판단력'이다. 앞으로 밀고나오는 수비수는 확실히 공을 처리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위기를 노출할 수 있다. 이른바 '달려들 때, 기다릴 때'를 구분하는 순간전 판단 능력이다. 지난 3월 A매치에서 북아일랜드, 폴란드를 상대하고 돌아온 김민재는 "신체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덤빌 때, 안 덤빌 때를 확실히 느끼고 온 것 같다"고 말했다. ACL에서 상대했던 알렉산드레 파투(톈진 취안젠), 크리스티아노(가시와 레이솔) 등 외국인 공격수들도 경험을 안겨 준 상대들이다. 2018년을 돌아보며 김민재는 확실히 '판단'은 확실히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건 많이 보완한 것 같다. 내 가장 큰 단점 중 하나가 그거였다. 매 경기 그 생각을 하고 경기장에 들어갔다. '이거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안 달려들고 기다리는 수비도 많이 해봤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상황 구분이 되더라."

▲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 ⓒ연합뉴스


◆ 아시안게임은 김민재의 '마음'을 키웠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낙마의 아픔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달랬다. 하지만 과정은 결코 편하지 않았다. 경기는 2,3일 간격으로 이어졌다. 잔디 관리 상태도 그리 좋지 않아 수비수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1-2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여론마저 짜게 식었다. 이란-우즈베키스탄-베트남-일본을 차례로 만난 대진표도 큰 대가였다. 김민재는 "사실 부상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소집에 갔다.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다. 1경기 치르면 괜찮겠지, 괜찮겠지 했는데 생각보다 몸이 안 올라오더라. 그래도 결승전엔 몸이 많이 올라와서 좋은 경기를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돌아봤다.

경기력 측면에서만, 목에 걸린 금메달만 김민재가 얻어온 것일까. 사실 김민재가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시안게임은 김민재가 참가한 첫 '단기 국가대항전'이었다. 축구 팬뿐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 전체가 지켜보고, 기대하는 대회를 우승으로 마무리한 것 자체가 큰 자산이 됐다. 부담감과 싸우고 또 대처하는 법을 익혔다. "1인분만 하면 충분한" 전북이 아니라 자신이 주축인 수비진을 이끌며 리더십도 성숙하는 계기였다.

"어린 선수들이 많았다. 저뿐 아니라 다른 형들이나 저희 또래도 그렇고, 그 친구들을 타이르고 한 팀으로 모으는 걸 많이 배웠다. 우리가 밀어주는 것도 중요했다. 1996년생들이 제 친구들이다. 저희는 잘했다고 생각한다. 리더십 같은 걸 많이 배워왔다. 시간이 짧았고, 팀에서 1경기 반 뛰고 갔다. 부담감도 크고, (팬들의) 기대감도 컸다. 뭐라고 해야지. 항상 부담감, 책임감을 갖고 들어갔다. 그 부담감을 이기는 것도 배워온 것 같다."

:: 전북 현대의 KEB하나은행 K리그1 우승을 이끈 주역이자, 벤투호 핵심 선수 이용과 김민재의 인터뷰는 7일 밤 10시 SPOTV 프로그램 '스포츠타임'에서 방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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