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고척돔, 곽혜미 기자]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포스트시즌 넥센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이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4회말 2사 1,2루 상황에서 넥센 김민성을 플라이 아웃 시키며 이닝을 마무리 한 KIA 선발 양현종이 기뻐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KIA 양현종은 올 시즌 '부진'했다. 물론 기준치가 그가 속한 '특급'이었기에 쓸 수 있는 표현이었다. 어찌됐건 양현종은 자신의 기준에 어울리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양현종은 올 시즌 13승11패, 평균 자책점 4.15를 기록했다. 양현종이 4점대 이상 평균 자책점을 기록한 것은 2014년(4.25) 이후 4년 만이다. 결코 나쁜 성적이라 말할 순 없지만 지난해 기록(20승6패, 평균 자책점 3.44)이 워낙 뛰어났기에 아쉬움이 남았던 것도 사실이다.

양현종은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시즌 후 "내가 잘 준비하고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지 않았다"고 자책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양현종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는 수년간 팀은 물론 국가 대표 팀 에이스라는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었다.

2014년 171.1이닝을 시작으로 2015년 184.1이닝 2016년 200.1이닝 2017년 193.1이닝을 던졌다. 올 시즌에도 184.1이닝을 던졌다. 5년간 한국에서 가장 많이 던진 투수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거의 모든 국제 대회에 출전했으며 포스트시즌에서도 늘 첫머리에 섰다. 본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괜찮다'고 했지만 숫자가 주는 무게감은 분명히 있었다. 

단순 구위로만 놓고 보면 지난해와 올 시즌의 비교가 쉽진 않다.

일단 피로도를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지난해와 똑같은 143.9km(스탯티즈 기준)이었다.

패스트볼의 피안타율은 2할8푼에서 2할7푼8리로 오히려 아주 조금 더 나아졌다.

하지만 양현종은 분명 지난해와는 다른 메커니즘을 보였다. 투구 동작에서 적잖은 차이가 있었다. 이 차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지난해와 올 시즌 양현종이 던진 구종을 비교해 보면 차이가 금방 드러난다.

양현종은 지난해보다 패스트볼 익스텐션(투구 때 발판에서 공을 끌고 나와 던지는 손끝까지 거리)가 4cm나 늘어났다. 릴리스 포인트도 높아졌다. 1.78m였던 것이 1.83m로 5cm 정도 높아졌다.

일반적으로 릴리스 포인트가 높게 형성되거나 익스텐션이 앞에 형성되는 투수들이 좋은 공을 뿌린다는 건 상식이다. 지난해보다 더 앞에서 높게 공을 때려 양현종은 타자들에게 보다 위압적인 공을 던질 수 있었을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패스트볼뿐 아니라 전체 구종이 익스텐션이 늘고 릴리스 포인트가 높아졌다. 양현종이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최소한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를 여기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양현종의 변화된 익스텐션과 릴리스 포인트는 또 다른 해석으로도 읽힌다. 노련한 양현종이 부족한 볼 끝의 무브먼트를 만들기 위해 애쓴 흔적이라는 분석이 그것이다.

양현종은 지난해보다 패스트볼 평균 회전수가 떨어졌다. 2286rpm에서 2253rpm으로 33rpm 정도 감소했다. 동작은 이상적이었지만 힘이 뒷받침해 주지 못했다. 투구 폼이 아무리 예뻐도 공의 위력이 떨어지면 버틸 수 없다.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투수란 건 박수 받을 일이지만 올 시즌 보여 준 것은 그만큼의 압도적인 투구는 아니었다.

전체적인 구종의 회전수가 떨어졌다. 그만큼 볼 끝의 움직임이 적었다는 걸 뜻한다. 모든 구종의 회전이 줄어들었다는 건 양현종의 투구 메커니즘이 전체적으로 정상이 아니었다는 걸 뜻한다. 자연스럽게 움직임의 폭이 줄었다.  

양현종의 패스트볼은 상하 무브먼트가 47.15cm였다. 지난해 46.41cm보다는 조금 나아진 수치다.

하지만 좌우 무브먼트는 -8,78cm에서 -4.77cm로 줄어들었다. 패스트볼의 움직임이 우타자의 몸쪽으로 많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체인지업에서도 문제가 엿보였다. -12.64cm이던 좌우 무브먼트가 -8.67cm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체인지업이 좌타자 몸쪽으로 꺾여 떨어지는 움직임이 둔화됐다는 뜻이다.

커브는 -19.92cm나 떨어지던 것이 -14.34cm로 확 줄었다.

결과는 좌타자 상대법에서 나왔다. 지난해 양현종은 좌타자를 피안타율 2할7리로 꽁꽁 틀어막았다. 볼넷도 고작 7개만을 내줬다.

올해는 달랐다. 좌타자 평균 피안타율이 2할8푼6리로 크게 치솟았다. 볼넷은 15개나 내줬다.

양현종은 슬라이더가 주무기다. 하지만 좌타자의 몸쪽으로도 체인지업을 잘 활용하며 쏠쏠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일단 패스트볼이 좌타자의 몸쪽으로 위협을 덜 주다 보니 몸쪽 변화구도 크게 힘을 쓰지 못한 것 아닐까 하는 가정이 가능하다.

A 팀 전력 분석원은 "양현종은 좋은 시즌에도 익스텐션과 릴리스 포인트의 변화가 나타났다. 올 시즌엔 거의 전력을 다해 끝까지 공을 끌고 와서 뿌리려고 애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회전수가 반대로 나타났다는 건 양현종의 의도대로만 풀린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익스텐션과 릴리스 포인트로 공을 던졌는데 회전수나 무브먼트가 떨어졌다고 하면 그건 체력적인 문제일 수 있다. 양현종이 올 시즌을 잘 '버텨 왔다'고 표현할 수 있는 이유다. 중요한 건 내년 시즌이다. 구위로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 줘야 한다. 좋은 투구 메커니즘을 갖고 있는 만큼 구단 관리가 잘 이뤄진다면 보다 위력적인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양현종의 시즌 익스텐션은 2.06m였는지 몰라도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는 1.98m로 크게 뒤로 물러나 있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양현종이 끝까지 공을 가지고 나와 때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팀과 양현종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양현종은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하지는 않는다. 올 시즌의 결과에서도 데이터를 보다 깊숙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또 한번 "양현종은 여전히 괜찮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을른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부 데이터는 양현종이 힘겹게 올 시즌을 치러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그 경고음에 귀기울여야 할 때다. 

*자료 제공 : 애슬릿 미디어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