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은희가 9일 구마모토에서 열린 제17회 아시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일본과 결승전에서 슛을 날리고 있다. 류은희는 이 경기에서 11골을 몰아 넣었다. ⓒ대한핸드볼협회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비 인기 종목에도 관심을 갖고 사랑을 보내는 스포츠 팬들 가운데 꽤 많은 이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나선 여자 핸드볼이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대표 선수들이 쏟은 땀과 열정을 알기에. 

올림픽 때만 반짝하는 종목이지만 핸드볼은 세계 무대에서 한국 여자 구기 종목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달렸다. 그 결과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이후 2012년 런던 대회까지 금메달 2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 4강 2차례로 올림픽 8회 연속 4강 안에 드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그런데 리우 올림픽에서는 조별 리그 B조에 들어 러시아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에 이어 5위(1승1무3패)로 8강이 겨루는 녹아웃 스테이지에 오르지 못했다. 꽤나 낯선 성적표였다. 

그러나 한국 여자 핸드볼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한국은 9일 일본 구마모토현 현립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17회 아시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마지막 날 일본과 결승전에서 30-25로 이겨 2012년과 2015년(이상 인도네시아), 2017년(한국) 대회에 이어 대회 4연속 우승을 이뤘다. 

한국은 1987년 제1회 대회(요르단) 이후 17차례 열린 이 대회에서 14번이나 정상에 오르며 아시아 최강을 또다시 확인했다. 

한국은 이 대회 우승으로 2019년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확보했다. 2019년 11월 30일부터 12월 15일까지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는 1장의 도쿄 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려 있다. 

한국은 1995년 오스트리아와 헝가리가 함께 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헝가리를 25-20으로 꺾고 2018년 현재 아시아 나라로는 이 대회에서 유일하게 우승한 기록을 갖고 있지만 이 대회에서 다시 우승하는 건 쉽지 않다. 올림픽처럼 대륙별 안배가 이뤄지지 않아 유럽 강호들이 대거 출전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2003년 크로아티아 대회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이에 앞서 2019년 9월 21일부터 29일까지 중국에서 도쿄 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이 열리는데 이 예선에도 1장의 본선 출전권이 걸려 있다. 한국은 이 예선에서 도쿄행 항공권을 끊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 조별 리그 B조에서 내년 9월 다시 만나게 될 중국을 24-21로 꺾은 것을 비롯해 인도를 37-10, 싱가포르를 41-9, 홍콩을 37-17로 물리쳤다. 조별 리그 4경기에서 139득점 57실점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준결승전에서는 A조 2위 카자흐스탄 31-23로 가볍게 제쳤다. 

만에 하나, 이 예선에서 실패하면 2020년 3월 19일부터 22일까지 3개 조로 나뉘어 열리는 세계 예선(장소 미정)에 출전해 본선 티켓에 도전한다. 세계 예선 각조에는 2장씩 모두 6장의 본선 출전권이 배정돼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앞서 지난 8월 열린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리우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중국을 29-23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조별 리그에서도 중국을 33-23로 물리친 한국은 이 대회에서 6전 전승하며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2연속 우승했다. 한국은 1990년 베이징 대회에서 초대 챔피언에 오른 이후 2006년 도하 대회까지 5연속 정상에 올랐다.

2010년 광저우 대회 준결승에서 일본에 28-29로 지는 바람에 동메달을 획득해 연속 우승 기록이 끊겼지만 인천 대회와 자카르타 대회에서 우승하며 통산 7번째 금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핸드볼 대표 팀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동메달) 때 막내였던 김온아가 리더가 되며 세대교체가 이뤄져 있다. 한국은 김온아가 종아리 부상으로 대표 팀에서 빠진 가운데 이번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선 정유라가 32골로 득점 공동 3위에 올랐다. 정유라는 조 1위를 다투는 중국과 경기에서 8골로 경기 최다 득점 선수가 되는 등 주 득점원으로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4강 멤버인 류은희는 일본과 결승전에서 11골을 몰아 넣어 경기 MVP로 선정됐다. 

이들 외에도 신은주 이효진 강은혜 등이 2010년대 후반 이후 한국 여자 핸드볼을 이끌 선수로 성장하며 잠깐 주춤했던 한국 여자 핸드볼의 앞길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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