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준환 ⓒ 브라보앤뉴 제공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여제' 김연아(28) 이후 한국 피겨스케이팅 선수 가운데 가장 찬란한 업적을 세운 선수는 여자 싱글이 아닌 남자 싱글에서 나왔다.

차준환(17, 휘문고)은 8일(한국 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18~2019 시즌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91.58점 프로그램 구성요소 점수(PCS) 83.84점 감점 1점을 합친 174.42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점수 89.07점과 합친 총점 263.49점을 기록한 차준환은 255.26점으로 4위에 오른 미카엘 브레지나(체코)를 제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차준환의 동메달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에서 나온 ISU 그랑프리 파이널 첫 메달이라는 점이다. 파이널은 6개 그랑프리 대회에서 가장 성적이 좋았던 6명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왕중왕전'이다.

차준환은 지난해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다. 그러나 부상과 부츠 문제로 대회에 제대로 출전하지 못했다. 처음 출전했던 '스케이트 캐나다'에서는 9위에 그쳤다.

▲ 차준환 ⓒ 곽혜미 기자

지난 2월 평창 올림픽에서 15위를 차지한 그는 올 시즌 한층 성장했다. 기존에 뛰었던 쿼드러플(4회전) 살코는 물론 쿼드러플 토루프까지 추가하며 프로그램 기술 기초 점수를 높였다. 프로그램 수행 능력도 한층 성장한 차준환은 주니어의 껍질을 벗고 시니어 무대 경쟁력을 쌓았다.

차준환은 지난 10월 캐나다 퀘백주 라발에서 열린 ISU 시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메달을 거머쥔 차준환은 곧바로 이어진 3차 대회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

2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한 차준환은 파이널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파이널에 진출한 성과는 남달랐다. 그러나 메달 전망은 불투명했다. 올림픽 2회 금메달리스트(2014년 소치, 2018년 평창)이자 현역 최강자인 하뉴 유즈루(일본)는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불참했다.

비록 하뉴가 없었지만 남자 싱글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평창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우노 쇼마(일본)와 '점프 괴물' 네이선 첸(미국)의 저력은 여전했다. 여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하는 러시아 선수과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베테랑 미카엘 브레지나(체코) 등 쟁쟁한 선수들이 파이널 무대에 섰다.

쇼트프로그램에서 4위에 오른 차준환은 3위 브레지나와 메달 경쟁을 펼쳤다. 이들의 승부는 4회전 점프에서 결정됐다. 차준환은 첫 점프인 쿼드러플 토루프에서 넘어졌지만 이어진 쿼드러플 살코를 성공시키며 앞선 실수를 만회했다.

반면 브레지나는 단 한 번 시도한 4회전 점프에서 흔들렸다. 남은 요소는 무리없이 해냈지만 기술 기초 점수에서 차준환에 밀렸던 약점은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평창 올림픽에서 15위를 차지했던 차준환은 어느덧 정상급 스케이터인 첸과 쇼마와 경쟁하는 위치에 도달했다.

▲ 2010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 ⓒ Gettyimages

특히 차준환이 파이널 첫 메달을 딴 장소는 8년 전 김연아의 전설이 이룩된 곳이다. 김연아는 2010년 동계 올림픽이 열린 캐나다 밴쿠버에서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사상 가장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며 당시 세기 기록이었던 228.56점을 받았다.

김연아 이후 차준환은 '약속의 땅' 밴쿠버에서 한국 피겨스케이팅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번 대회를 마친 차준환은 이달 중순 귀국해 오는 21일부터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전국회장배랭킹전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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